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잇따라 우크라이나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제공할 수 있다고 러시아를 위협하는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그의 좌절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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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
NYT는 이날 '트럼프의 토마호크 발언, 허세일까?'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트럼프가 실제로 우크라이나에 토마호크를 주든 안 주든 러시아에 대한 그의 좌절감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날 또 다시 우크라이나에 토마호크를 제공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오는 17일 미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동을 앞두고 있는데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토마호크를 원할 것"이라며 "우리는 토마호크를 많이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2일 중동으로 가는 '에어포스 원' 대통령 전용기에서도 기자들에게 "주말 동안 젤렌스키 대통령과 토마호크 제공 문제를 논의했다"며 "어떻게 될 지 지켜보자"고 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토마호크를 보낼 수도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이 토마호크 제공은 "질적으로 새로운 단계의 긴장 고조를 알리는 신호"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음에도 트럼프의 토마호크 거론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미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할 경우 언제든 토마호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판매 또는 이전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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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함정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 [사진=로이터 뉴스핌] |
토마호크는 주로 구축함이나 잠수함 같은 해상에서 발사하는 장거리 정밀 타격 순항미사일이다. 최대 사거리가 1600~2500㎞에 달한다.
미군은 육지에서 발사할 수 있는 발사시스템 '타이폰(Typhon)'도 개발해 실전 배치했다. 타이폰은 토마호크 미사일과 SM-6 대공 요격 미사일을 모두 쓸 수 있도록 개발한 미사일 발사 시스템이다. 토마호크와 SM-6가 모두 함정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이었는데 이를 지상에서도 발사할 수 있도록 개조한 것이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사거리가 2500㎞인 버전의 경우 공군기지 76곳을 비롯해 1945곳 이상의 러시아 영토 내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보유한 최장거리 타격 무기는 미국이 제공한 에이태큼스(ATACMS) 전술 지대지 탄도미사일은 사정거리가 300㎞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이 단독으로 이 무기를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해군은 토마호크를 쏠 수 있는 구축함이 없고, 지상 발사 타이폰을 받더라도 운용은 물론 공격 목표 설정 등은 미군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미군 일각에서는 토마호크 제공이 미국과 러시아의 직접적인 대결로 치닫게 하는 촉매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토마호크 미사일의 한정적인 재고와 생산 속도 등을 고려할 때 실제로 우크라이나에 줄 수 있는 수량이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토마호크를 계속 언급하는 것은 이 같은 위협만으로도 푸틴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는 "토마호크는 엄청난 무기이며 러시아는 이게 필요하지 않다"면서 "하지만 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제공을) 할 수 있다.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미국외교협회(CFR) 유럽 담당 연구원인 리아나 픽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매각을 강행할지는 푸틴이 트럼프에게 '이렇게 하면 안 돼. 핵전쟁으로 이어질 거야'라고 말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