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압송 이후 베네수엘라 정국의 키를 쥔 인물로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급부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마두로 대통령과 다르지 않은 '강경 사회주의자'로, 체제 연속성의 핵심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전날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마두로 대통령이 체포된 이후 로드리게스 부통령에게 임시 국가 지도자로서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할 것을 명령했다. 이에 따라 그는 명목상 과도기 지도자이자, 실질적으로는 정권 운영을 책임지는 위치에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로드리게스를 새로운 협상 파트너로 삼아 베네수엘라 문제를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를 "미국이 운영하기 시작한다(run Venezuela)"고 표현하며, 좌파 성향의 로드리게스를 통해 미국과의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이 같은 선택은 마두로 체제를 사실상 유지하는 결정으로 해석된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를 배제하고, 마두로의 최측근을 택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로드리게스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장시간 통화했다고 밝히며, 그가 "미국이 필요로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베네수엘라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의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뒤 로드리게스는 정반대의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마두로를 '베네수엘라의 정당한 대통령'이라고 주장하며 "우리는 다시는 노예가 되지 않을 것이며, 어떤 제국의 식민지도 되지 않을 것"이며 "베네수엘라를 지킬 준비가 돼 있다"고 반발했다.
56세의 법률가 출신인 로드리게스는 전직 동료들과 미 당국자들로부터 '냉혹하고 마키아벨리적인 권력형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지난 10년간 외무장관, 석유부 장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마두로 체제의 정점으로 올라섰다.
특히 오빠인 호르헤 로드리게스와의 공조가 두드러진다. 정신과 의사 출신인 그는 현재 국회의장을 맡고 있으며, 남매는 마두로 대통령의 가장 충성스러운 측근으로 꼽힌다.
마두로 정권에서 장관을 지낸 뒤 망명한 안드레스 이사라는 "이들은 매우 교묘하고 조종에 능하다"며 "가능한 한 오래 권력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드리게스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시절부터 정권 핵심을 지켜온 인물이다. 1999년 집권한 차베스는 마두로의 정치적 스승으로, 마두로 집권 이후 로드리게스 남매는 체제의 기둥 역할을 했다. 특히 오빠 호르헤는 지난해 부정선거를 관리하며 마두로의 권력 연장을 도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드리게스는 명품 가방과 신발을 즐기는 사치스러운 이미지로도 알려져 있으며, 반대파는 이를 경제난에 시달린 국민들과 동떨어진 행태라고 비판해왔다. 야권 인사들에 따르면 그는 마두로가 의존해온 쿠바 정보기관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쿠바는 그를 이념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이자 자국 전략 이익의 수호자로 보고 있다.
그의 부친 호르헤 안토니오 로드리게스는 1960~70년대 활동한 마르크스주의 게릴라이자 사회주의 연맹 공동 창립자였다. 그는 1976년 미국 기업 오언스-일리노이 소속 임원 윌리엄 니하우스 납치를 주도했고, 이후 체포돼 고문 끝에 사망했다. 로드리게스는 당시 7세였다. "혁명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우리의 복수"라는 그의 발언은 이러한 가족사가 그의 정치적 정체성을 형성했음을 보여준다.
WSJ는 마두로 정권 잔존 세력의 향방이 이제 로드리게스가 트럼프 행정부에 맞설 것인지, 아니면 협력하며 권력을 유지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로드리게스가 권력을 유지하려면 내무장관 디오스다도 카베요, 국방장관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등 정권 내 강경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현재 두 인물 모두 미 사법당국으로부터 마약 밀매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미국은 카베요에게 최대 2,500만 달러, 파드리노에게 1,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고 있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