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형 CCTV로 상괭이·육지성 게류 모니터링
상괭이 관찰 지난해 1100회서 올해 1만회로↑
생태통로로 육지성 게류 로드킬 1년 새 56%↓
[AI 공공실험실] 기획 시리즈는 공공기관이 인공지능(AI) 도입의 시험대가 되고 있는 현장을 조명한다. <뉴스핌>은 공공기관 각각의 업무 환경에 맞춰 직접 개발하고 적용 중인 기술 사례를 통해 공공 부문 AI 활용이 현장과 행정에 가져온 변화를 짚어본다.
[사천=뉴스핌] 양가희 기자 = 섬이 많고 수심이 깊지 않은 경남 사천 앞바다. 육지의 각산 아래 사천바다 케이블카와 삼천포 유람선 터미널 중간에서 삼천포대교가 시작한다. 삼천포대교는 모개도와 초양도를 잇는 초양대교로 이어진다. 초양대교 다음은 늑도대교, 늑도대교 다음은 창선대교다. 이 중 초양대교와 늑도대교 아래 바다가 바로 한려해상 국립공원 사천지구다.
달리 말하면 공식 행정지명에서는 사라진 '삼천포' 앞바다다. 물살이 세고 수심이 얕기에 예로부터 멸치·숭어 등 물고기가 많았다. 전통 어업 방식인 죽방렴이 발달한 배경이다. 먹이원이 풍부하니 멸종위기 보호동물인 우리나라 토종 돌고래 상괭이가 자주 출몰한다. 그래서 국립공원공단은 이곳에 상괭이 모니터링을 위한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다.
◆ 멸종위기 처한 토종 돌고래 상괭이…365일 24시간 모니터링 가능해졌다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하려면 우선 현재 개체 수가 얼마인지, 이동 경로와 분포 현황은 어떤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최근 들어 일부 연구기관에서 드론을 활용한다고 하지만, 소음과 진동에 예민한 상괭이는 배나 드론이 조금만 가까워져도 곧바로 잠수한다. 물 속에 사는 상괭이를 세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현실적으로는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포유류인 돌고래가 숨을 쉬기 위해 수면으로 올라온다. 이때 등지느러미가 있다면 물 속의 동물을 식별하기 쉽다. 문제는 다른 돌고래와 달리 상괭이가 등지느러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동 경로 조사도 쉽지 않다. 철새 다리에 가락지를 달아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것처럼 상괭이에 조끼를 입히는 방법도 있지만, 역동적인 헤엄에 벗겨지기 일쑤다.
한려해상 국립공원은 국가보호종 나팔고둥 모니터링을 2020년 시작했다. 관찰 과정에서 상괭이가 자주 보여 단순하게 위치와 마리 수를 기록했다는 설명이다. 계획에 기반한 본격적인 모니터링은 2023년부터다. 시민과학자와 한려해상 사무소 직원들이 직접 초양대교 등에 올라 상괭이가 지나가면 기록하는 방식인데, 야간에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올해부터는 선박·드론·육상부 등 육안 조사와 더불어 지능형 CCTV 체계를 가동했다.
CCTV는 상괭이가 주로 나타나는 초양대교와 창선대교 아래 설치했다. 130도인 카메라 화각에 맞춰 사각지대가 없도록 한 다리당 2대씩 총 4대다. CCTV 화면은 한려해상 사무소로 송출된다. 인공지능(AI) 시스템으로 영상에 잡힌 물체를 상괭이인지 아닌지 판단하고 있다. 지능형 CCTV 시스템이 없었던 지난해에는 약 1100회 관찰했는데, 올해는 1만회 이상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상괭이 관찰에 대해 한 한려해상 국립공원 사무소 관계자는 "상괭이는 먼 바다보다 육지와 가까운 곳에 자주 나타난다. 해안선과 5㎞가량 떨어진 정도다"라며 "수심 20m 내외에서 관찰이 잘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서해안은 안강망이 많이 설치되어 상괭이 폐사가 종종 발생한다. 남해안은 수심이 낮고 안강망이 없어 서해안보다 안정적 서식처로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과제는 오탐률 개선이다. 현재는 기상여건이 좋으면 50% 이상 식별하는 정도기 때문이다. 바다는 항상 넘실거려 수면이 고르지 않다. 아침 햇빛으로 인한 빛 반사, 노을, 파도, 해무 등 각종 자연 현상이 어려움을 안긴다. 바다를 떠다니는 부표나 선박도 있다. 상괭이와 비슷한 크기의 물체가 지나가면 판별에 애로가 생긴다. 현재 모니터링 시스템에서 한려해상 사무소 직원이 꼭 확인이 필요한 이유다.

이 관계자는 "내년에는 오탐률을 줄여 70~80% 탐지를 목표로 할 것"이라며 "다만 AI로 해양생물을 실시간 탐지하는 시스템은 세계 최초일 것이다. 내년에는 고래연구소 등과 협업해 국제논문 제출도 추진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 산란기 암컷 집단 로드킬에 종 존속 위험한 육지성 게류…1년 새 로드킬 56% 감축
한려해상 국립공원은 육지성 게류 보호도 AI 기반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도둑게, 붉은발말똥게 등 육지성 게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다. 대부분 육지에서 생활해도 유생털이를 위해서는 바다로 이동해야 하는데, 해양도로가 산과 바다 사이를 막고 있어 찻길사고(로드킬)이 잦다. 몸통이 3~5㎝ 정도로 크지 않고, 야간에 움직인다는 특성도 한몫한다.
2020년 서울대 연구결과에 따르면 경남 남해 해안도로에서 발생하는 연간 도둑게 로드킬 밀도는 1㎞당 1594마리로, 척추동물(1㎞당 87.8마리)의 18배 수준이다. 로드킬 개체의 대다수(95%)는 암컷인데, 산란을 위해 바다로 가는 길에서 찻길사고를 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암컷 한 개체가 품고 있는 알은 평균 2만2000여개다. 산란기 암컷의 집단 폐사는 장기적으로 멸종 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

경남 남해군 설천면 문의갯벌 해안도로는 중간부터 한려해상 국립공원 남해대교지구가 시작된다. 공단은 공원구역 시작점부터 강진교 전까지 약 250m 길이 도로에 스틸판으로 된 유도 울타리를 세웠다. 울타리 등은 포스코 스틸리온의 협력으로 마련했다. 이곳은 산과 바다가 맞닿은 지역으로, 해안도로가 길게 이어지는 구간이다. 산에서 내려온 육지성 게류가 차도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세운 것이다.
생태통로는 차도 아래 터널 2곳을 두고, 생태통로 입구가 나오도록 지능형 CCTV를 설치했다. CCTV 영상은 상괭이 모니터링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사무소에 실시간 송출된다. 게류는 상괭이와 달리 카메라가 가까이에서 찍을 수 있기에 100% 가까이 식별하고, 종까지 구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생태통로 설치 이후 올해 로드킬은 지난해 대비 56%가량 줄었다. 공원구역 밖으로 이동하는 개체의 보호를 위해서는 주민 동의를 얻어 생태통로와 유도 울타리를 설치해야 한다. 한려해상 사무소 관계자는 "공원 구역 내에는 스틸판으로 된 울타리를 설치했다. 내년에는 공원 구역 밖에도 천막을 활용해 임시 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heep@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