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홍콩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참사로 인한 사망자가 90명을 훌쩍 넘어서며 인명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홍콩 성도일보는 28일(현지시간) 소방당국 발표를 인용해, 지난 26일 발생한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현재까지 94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부상자는 소방관 11명을 포함해 76명이며, 이 가운데 12명은 위독, 28명은 중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상자가 많아 인명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실종자도 적지 않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전날(27일) 새벽 브리핑에서 실종자가 279명이라고 밝힌 뒤 추가 수치는 업데이트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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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홍콩의 고층 아파트 단지인 `윙 푹 코트`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사진=로이터] |
이번 화재는 26일 오후 2시 51분경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에 있는 32층짜리 공공 주거용 고층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Wang Fuk Court)'에서 시작됐다.
단지는 총 8개 동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가운데 7개 동에서 불길이 번졌고, 이 중 4개 동은 약 10시간 만에 대부분 진화됐으나 나머지 3개 동은 발화 24시간이 넘은 27일 저녁이 되어서야 비로소 진화 단계에 들어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홍콩 소방청은 이날 오전 1시 20분 기자회견에서 "화재는 대부분 진압됐으며, 소방차가 잔불과 재발화를 막기 위해 계속 물을 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피해를 입은 7개 동 전체에 대한 수색 작업을 진행 중이며, 건물 내부에서 생존자와 시신을 찾는 작업을 이날 오전 중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화재는 사망·부상자를 합친 사상자만 최소 135명에 이르며,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됐다. 1948년 176명이 숨진 홍콩 창고 화재 이후 77년 만에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낸 화재 사고이기도 하다.
원인 분석도 속도를 내고 있다. 웡 푹 코트는 1983년 입주를 시작한 노후 공공 아파트 단지로, 약 2천 가구, 4천800명가량이 거주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지난해 7월부터 진행 중이던 외벽 대규모 보수 공사가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공사용 대나무 비계(飛階 : 작업자의 이동 편이를 위해 공사 건물 외벽에 설치하는 간이 구조물)와 이를 감싼 안전망이 불길을 타고 순식간에 번지면서, 건물 외벽을 따라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았다는 것이다. 비계는 보통 금속 구조물이 사용되지만, 홍콩에서는 여전히 대나무 비계가 널리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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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밤 홍콩 소방대원들이 잔불과 재발화를 막기 위해 아파트 건물에 물을 뿌리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홍콩 경찰은 불이 나지 않은 동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구의 창문과 각 동 엘리베이터 로비 창문이 발포 폴리스티렌 폼으로 막혀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소재는 가연성이 높아 불이 날 경우 화재 확산을 크게 키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아파트 단지의 관리회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중상 또는 사망을 초래한 중과실치사 혐의로 해당 아파트 건물관리 회사 이사 2명과 컨설턴트 1명(52~68세)을 체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화재 발생 당일인 26일, 숨진 소방관과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유족과 피해자 지원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홍콩 주재 중앙인민정부 연락판공실 주임을 통해 존 리 행정장관에게 "직무 수행 중 목숨을 잃은 소방관과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를 전하라"고 전했다.
아울러 공산당 중앙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과 홍콩 연락판공실에 대해,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의 화재 진압·수색·부상자 치료·사후 구호 활동을 전폭 지원하고, 관련 부처와 지방 정부도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 인명 피해와 재산 손실을 최소화할 것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