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법안 반대 의원 명단 공개해야"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24일 오후 12시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인근에서는 확성기를 든 두 무리가 경찰 저지선을 사이에 두고 서로 대치한 채 고성을 질렀다. 한편에서는 "위안부 동상 철거하라"는 팻말을 들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역사부정 세력 물러가라"는 깃발을 올렸다.
이곳과 50여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주최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극우·역사부정 세력들은 2018년 무렵부터 수요집회 인근에서 방해 집회를 매번 열고 있다. 이 같은 방해 시위를 막기 위해 진보 단체 시위대가 맞불 집회 형식으로 나서면서 현장에는 수요집회, 수요집회 반대 집회, 수요집회를 지키는 집회 등이 몰리고 있다.

수요시위는 1992년부터 매주 수요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열리는 정기 집회다.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배상, 진상 규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극우·역사부정 세력 맞은편에서 맞불 집회에 참여한 A씨는 "저들(극우·역사부정 세력)은 매번 이곳에 와서 혐오 발언을 쏟아낸다"며 "오늘은 그나마 수위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기자가 지난 5월 1700회 수요시위 현장을 찾았을 때는 수요시위 반대 측에서 쏟아내는 고성에 발언자들의 목소리가 묻히는 경우가 있었다. 반대측이 수요시위 현장에 가까이 다가와 훼방을 놔 경찰 제지를 받는 상황도 발생했다.
극우·역사부정 세력들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향한 공격은 수요시위에서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4일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 성평등가족부 국정감사에서 극우·역사부정 세력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집 앞까지 가서 집회를 한다며 이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극우·역사부정 세력들은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 가면을 쓰고 수요집회 인근에 나와 "모두 다 거짓말"이라며 이 할머니를 모욕하는 행위를 하고 고 길원옥 할머니 장례식장에서는 '돈 벌러 간 길원옥'이라는 플래카드를 걸기도 했다.
이 같은 혐오 발언과 피해자를 향한 괴롭힘을 막기 위해 시민사회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보호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시민사회는 '위안부' 피해자들을 보호할 최소한의 안정장치가 마련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극우·역사부정 세력의 공격을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지적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보호법 개정안에는 '위안부' 역사를 부정하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처벌받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국회의원 64명이 이 개정안을 공동발의 했지만 통과되지 못한 채 현재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한편 이날 정의연,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평화너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시민단체들은 서울 종로구 외교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보호법을 즉각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수요시위 소녀상 앞에서 일장기를 흔들며 일본 우익 주장을 반복하는 이들을 언제까지 두고만 봐야 하냐"며 "극우, 역사 부정 세력의 확산을 막고 진실과 피해자 존엄을 지키기 위해 피해자 보호법을 당장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석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대표는 "매주 '위안부' 피해를 알리는 수요시위에서는 일본 극우세력과 연계된 국내 극우 세력이 나타나 혐오 발언을 하는데 이를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다"며 "10년째 정부가 이들을 제지하지 않고 있는 게 너무나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보호법은 국회 성평등 가족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멈춰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며 "법안 통과를 반대하는 국회의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이연희 평화너머 대표는 "평화를 배우고 행동하는 곳이었던 수요시위가 2차 가해 현장이 됐다"며 "(법 개정은) 2차 가해를 멈추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자 소녀상을 시민의 품으로 되찾는 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chogiza@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