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연장 조사 30일 마무리, 12월 3일 발표 유력
불안정 지반, 미세 누수가 복합 작용한 듯
사조위 대책에 정밀 조사·보강 확대책 담길 전망
50m 간격 시추·계측도 '이상 징후 無'
전문가 "사전 발견 사실상 어려운 조건"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서울 명일동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 사고의 배경을 두고 예측하기 어려운 연약지반이 핵심 원인이라는 전문가의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근 지하철 터널 공사와의 연관성을 제기했지만, 실제 영향 가능성은 낮다는 반론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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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발생한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형 땅꺼짐(싱크홀) 현장에서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 위원들이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최지환 기자] |
29일 국토교통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다음달 3일 명일동 지반침하 사고의 원인 조사 결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사고는 지난 3월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등학교 사거리에서 4개 차로 크기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오토바이 운전자 1명이 추락해 사망했다. 원인 규명을 위해 사조위가 구성됐으며, 지난달 1일 운영기간 2개월 연장을 결정했다. 계획대로라면 이달 30일 조사가 완료된다.
사고 지점 지하 11m에서는 대우건설이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 사업' 터널 굴착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해당 구간은 지하수 유입에 취약한 변성암 지반으로 구성돼 있어, 사고 당시 이미 지반 안정성이 크게 저하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시에 인근 하수관의 장기간 누수로 지반이 점진적으로 약해진 상황에서, 눈에 띄지 않던 암반 내 불연속면이 한순간에 붕괴되며 싱크홀로 이어졌다는 전문가 분석도 제기된다. 불연속면은 인장강도가 매우 낮아 터널·댐 등 대형 구조물의 안전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취약 지반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수관 누수는 물이 '콸콸' 새는 형태가 아니라 미세하게 스며드는 수준이어서 지상에서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렵다"며 "계측기나 지하수위 변화에서도 뚜렷한 신호가 나타나지 않는 특성이 있어, 사전에 파악하기가 사실상 매우 어려운 조건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시점 지하수위는 18~26m 수준으로 낮았으나, 이는 2021년경부터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된 것으로 파악된다. 지하수위란 땅속 물의 깊이로 공사나 자연적인 요인으로 급격히 낮아질 경우 지반 내 공간이 생겨 싱크홀이 발생할 수 있다.
당초 사고 직후 터널 공사 현장 인근 상수도관에서 물이 쏟아진 것이 지반침하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의견도 있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상수도관은 사고 이후에 깨진 것으로 확인돼서다.
현재로서는 시공사에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터널은 설계 기준에 따라 굴착·보강이 이뤄졌고, 사고 지점을 이미 약 20m가량 통과한 이후 지반이 붕괴했기 때문이다. 비개착 터널 공사의 시추조사 기준이 100m당 1회인 점을 감안하면, 대우건설이 이를 50m 간격으로 강화해 조사를 진행한 것도 고려 요소다. 시추 결과에서도 사고 직전까지 특별한 이상 징후는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법을 변경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조건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대우건설은 암반에 천공 후 화약을 폭발시켜 굴착하고, 이후 벽면에 숏크리트를 타설하는 NATM(나틈) 공법으로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사고 후 일각에서 "그라우팅을 충분히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조사 과정에서는 그라우팅 투입량 역시 기준 대비 부족했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는 의견이 확인됐다.
한 토목 전문가는 "이런 상황에서 시공사가 발주처에 TBM(터널 굴착기) 등 더 비용이 높고 강도가 센 공법을 요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전국에 1000개가 넘는 지하시설이 운영되는 현실에서, 균열 민원이 발생할 때마다 공법을 전면 변경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설계·시공 과정에서 일부 미흡한 점을 지적할 수는 있으나, 붕괴의 직접 원인을 부실 시공으로 규정하는 결론에는 도달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번 결과 발표에서 사조위는 재발 방지를 위해 ▲지반조사 절차 강화 ▲지하수 관리의 세분화 및 상시 모니터링 체계 구축 ▲공법 적용 기준의 구체화 ▲민원 대응 기준의 정교화 등을 포함한 대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반조사 시 지하수위 변화가 크거나 불연속면 존재 가능성이 있는 구간에서는 더 촘촘한 시추 간격을 적용하는 세부 기준을 새롭게 마련한다. 지하수위 관리 기준도 세분화한다. 지하수위가 내려가는 단계마다 보강공법 조정 등 정밀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꾼다.
공법 측면에서는 TBM 공법의 활용 확대를 검토할 확률이 높다. 굴착과 동시에 세그먼트를 설치해 지반 노출 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굴착 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불연속면이 무너져 사고로 이어지는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또 주유소 바닥 균열처럼 지상에서 징후가 관측되면 단순 보수나 계측기 추가 설치 등의 대응이 아니라 추가 시추조사, 공법 변경 검토까지 포함하는 세부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는 조사 결과에 대해 아직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공개 일정이 아직 유동적"이라며 "발표가 이뤄질 경우 사조위가 검토한 기술적 사항이 핵심 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