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폼 달라도 대기·휴게 공간 공동 사용
아시아나 승무원들 '오쇠동 시대' 마감
공항 인근 출근으로 이동 시간↓·편의↑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이 내년 1월부터 비행 준비실을 함께 사용하며 사실상 '한 팀' 체제로 들어간다. 아시아나항공의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T2) 이전 시점에 맞춰 문을 여는 통합 비행 준비실은 수십 년간 다르게 유지된 양사의 서비스 철학과 조직 문화를 현장에서부터 결합하는 화학적 통합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객실승무원 비행 준비 공간을 인천공항 제2터미널 인근에 '통합 비행 준비실'로 개편했다. 내년 1월 14일 아시아나항공의 T2 이전에 맞춰 양사 객실 승무원들이 이 공간에서 함께 비행 준비를 시작할 예정이다.

두 회사는 이 공간에서 근무 전 대기와 이동 준비를 함께 하고, 비행 전 브리핑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별도의 브리핑룸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나눠 진행할 계획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 비행을 준비하는 공간을 함께 사용하는 건 단순 사무실 이전과는 의미가 다르다"며 "승무원 단계에서부터 통합 조직이라는 인식을 심으려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통합 비행 준비실에서는 승무원들이 동일한 공간에서 쇼업(출근)해 비행 준비를 하고, 휴게 시설을 함께 쓴다. 대기·휴게 구역은 공동으로 사용하지만, 운항 편성·노선 특성 등을 설명하는 브리핑은 각 사 룸에서 따로 진행하는 구조다. 물리적 동선과 생활공간은 합치되지만, 업무 지시와 운항 시스템은 당분간 분리 운영하는 '부분 통합' 형태인 셈이다. 운항 승무원들도 T2 내부에 있는 기존 공간에서 운항 준비를 함께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통합 준비실 운영으로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의 출근 동선도 크게 달라진다. 지금까지 아시아나 승무원들은 서울 강서구 오쇠동 본사로 출근해 비행 준비를 마친 뒤 공항으로 이동해 왔다. 제2터미널 이전과 동시에 출근 장소가 공항 인근으로 옮겨지면서 이동 시간이 줄고, 비행 전후 동선도 단순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승무원 입장에서는 통합이라는 부담과 동시에 근무 편의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사 승무원이 같은 공간에서 준비하고 쉬는 환경은 두 회사의 서비스 기준과 조직 문화를 직접 교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비행 전 합동 대기와 정보 공유가 늘어나면, 향후 서로 다른 매뉴얼과 관행을 어느 수준까지 맞출지 조정하는 데도 참고할 수 있다.
이 같은 현장 통합은 이미 진행 중인 조직·시설 재배치의 일환이기도 하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중앙매표소는 서울 마포 공덕동에서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으로 이전한 바 있다. 인재개발 기능 역시 대한항공 등촌동 사옥으로 옮겨졌고, 홍보 조직은 이달 서소문 사옥으로 통합 배치된 상황이다. 항공 의료 조직도 대한항공이 운영하는 통합 항공보건의료센터로 이동했다.
운항·안전 영역에서도 양사는 이미 협업 범위를 넓혀왔다. 두 회사는 운항 통제 시스템을 일찌감치 공유하며 비행 계획 수립과 운항 관리 영역에서 긴밀히 정보를 교환해 왔다. 안전 운항과 비상 상황 대응을 위해 일정 부분 절차와 데이터를 맞춰온 만큼 객실 승무원 준비 공간 통합은 이를 객실 서비스와 탑승 전 단계까지 확장하는 수순으로 볼 수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통합 비행 준비실의 운영을 통해 양사 승무원들 사이의 심리적 이질감이 점진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전망한다. 공동 공간 사용과 일상적 협력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 기준과 통합 조직 문화가 자연스럽게 정착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항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객실 조직부터 단계적으로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방식은 충격을 줄이면서 통합 효과를 내겠다는 선택"이라며 "비행 준비실 통합이 큰 마찰 없이 안착하면 다른 조직 통합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통합 대한항공'은 이르면 내년 말이나 2027년 초쯤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a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