美 정부 비자 규제로 GCC 성장 가속화
印, 1700개 GCC 보유한 고부가가치 혁신 허브로 부상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미국이 전문직 비자로 불리는 H-1B 비자 수수료를 대폭 인상한 가운데, 핵심 업무를 인도로 이전하려는 미국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연구개발(R&D)부터 인공지능(AI)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글로벌역량센터(GCC)의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H-1B 비자 수수료를 기존의 1000달러(약 140만원)에서 100배인 10만 달러로 올리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높아진 수수료는 이틀 뒤인 21일부터 적용되고 있다.
H-1B 비자 수수료 인상에 더해 미국 상원의원들은 최근 H-1B 및 L-1 비자 제도 허점을 겨냥한 법안을 재발의했다. 미국 내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업계는 미국의 이 같은 조치가 AI·제품 개발·사이버 보안·데이터 분석 등 고급 업무의 인도 이전을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애플·알파벳·JP모건체이스·월마트 등이 H-1B 비자의 최대 스폰서 기업이다. 이들 기업 모두 이미 인도에 대규모 거점을 두고 있다.
럭쉬미나라야넌 코그니전트 인도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행정부의 급진적인 조치가) 극단적인 해외 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은 핵심 기술 작업이 어디서나 수행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고 짚었다.
세계 제5위 경제 대국인 인도는 현재 1700여 개의 GCC를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GCC의 절반 이상이 인도에 있는 것으로, 인도는 단순 기술 지원 거점을 넘어 고급 자동차 대시보드 설계 및 신약 개발 등 고부가가치 혁신의 중심지로 성장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로한 로보 딜라이트 인도 파트너는 "GCC는 현재 상황에 최적화된 조직"이라며 "여러 미국 기업들이 인력 수요를 재평가하고 있다. 금융 서비스 및 기술 분야, 특히 미국 연방 계약에 노출된 기업에서 더 많은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릿 아후자 ANSR 대표는 "기업들 사이에 긴박감이 느껴지고 있다"며 "페덱스·브리스톨마이어스스뷔크·타깃·로우스 등이 이미 GCC를 설립한 상태"라고 말했다.
로이터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인도는 오는 2030년까지 2200개 이상의 GCC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며, 시장 규모는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이 비자 규제를 강화하기 전에 나온 전망치로, 미국의 최근 조치는 인도로의 골드 러시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아후자는 지적했다.
다만 변수도 있다. 미국 의회에 계류 중인 고용지원법안이 통과될 경우 인도의 서비스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른바 '하이어(HIRE, Halting International Relocation of Employment Act)'로 불리는 고용지원법안은 지난달 6일 미국 공화당 소속의 버니 모레노 상원의원(오하이오)에 의해 발의됐다. 해외로 고용을 아웃소싱하는 미국 기업에 25%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골자로, 인도 기업들의 경쟁 우위가 약화되고 사업 운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30억 달러 규모의 인도 IT 산업은 인도 국내총생산(GDP)의 약 8%를 차지한다. 미국의 H-1B 비자 수수료 인상과 HIRE법이 인도 IT 산업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GCC 서비스에 대한 수요 급증이 이러한 충격을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무라는 "미국 기업들은 인도 내 GCC를 적극 활용해 이민 규제를 우회할 가능성이 크다"며 "비자 의존형 매출은 줄겠지만 GCC를 통한 서비스 수출 증가가 이를 상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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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인도 국기, 모형 미국 달러 지폐, 그리고 미국 H-1B 비자 신청서가 담긴 삽화.[사진=로이터 뉴스핌] |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