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환 이사장 "간병비 급여화 필요"
요양원 모델 제안…간병비 62만원↓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요양병원은 나이 들어서 가는 마지막이라고 하는데 여기는 아니다. 뇌출혈이 와서 반쪽이 마비됐는데 여기와서 걷고 서는 게 달라졌다."
경북 예천군 경도요양병원에서만난 배태환 씨는 지난 19일 이같이 말하면서 요양병원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 '생동감' 넘치는 요양병원…환자 "환자 중심 케어 이뤄져"
경도요양병원에 있는 환자들은 생동감이 넘쳤다. 흔히 요양병원에 있는 누워있는 환자들과 다른 모습이었다.
배 씨는 뇌출혈로 한쪽이 마비됐다. 경기도 요양병원에서 생활하다가 경도요양병원으로 옮긴 배 씨는 재활하면서 걷기도 하고 많이 움직일 수 있게 됐다. 배 씨는 "이곳은 환자 중심이라서 케어가 잘 잘 됐다"며 "그게 제일 좋다"고 했다. 그는 "여기서 서고 걷는 것이 달라졌다"며 "(병원에서) 많이 움직일 수 있는 활동을 마련한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관현 씨는 2021년부터 입원해 제일 오래 있었다. 자전거를 타다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목이 골절됐다. 이 씨는 한 TV 방송에서 경도요양병원을 보고 입원했다.
이 씨는 "처음에는 욕창이 있었는데 이 병원에 와서 다 나았다"며 "간호사와 간병인 분들이 체위도 잘 바꿔주고 재활도 잘하도록 도와준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곧 퇴원한다"며 웃었다.
주춘옥 씨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원장의 추천을 받아 이 병원으로 오게 됐다. 처음에는 걷지 못했는데 병원에 와서 재활 선생님의 손을 잡고 아침, 저녁으로 걷다 보니 어느새 잘 걷게 됐다고 말했다.
◆ 탈 욕창·낙상·냄새·억제대·기저귀…아이디어 '십시일반' 모아
다른 요양병원과 달리 활력이 넘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윤환 경도요양병원 이사장은 그 비결로 '존엄케어'를 꼽았다. 존엄케어는 욕창, 와상, 낙상, 냄새, 억제대, 기저귀가 없는 환자 중심 돌봄 서비스다.
경도요양병원은 2013년 '존엄케어'를 선포했다. 욕창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2시간마다 체위를 변경해야 한다. 이 이사장은 2시간마다 방송을 틀어 간병인들이 다같이 환자 체위를 변경하도록 했다. 고령층 환자가 많은 만큼 낙상 방지도 중요하다. 경도요양병원에는 환자의 낙상을 막기 위해 특별한 공간을 만들었다. 환자들이 기어다닐 수 있는 온돌 병동이다.

이 이사장은 "50cm 높이의 침대여도 떨어지면 골절이 발생한다"며 "20cm 침대를 제작해 낙성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탈 기저귀 시도도 만만치 않았다. 경도요양병원은 환자가 휠체어를 탈 수 있는 정도가 되면 탈 기저귀를 시도한다. 처음에 침대에 누워있던 환자가 온돌방에서 팔과 다리를 이용해 움직이도록 노력한 끝에 탈 기저귀를 성공한 사례도 있었다.
이 이사장은 "기저귀를 차는 것은 직원 입장에서 편하지만 환자 자존감 측면에서 중요하다"며 "환자들한테 이런 부분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를 묶지 않기 위해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십시일반 모으기도 했다. 한 수간호사가 아이의 장갑에 패드를 꿰매 환자에 씌어주면서 탈 억제대도 성공했다.
◆ 간병비 급여화로 서비스 질 높여야…요양원 모델, 저비용 고효율 OK
그러나 모든 요양병원이 경도요양병원처럼 존엄케어를 실시할 수 없다. 간병비 적자 등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경도요양병원도 수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처음에는 월 60만원의 간병비를 내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해 재활병원을 세워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했다.
문제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중증·와상 환자만 수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간병이 필요한데 비싼 간병비에 제대로 된 간병이 이뤄지지 않는 요양병원을 선택하는 국민이 여전히 있는 것이다.

경도요양병원은 요양원을 세워 저렴한 비용으로 간병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 요양원 장기요양보험 모델을 이용하면 환자 1명당 간병 비용은 월 140만원으로 재활병원 모델 간병비용인 월 440만원보다 훨씬 적다. 정부가 추진하는 요양병원 간병비안(월 280만원) 대비 절반 가량 수준이다.
이 이사장은 만일 정부가 이 모델을 이용하면 환자 본인부담액도 정부안 대비 최대 62만원 준다고 주장했다. 본인부담률을 30%를 적용할 경우 환자가 내는 돈은 월 80만원에서 90만원이다. 만일 요양원 장기요양보험 모델을 이용하면 환자가 부담하는 돈은 본인부담률 20% 적용 시 월 28만원이다.
이 이사장은 "지금은 싼 곳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만일 정부가 간병비 급여화로 가격이 똑같아지면 병원들이 서로 경쟁하고 환자도 질 높은 곳으로 갈 것"이라며 "요양원 모델을 하면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요양병원 간병비안보다 저 비용으로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sdk199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