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러시아가 탄도미사일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량해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을 뚫는 데 성공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의 탄도미사일 요격률은 한 때 37%에 달했으나 최근엔 6%까지 떨어졌으며 주요 시설들이 거의 무방비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미사일들은 비행 중간 단계까지는 기존 탄도 궤적을 따라가다가 마지막 순간에 급격히 궤도를 바꾸는 회피 기동을 수행해 우크라이나 방공시스템의 요격을 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금까지 가장 효과적인 능력을 발휘해 온 미국제 패트리엇 방공시스템도 요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패트리엇은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무기 중 러시아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 |
[우크라이나 로이=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패트리엇 방공시스템의 모습. 장소가 어디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2025.07.17. ihjang67@newspim.com |
FT는 이날 전·현직 서방과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을 인용해 "러시아의 미사일 업그레이드 속도가 우크라이나의 패트리엇 시스템을 앞지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런던에 있는 '정보회복탄력성센터(CIR)'가 우크라이나 공군의 공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우크라이나의 탄도미사일 요격률은 지난 8월 37%에 달했으나 9월에는 러시아의 미사일 발사 횟수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6%로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전직 우크라이나 관리는 "미사일 성능 개선은 러시아에 있어 게임 체인저"라고 진단했다. 미국으로부터 방공 요격 미사일 공급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은 겨울을 앞두고 주요 군사 시설과 주요 기반 시설을 아무런 저항을 받지 않고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미사일 개량은 우크라이나 공습에서 가장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는 '이스칸데르-M' 지대지 미사일과 '킨잘' 공중발사 탄도미사일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스칸데르-M은 사거리가 약 500km로 이동식 발사대에서 쏘고, 최대 480km를 비행할 수 있는 킨잘은 전투기에서 발사한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공군은 1일 밤 발사된 이스칸데르-M 미사일 네 발이 모두 방어망을 뚫고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세르기이 키슬리차 우크라이나 외무부 제1차관은 FT에 "러시아는 이스칸데르를 비롯한 자국 미사일의 기술을 지속적으로 대폭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미사일 개량이 대규모 하드웨어 교체가 아닌 소프트웨어 조정을 통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대 미사일 연구원 파비안 호프만은 "이스칸데르-M은 말기 단계에서 공격적인 기동이 가능하다"며 "값비싼 개조가 아니라 유도 시스템에 단순히 프로그램을 변경해 목표 타격 직전 급기동이나 급강하를 수행하도록 하는 방식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 당국자들 역시 패트리엇 성능 데이터 분석을 통해 말기 단계에서 미사일이 예상과 다른 궤적을 보이는 패턴이 확인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러시아가 요격 데이터를 분석해 대응책을 마련한 결과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로부터 패트리엇 성능 데이터를 보고받은 한 서방 관계자는 "러시아 미사일이 업그레이드되었다는 첫 번째 신호는 요격률이 뚜렷하게 떨어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날아오는 러시아 미사일들이 '말기 단계'에서 다르게 움직이며, 기존의 교전 설정과 달라지는 '패턴'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교전 데이터를 미국 국방부와 패트리엇 제조사인 레이시온, 요격 미사일 제작사인 록히드 마틴과 공유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방어 능력 향상이 러시아의 전술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고 FT는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측 피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FT는 "올 여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주변 지역의 드론 생산 시설 최소 4곳이 러시아 미사일 공격으로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며 "지난 8월 28일에는 터키제 바이락타르 드론 생산 공장이 직접 공격을 받았으며, 인근의 드론 부품 제작업체 사무실도 타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유럽연합(EU) 대표부와 영국문화원 건물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발전과 송전 시설과 교통 등 핵심 인프라도 집중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