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승원 고다연 신수용 조승진 조준경 기자 = 추석 연휴를 앞둔 2일 귀성객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이날 서울역, 용산역, 고속터미널과 김포공항에는 연휴를 앞두고 귀성길과 여행길 등에 오른 사람들로 분주했다. 이들은 가족을 보러 고향집에 가기 위해, 일상의 휴식을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 발 디딜 틈 없는 서울역·용산역...귀성·여행에 설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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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시작을 하루 앞둔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역에서 귀성객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고다연 기자] |
이날 오전 9시경 서울 용산역은 캐리어를 갖고 대합실에 앉아 있는 귀성객들로 북적였다. 그들은 편한 옷차림을 하고 명절 추석 선물세트를 손에 들고 있기도 했다.
대합실에서는 조국혁신당의 귀성길 인사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이동권 보장 시위도 진행되고 있어 경찰과 취재진도 보였다.
열차 시간을 앞둔 시민들은 즐거운 연휴를 보내길 기대했다. 50대 진범석 씨는 익산에 있는 처갓집으로 먼저 출발하는 아내를 배웅하기 위해 용산역을 찾았다.
진씨는 "그동안 사정의 여의치 않아 3년 만에 가게 됐는데 가족끼리 외식도 하고 주변 나들이도 가려고 한다"며 "가족들이 건강하고 하는 일이 다 잘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본가가 있는 대전으로 가는 20대 대학생 유모 씨는 "신입생이라 가족들과 떨어져 사는 게 처음인데 오랜만에 가는 게 너무 좋다"며 "친척들도 만나고 집에서 쉬다가 돌아올 것 같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김현경 씨는 연차를 내고 고향인 대전으로 향하는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씨는 "경기가 안 좋아 답답한 마음이 있는데 고향에 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가족들도 만날 생각이다. 결혼 잔소리가 걱정된다"며 "경기 회복이 체감될 수 있는 실질적 정책들이 더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승강장에서 만난 70대 장모 씨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지내고 나도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소망을 말했다.
열차 출발 시각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열차를 놓칠까 걱정돼 "잠깐만요!"를 외치며 뛰어와 탑승하는 승객들도 보였다. 어떤 시민은 열차에 탄 가족에게 머리 위로 하트를 그려 보이기도 했다.
이날 오전 10시 반경, 대합실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방문해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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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시작을 하루 앞둔 2일 오전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승강장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버스 탑승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조준경 기자] |
오전 9시 서울역 KTX 승강장은 귀성객과 여행객들로 앉을 자리 없이 북적였다. 승강장 곳곳에서 대형 캐리어를 끌고 이동하는 승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드문드문 선물 보따리를 든 이들도 있었다.
해군인 아들이 사는 경남 창원으로 가는 부부는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재한씨(남·78·인천 계양구)는 "몇 년 만에 아들 내외가 사는 곳을 직접 보러 가게 돼 기쁘다"며 "긴 연휴 덕분에 아들 부부, 손자와 함께 사돈이 사는 남해도 가보고 부산 여행도 하다 올 것"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설레는 처음을 기다리는 이들도 있었다. 경남 합천 부모님 댁에 가는 부부는 이번 명절이 9살 아들과 함께 처음으로 고향에 내려가는 길이라고 했다.
박모씨(여·40·서울 마포)는 "평소에는 연휴가 짧아 왕복 이동 시간을 생각하면 아이 데리고 가기에 부담스러웠는데 이번엔 연휴가 길어서 여유롭게 다녀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귀성객 못지 않게 긴 연휴를 맞아 여행을 택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과거 직장동료 사이였다는 60대 후반 여성 4명은 이번 연휴에 대전으로 짧은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긴 연휴 덕에 가족과 보낼 시간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이모씨(여·경기도 김포시)는 "지인들과 우선 여행을 가고 이후에는 가족끼리 서울 인근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며 "연휴가 길어 여유가 생기니 지인들, 가족과 시간을 모두 챙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서 모씨(여·경기도 과천)는 "여행에 다녀와서는 아들 부부와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고 외식도 하며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며 "연휴 기간이 넉넉해 다양한 추석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며 웃었다.
