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100주선 방어 여부 '분수령'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암호화폐 시장의 약세 흐름이 이어지며 전체 시가총액이 한 달 사이 세 번째로 3조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연초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입의 수혜를 입었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대형 자산을 중심으로 매도 압력이 집중되면서, 단순한 단기 조정을 넘어 추가 하락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시간 17일 오후 8시 현재 비트코인(BTC)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0.66% 하락한 8만6754.60달러에 거래됐다. 전날 반등분 일부를 되돌리며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를 다시 위축시켰다. XRP는 1.90달러 부근에서 반등이 멈췄고, 이더리움(ETH)도 장중 2969달러 고점 이후 2924달러 선으로 밀렸다.

◆ ETF 수혜 대형 코인 하락 주도하며 투자 심리 급랭
시장에서는 이번 하락이 개인 투자자 투매보다는 기관 투자자들의 포지션 조정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실제로 매도는 ETF 거래 비중이 높은 대형 코인에 집중됐다. Fx프로의 알렉스 쿠프치케비치 수석 애널리스트는 "연말을 앞두고 기관들이 위험 노출을 재평가하면서 주요 코인들이 투자 심리 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의 약세는 이날 아시아 증시의 상승 흐름과는 대조적이었다. 홍콩 항셍지수, 상하이종합지수, 코스피 등 주요 지수는 11월 중국 경제지표 부진 이후 베이징의 재정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한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는 반등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미국의 고용 지표 발표 이후 98.50 수준으로 올라섰다. 11월 미국 비농업 고용은 6만4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실업률이 4.6%로 뛰며 202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강세는 일반적으로 비트코인과 같은 달러 표시 자산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투자 심리는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암호화폐 공포·탐욕 지수는 '극단적' 공포를 가리키는 15까지 떨어지며 한 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월과 4월의 단기 조정과 달리, 이번에는 여러 대형 코인이 중요 기술적 지지선을 동시에 이탈하고 있다는 점이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기술적으로 비트코인의 다음 주요 지지선은 8만1000달러 부근으로, 11월 저점과 3월 박스권이 겹치는 구간이다. 이 선이 무너지면 2021년과 2024년 사이 장기간 저항선으로 작용했던 6만~7만 달러대까지 조정 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유동성 환경도 부담이다. 암호화폐 마켓메이커 겸 암호화폐 ETF 유동성 공급자인 플로우데스크에 따르면 연말을 앞두고 유동성이 줄어들며, 거래량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포지션 정리와 레버리지 축소가 겹치면서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온체인 지표는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다. 크립토퀀트는 최근 비트코인 랠리가 일단 힘이 소진됐을 가능성을 지적하며, 추가 조정 국면을 거친 뒤에야 다음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클래스노드는 채굴업체를 넘어 기업과 금융기관 중심의 장기 보유는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비트코인 최대 상장 보유 기업인 스트래티지는 최근 약 10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추가 매입했다.
◆ 비트코인, 100주선 방어 여부 '분수령'
시장의 초점은 100주 단순이동평균선(SMA)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 장기 지지선은 지난 3주 동안 비트코인의 추가 하락을 막아왔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해당 지지선을 깨고 내려가면 시장의 투매세가 강화할 수 있다. 실제로 스트래티지(MSTR)의 주가는 이미 100주 SMA를 이탈하며 약세 신호를 먼저 보냈다. MSTR은 11월 초 100주선을 깨고 220달러까지 하락한 뒤 현재 160달러 수준으로, 연중 고점 대비 60% 이상 밀린 상태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100주선을 지켜내지 못할 경우, 주식시장에서 먼저 나타난 MSTR의 조정 경로를 따라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경고가 나온다. 반대로 이 지지선에서 반등에 성공할 경우, 연말·연초 자산 재조정 과정에서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여지도 남아 있다.
연말로 갈수록 시장은 방향성보다 방어와 관망 국면에 가까워지고 있다. K33리서치의 베틀 룬데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이 이번 분기 주식시장 대비 크게 부진한 만큼, 연초 포트폴리오 재조정 과정에서 수급이 개선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뚜렷한 촉매 전까지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