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2일 DB증권은 3차 상법 개정안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면서 국내 기업지배구조 전반에 변화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은 자사주를 자본으로 명시하고 신규 취득분뿐 아니라 기존 보유 자사주까지 소각을 의무화하며, 처분 절차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설태현 DB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활용 교환사채 발행 금지, 합병·분할 시 신주 배정 금지 등 편법적 지배력 유지 수단을 원천 차단하는 강도가 높은 개정안"이라며 "여당의 국회 다수 의석과 정치적 명분을 고려하면 법안은 빠르게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경영권 방어 공백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영 효율성 극대화와 주주 신뢰 확보라는 압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DB증권은 자사주 소각의 직접적 효과가 EPS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EPS 산출 시 분모인 유통주식 수에는 이미 자사주가 제외되어 있어, 회계 장부상 자사주 항목을 '보유'에서 '소멸'로 변경하더라도 EPS 수치는 동일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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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
설 연구원은 "자사주 소각은 이익(EPS)이 아닌 PER과 PBR과 같은 밸류에이션 지표에 질적 변화를 주는 과정"이라며 "소각 이후 매각 가능성이 영구적으로 제거되고, 위험 프리미엄이 하락해 시장이 요구하는 수익률이 낮아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는 곧 PER 멀티플 확대로 이어져 주가 내재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만든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자사주 소각이 ROE에도 간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자사주는 자기자본에서 차감되지만, 소각 자체가 ROE 분모를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설 연구원은 "자사주 소각은 자본 구조 개선과 경영진의 효율성 압박을 가져오며 PBR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PBR은 PER과 ROE의 곱으로 산출되기 때문에, PER 상승은 PBR 개선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특히 보험·증권·에너지·부동산 업종이 자사주 비중이 높아 개정안 수혜가 클 것으로 제시했다. '자사주 비중 업종 비교 차트'에 따르면 보험과 증권 업종은 자사주 비중이 각각 약 14%, 10% 수준으로 상위권이다.
또한 개별 기업 중에서는 자사주 비중이 높고 업종 대비 PBR과 ROE가 낮은 기업이 소각 시 주가 레벨업 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자사주 소각 시 상승 여력 종목' 표에서는 신영증권, 조광피혁, 모토닉, 미래에셋생명, SK에너지, 서울가스 등 다수 종목이 높은 상승여력 순으로 제시됐다.
설 연구원은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은 1년 6개월 내 소각을 완료해야 한다"며
"소각 자체가 재무지표를 단순히 바꾸는 행위가 아니라, 시장의 할인요인을 제거하고 장기적 주주가치를 끌어올리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개정안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해외 자본 유입을 이끄는 제도적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과 저PBR 업종을 중심으로 구조적 리레이팅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nylee5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