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이후에도 공공공사 5건 추가 수주...가덕도신공항 신규 참여사로 부상
내년에도 공공공사 위주 수주 전략...공항·철도·교량 등 인프라 공사 공략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지난달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의 시공사로 지목된 HJ중공업 건설부문이 사고 이후에도 공공공사 수주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사고 이력 업체에 대한 공공공사 입찰 제한 제도가 존재하지만 실제 적용 사례가 많지 않아 제도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HJ중공업은 국책 사업인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며 '사고 건설사' 이미지를 벗기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지방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회사는 무리한 신규 사업 확장보다는 기존 포트폴리오 유지와 공공 인프라 중심의 수주 전략에 무게를 둘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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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화력발전소 붕괴사고 이후 HJ중공업 건설부문 공공공사 수주 내역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 HJ중공업, 대형 붕괴 사고 이후 공공공사 5건 수주
8일 업계에 따르면 HJ중공업은 지난달 6일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 이후 공공공사 총 5건을 수주했다. 1건은 필리핀 공공사업도로부가 발주한 것이지만 나머지 4건은 한국전력공사 등 국내 공공기관의 사업이다.
국가계약법은 사업자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하나의 사업장에서 2명 이상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해당 기업을 부정당업자로 지정하고 최대 2년 공공입찰을 제한하도록 규정한다. 이 때문에 총 7명이 사망한 울산화력발전소 사고의 원청 시공사 HJ중공업은 당분간 공공공사 수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다. 특히 HJ중공업은 민간보다 공공공사의 비중이 높은 기업인 만큼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현재 HJ중공업의 행보는 추측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는 건설사를 부정당업자로 지정하는 사례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조달청에서 제출받은 공공입찰 참여 제한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국가계약법상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공공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받은 건설사는 한곳도 없었다.
2021년 사망자 6명이 발생한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 현장의 원청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도 관련 제재를 받은 바 없다. 국가계약법상 공공입찰 제한은 사고 건설사에 대한 형사 판결이나 행정처분이 확정돼야 적용이 가능하다. 확정까지는 통상 수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당장 입찰 참여에 대한 제약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을 활용해 HJ중공업은 신규 공공공사 입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부산시 '벡스코 제3전시장 건립사업',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제6-1차 남양주왕숙2 A-6BL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 경기도교육청 '송담고등학교 신축공사'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대형 사고를 일으킨 건설사를 선정하는 것 자체가 사회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벡스코와 남양주왕숙 사업은 여러 건설사가 컨소시엄을 꾸려 입찰에 참여하는 형태다. HJ중공업이 단독으로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입찰 경쟁 시 사고 리스크가 상당 부분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
◆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HJ중공업 참여 유력
특히 컨소시엄 형태의 공공공사 중에서도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에 대해서는 HJ중공업의 참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사업은 컨소시엄 주관사였던 현대건설이 지난 5월 공사기간과 사업비를 두고 정부와 이견을 보이면서 이탈했다. 지난달 국토교통부에 의해 사업 조건이 일부 변경됐고 재입찰을 앞두고 있다. 대규모 공사인 만큼 현대건설의 공백을 메울 건설사가 필요하다.
HJ중공업이 새롭게 사업에 참여할 유력 건설사로 평가된다. HJ중공업은 국내 16개 공항 중 13개 공항 시공에 참여한 경험이 있어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HJ중공업도 지난달 개최된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사업설명회에 참석하는 등 컨소시엄 합류를 염두에 둔 움직임을 보인다. HJ중공업의 사고 이력보다는 가덕도신공항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는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가 크게 작용하는 분위기다.
HJ중공업이 가덕도신공항 사업에 참여한다면 최소 4000억원 이상의 공사비를 얻을 수 있다.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의 총 공사비는 10조7175억원이다. 기존 컨소시엄에서 가장 적은 지분(각 4%)을 가졌던 금호건설·HL D&I한라·코오롱글로벌·동부건설·KCC건설·쌍용건설·BS한양·효성중공업과 동일한 지분량을 확보한다고 가정하면 약 4287억원이 HJ중공업의 몫이 된다.
공사기간이 106개월임을 고려하면 연간 공사비는 약 485억원 수준이다. 지난달 HJ중공업이 수주한 '부산 범천5구역 재개발 사업'의 낙찰 금액이 3497억원이었다. 이 재개발 사업의 경우 공사기간은 40~45개월 정도로 예상되며 연간 공사비는 약 933억~1049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와 비교하면 가덕도신공항 사업 공사비를 통한 예상수익은 크지 않다.
그럼에도 HJ중공업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다양하다. 우선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의 이미지를 지우고 '공항 전문 건설사'라는 인식을 확대할 수 있다. 공공입찰 제한에 대한 잠재적 리스크를 안은 상황에서 국책 사업에 참여한 대의를 정부와 공공기관에 부각할 수 있다. HJ중공업 본사가 위치하고 공공·민간 공사 수주를 꾸준히 모색해온 지역인 부산에서의 위상을 확대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HJ중공업이 지분을 4% 이상 소화할 가능성도 있다. 현 시점에서 현대건설의 25.5% 지분이 미배분 상태이며 공사 난이도를 이유로 컨소시엄 신규 참여 의사를 보류하는 건설사가 적지 않다.
◆ HJ중공업, 내년에도 공공공사 집중 전략 전망
향후 HJ중공업은 가덕도신공항 사업을 포함해 공공공사 위주 수주 전략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 본래도 HJ중공업은 전통적으로 민간공사보다 공공공사에 강했다. 현재의 건설부문은 1967년 설립된 대한준설공사(한진종합건설)와 1968년 출범한 한일개발(한진건설)이 1999년 한진중공업으로 통합되면서 탄생한 조직이다. 역사가 긴 조직인 만큼 1970년대부터 본격화된 국가 주도 인프라 건설 사업에 참여한 이력이 풍부하다. 영종대교, 인천대교, 경부고속철도 등 대규모 국책사업을 경험하면서 건축, 토목 부문 공공공사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주택 사업은 2006년 출시한 브랜드 '해모로'를 활용하고 있다. 부동산 호황기에 도시정비사업 등 민간 주택 사업이 HJ중공업 건설부문 실적에 일부 도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시기와 관계 없이 전체 실적을 견인하는 것은 주로 건축, 토목 기반 공공공사였다. 지방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됐던 2020년과 2021년 당시에도 진행 공사 중 공공 발주 사업이 70% 이상을 차지했다. 현재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악화된 동시에 정부가 건설사 지원을 위한 공공 발주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HJ중공업이 민간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동기는 당장은 크지 않아 보인다.
HJ중공업은 공항, 철도, 공연 및 전시시설, 병원, 항만 및 항만크레인, 발전시설 등 특화 공종 위주 공공공사 수주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HJ중공업 관계자는 "공공공사에서 오랜 기간 핵심 경쟁력을 키워오며 전통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며 "향후에도 정부의 사회기반시설(SOC) 투자 확대 기조에 발맞춰 공항, 철도, 교량 등 다양한 인프라 사업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안정적인 일감을 꾸준히 확보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 부문에서 축적된 레퍼런스와 사업 관리 역량을 민간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반으로 삼아 사업 포트폴리오에 있어서 견고함과 중장기 성장 기반을 동시에 다져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blue9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