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사상 최고치 대비 30% 떨어진 비트코인 가격이 장기 보유자의 계속되는 차익 실현으로 당분간 가격 하락 압박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17일(현지시각) 블룸버그가 공개한 K33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최소 2년 이상 이동이 없었던 비트코인 물량은 2023년 초 이후 160만 개 감소했다. 이는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400억 달러 규모로, 장기 보유자들이 지속적으로 매도에 나서고 있음을 시사한다.
2025년 들어서만 해도 1년 이상 휴면 상태였던 비트코인 가운데 약 3,000억 달러어치가 다시 유통되기 시작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크립토퀀트는 최근 30일간의 장기 보유자 물량 분산 규모가 지난 5년 이상 기간 중 가장 큰 수준 중 하나라고 밝혔다.

탈중앙화금융(DeFi) 전문 리서치 회사 에르고니아의 리서치 총괄 크리스 뉴하우스는 "시장은 얇은 매수 호가 속에서 현물 매도가 꾸준히 이어지는 '느린 출혈' 국면을 겪고 있다"며 "이는 레버리지 청산에 따른 급락보다 훨씬 되돌리기 어려운, 점진적인 하락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지난 1년 동안 이러한 매도 물량은 새롭게 출시된 비트코인 ETF와 암호화폐 투자사들의 강한 수요에 의해 흡수돼 왔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반전됐다. ETF 자금 흐름은 순유출로 전환됐고, 파생상품 거래량은 감소했으며, 개인 투자자 참여도 눈에 띄게 줄었다. 동일한 매도 물량이 이제는 훨씬 약해진 시장, 즉 적극적인 매수자가 부족한 시장으로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압박이 가장 심했던 시점은 10월 10일이라면서,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징벌적 관세와 관련해 예상치 못한 발언을 내놓은 이후 하루 만에 약 190억 달러 규모의 청산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암호화폐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레버리지 청산 사태였다.
해당 충격 이후 트레이더들은 파생상품 시장에서 대거 이탈했으며, 현재까지도 뚜렷한 복귀 신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비트코인은 공매도 포지션 대거 청산의 영향으로 9만 달러까지 일시적으로 반등했지만, 곧바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비트코인은 10월 급락 이후 이어진 박스권 하단으로 다시 밀리며 한때 2.8% 하락한 8만 5,278달러까지 떨어졌다.
코인글래스 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 옵션과 무기한 선물의 미결제약정(open interest)은 모두 10월 급락 이전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이는 암호화폐 거래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파생상품 시장에서 여전히 대부분의 트레이더들이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현물과 선물 가격 차이를 이용하는 이른바 '베이시스 트레이드'도 헤지펀드 입장에서 수익성이 사라진 상태다.
다만 K33의 수석 애널리스트 베틀레 룬데는 장기 보유자의 매도 압력이 점차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앞으로를 보면 장기 보유자들의 매도 압력은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지난 2년간 전체 비트코인 공급의 약 20%가 재유통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2026년에는 비트코인 초창기 투자자들의 매도가 잦아들고, 제도권 통합이 심화되면서 2년 이상 보유 물량이 다시 늘어나고 비트코인이 순매수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한국시간 기준 18일 오전 8시 19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8만 6,110.84달러를 지나고 있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