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놓고 경영권 분쟁 격화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신한투자증권은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함께 추진하는 대규모 제련 투자 프로젝트가 중장기 기업가치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과 한승훈 연구원은 16일 리포트에서 "고려아연이 미국의 탈중국 핵심 광물 공급망 재편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고려아연은 미국 테네시주에 총 10조9500억원 규모의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하는 '크루서블 프로젝트(Crucible Project)'를 추진한다. 연간 54만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이 제련소는 2027년 착공해 2029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한다. 아연·연·구리·금·은을 비롯해 안티모니, 게르마늄, 갈륨 등 전략 광물 13종을 생산하는 것이 골자다.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미국 정부의 직접적인 참여다. 연구진은 "미국 상무부와 전쟁부의 지원과 관여는 이번 투자가 단순한 민간 사업을 넘어 한·미 경제안보 동맹의 상징적 자산이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이를 '미국의 큰 승리'라고 평가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했다.
자금 조달을 위해 고려아연은 미국 현지 합작법인인 'Crucible JV LLC'를 대상으로 약 2조85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발행 신주는 220만9716주로 기존 주식 수의 약 12%에 해당하며 발행가는 주당 129만133원으로 기준 주가 대비 약 9.8% 할인된 수준이다. 보호예수 기간은 1년이다.
다만 이번 유상증자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변수로 지목된다. 최윤범 회장 측과 경영권 다툼 중인 영풍·MBK 연합은 이를 '경영권 방어를 위한 주주가치 훼손'으로 규정하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을 예고한 상태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미국 정부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회사 경영진에 강력한 명분을 제공하며 향후 법적 공방에서 핵심 방패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광래 연구위원과 한승훈 연구원은 "크루서블 프로젝트는 기존 기업 투자와 달리 국가 간 공급망 전략과 맞물린 사례"라며 "고려아연의 사업 위상과 전략적 가치가 글로벌 차원에서 재평가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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