부산으로 여행을 떠나는 대학생 커플도 만날 수 있었다. 김모씨(여·21·서울 도봉구)는 "평소 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긴 연휴가 생겨서 바로 계획을 세웠다"며 "부산에서 맛집 투어도 하고 해운대와 광안리도 구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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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9시 30분께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영동선, 경부선 승강장에는 사람들이 캐리어를 끌며 각자의 탑승구로 이동 중이었다. [사진= 조준경 기자] |
◆ '가족들 보러', '바람 쐬러' 떠난다...터미널·김포공항도 '북적'
오전 9시 30분께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영동선, 경부선 승강장에는 사람들이 캐리어를 끌며 각자의 탑승구로 이동 중이었다.
가족 단위 승객은 잘 보이지 않았고 개인이나 여행을 가려는 친구 사이로 보이는 20대들이 많이 보였다.
20대 여성 김모씨(가명)는 "무직이고 대학은 작년에 졸업했다. 서울 시민"이라며 "회사 먼저 들어간 친구와 추석 연휴 기간 맞아 바람 쐬고 오려고 강릉으로 여행간다"고 말했다.
김 씨는 "가족들은 같이 사니까 항상 본다. 어차피 일요일에 돌아올 것"이라며 "추석 때는 못 만나는 사람들을 만나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50대 남성 윤모씨는 "회사에 연차를 내고 연휴 하루 일찍 경북 포항으로 어머니를 뵈러 간다"며 "다음주 금요일도 연차를 냈기에 11일이나 쉰다. 가면 고향 친구들도 모일텐데 다 만나고 올 것"이라고 했다.
외국인 관광객도 눈에 띄었다. 서울에 거주한다는 40대 독일인 카일 씨는 연휴 기간을 맞아 자전거를 타고 남해안을 돌 계획이다. 평소에도 한강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그는 이번 연휴를 위해 체력을 증강시켜 놓았다고 말했다.
카일 씨는 "대구에서 시작해서 우선 통영을 간다"며 "갈 때는 버스타고 가지만 서울로 돌아올 땐 체력이 된다면 아마도 자전거 타고 올 수도 있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고 호텔도 예약해 놓은 곳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 김포공항도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도 북적였다. 오전 10시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인호 씨(33)는 큰 여행 가방을 끌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최 씨는 "지난해 추석 후 처음으로 부모님을 뵙는 길"이라며 "원래는 자주 내려가려 했는데 회사 일정이 워낙 바빠서 못 갔다. 고향인 전남 순천까지 3시간이 넘지만 비행기 표 하나 손에 쥐고 있으니 마음이 좋다"고 말했다.
부산행 항공편을 기다리던 이서현 씨(22)는 고향은 아니지만 '가족을 만나러 가는 길'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 씨는 "고향은 전주인데 이번 연휴에는 언니가 부산에서 자취 중이라 거기로 모여 여행을 하기로 했다. 부모님도 거기서 합류할 예정"이라며 "이번에는 빨리 가고 싶었다. 각자 바쁘다 보니 한날 한시에 모이는 것만으로도 어렵기도 하고 귀중한 시간이라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어 비행기를 타고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예전과는 달라진 연휴 풍경이지만 여전히 차례를 지내러 이동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손에는 캐리어, 다른 손에는 손주 선물을 든 김정란 씨(64)는 "서울에 산 지 오래돼 이제 고향이 점점 낯설어지고 있다"며 "내가 명절을 지키는 사람이 됐다. 시골집은 빈 집 된 지 오래고 친정 식구들도 많이 떠났지만 그래도 차례는 지내야 하니 내려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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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앞둔 2일 오전 서울역에서 이용객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조승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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