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별 전담 조직 신설…실행 단계 진입
AI를 기술 아닌 경영 기준으로 재설계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LG가 인공지능 전환(AX)을 2026년 경영의 최우선 축으로 제시했다. 구광모 회장은 신년사와 사장단 회의에서 AX를 전사 전략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LG는 계열사별 전담 조직을 꾸려 AI를 기술이 아닌 경영 체계 전반에 적용할 방침이다. LG가 2026년 경영 기조로 인공지능 전환(AX)을 전면에 내세웠다. 기술과 시장 질서가 빠르게 바뀌는 환경에서 기존 성공 방식만으로는 경쟁력을 지키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구광모 회장 '선택과 집중'…AX 전환 강조
구광모 ㈜LG 대표는 지난 22일 국내외 임직원에게 보낸 신년사에서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변곡점에서는 지금까지의 성공방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변화 속도가 과거의 관성과 경험을 앞지르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구 대표는 "기술의 패러다임과 경쟁의 룰은 바뀌고 고객의 기대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성공방식을 넘어 새로운 혁신으로 도약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LG가 축적해온 방식 자체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혁신의 출발점으로는 선택과 집중을 제시했다. 구 대표는 "먼저 고객의 마음에 닿을 하나의 핵심가치를 선택해야 한다"며 "하나의 핵심가치를 명확히 할 때 비로소 혁신의 방향성을 세우고 힘을 모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선택한 그곳에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수준까지 파고들어야 한다"며 "그 치열한 집중이 고객이 '정말 다르다'고 느끼는 경험을 만들고 세상의 눈높이를 바꾸는 탁월한 가치를 완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우리는 지금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변곡점에 서 있다"며 "10년 후 고객을 미소 짓게 할 가치를 선택하고 여기에 오늘을 온전히 집중하는 혁신이야말로 LG가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신년사에 담긴 방향성의 핵심은 AX다. AI를 개별 기술이 아닌 사업과 조직 운영 전반을 재설계하는 기준으로 삼겠다는 의미다.
◆사장단 회의서 AX 실행 주문…전사 속도전
LG는 구 대표 주도로 AX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구 대표는 지난 10일 CEO 40여 명이 참석한 사장단 회의를 열어 내년 사업 전략을 점검했다. 올해 인사로 선임된 류재철 LG전자 사장과 김동춘 LG화학 사장, 이선주 LG생활건강 사장도 참석했다.
당시 회의에서는 AX 실행 방안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구 대표는 "생산력과 원가 경쟁력을 높이려면 AX 가속화에 몰입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별로 C레벨 차원의 목표 설정과 빠른 실행도 주문했다.
구 대표는 지난해 9월에도 "중국 경쟁사들은 우리보다 자본과 인력 측면에서 3~4배 이상의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AX 가속화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올해 신년사 서두에는 외부 전문가 3인의 인터뷰도 실렸다. 기술 패러다임과 경쟁, 조직 변화의 공통 키워드는 AI였다. 조지 웨스터만 MIT 수석연구과학자는 "생성형 AI와 같은 기술로 기술 패러다임의 전환이 다가오고 있다"며 "전기나 인터넷에 견줄 변화가 삶 전반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 수닐 굽타 교수는 "많은 자본과 자원을 가지고 있더라도 기존 방식만으로는 더 이상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과거의 틀을 깨는 혁신적 접근만이 생존과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고 진단했다. 웨스터만은 "성공한 대기업일수록 더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열사 신년사에서는 AX 전략이 실행 단계로 구체화됐다. LG전자 류재철 CEO는 23일 신년 메시지에서 위기 속 기회를 언급하며 5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주력 사업 경쟁력 강화와 질적 성장, 지역 포트폴리오 개선, 신규 성장 기회 발굴, 일하는 방식 변화가 골자다.
류 CEO는 "AI 기술을 업무 영역에 적용해 고객경험을 차별화하고 생산성과 속도를 높일 수 있다"며 "전 구성원이 더 빠르고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최근 DX센터와 업무혁신담당 조직을 통합해 AX센터로 격상했다. AX를 바탕으로 B2B와 소프트웨어, 구독, 전장 등 수익성 중심 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가전 경쟁력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고경영진이 참여하는 AI 전환 회의체를 운영할 예정이다. 생산 공정과 품질 개선뿐 아니라 실무 전반에 AI를 적용해 생산성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LG디스플레이도 DX그룹을 AX그룹으로 전환해 CEO 직속 조직으로 재편했다. 데이터와 공급망 관리, 개발·제조 영역을 포괄해 사업 포트폴리오 경쟁력 강화를 맡는다.
LG 각 계열사는 연말 조직 개편과 함께 AX 전담 조직을 신설하며 실행 속도를 높이고 있다. AI 전환을 선언에 그치지 않고 경영 체계 전반에 이식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syu@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