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학습권 보호 취지에 교사들 '화색'…학부모·청소년 "과잉입법" '난색'
금지 한계 지적도…전문가 "규제보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강화에 초점"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수업 중 학생들의 휴대전화 등 스마트기기 사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올해 1학기부터 시행된다. 교권 회복과 학습권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규제라는 주장과 학생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과잉입법이라는 반발이 맞서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청소년을 능동적인 디지털 시민으로 키우는 교육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8일 교육계에 따르면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오는 3월 1일부터 적용된다. 학교장과 교원이 학습권 보호와 원활한 수업 진행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교내에서 스마트기기 사용·소지를 제한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 핵심이다. 장애가 있거나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 교육 목적 활용, 긴급 상황 대응 등은 예외로 두되, 제한 대상 기기와 기준·방법은 학칙으로 정하도록 했다.

생활지도 과정에서의 아동학대 신고 부담을 덜기 위한 장치도 포함됐다. 학교장·교원이 정당한 사유로 스마트기기를 제한한 경우 이를 아동복지법상 금지행위로 보지 않도록 했고, 학교장이 올바른 스마트기기 사용 습관을 위한 소양교육을 교육과정에 포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도 담았다.
교사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해 스승의날을 맞아 교원 559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교육활동 중 휴대전화 알람·벨소리 등으로 수업 끊김이나 방해를 겪었다는 응답이 66.5%였다. 휴대전화 사용을 제지하다 저항·언쟁·폭언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34.1%로 집계됐다. 한 중등 교사는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으로 교사의 수업권만 방해된다는 건 오해"라며 "학생들도 과도한 스마트기기 사용으로 문해력과 집중력이 저하되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 미성년자에게 술·담배를 금지하는 것과 같은 교육적 개입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성평등가족부의 '2025년 청소년 미디어 이용 습관 진단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겪는 과의존 위험군 청소년은 21만명을 넘는다. 2024년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는 고2 국어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9.3%로 전년 대비 0.7%포인트(p) 상승해 표본평가 전환(201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해 교총의 한글날 설문에서도 교사들은 문해력 저하 원인으로 '디지털매체 과사용'을 가장 많이(36.5%) 꼽았다.

반면 학생·학부모를 중심으로는 과잉 입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개정안이 교육부가 2023년 9월 마련한 '교원의 학생생활 지도에 관한 고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처벌 조항이 따로 없고 제한 기준과 처벌 수위도 학칙에 위임해 학교현장의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개정안의 특성은 교육적 해결 대신 무엇이든 법적 처벌로 풀려는 '교육의 사법화' 비판을 피하게 했지만, 그만큼 '굳이 법까지 만들어야 하나'는 의문이 꼬리표로 달렸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이미 상당수 학교는 교칙으로 학생의 스마트폰 사용을 사실상 전면 제한하고, 위반 시 벌점 등 제재도 부과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법률로 규제 범위를 넓히면 학생의 일상적 행위를 불법으로 낙인찍고 학생을 잠재적 범법자로 취급하는 과잉입법이 될 우려가 크다. 학습권 보호라는 명분보다 학생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통제를 강화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단순 금지의 한계를 지적한다. 해외에서도 청소년의 과도한 스마트기기 사용 문제가 제기되지만 정책의 무게중심을 금지보다 환경 설계에 두는 흐름이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미국 일부 주에서 피드 추천 알고리즘 조정, 잦은 알림 제한, 부모 동의 절차 강화 등 플랫폼 구조를 손보는 '시스템 기반 규제' 논의가 이어지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김은영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청소년의 스마트폰·소셜미디어 이용 제한 논의와 교육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단순 규제는 일시적 통제 수단일 뿐이다. 청소년이 디지털 환경에서 스스로 위험을 인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확대, 교사 연수 강화, 교과 전반에 정보 판별력·온라인 윤리·자기 통제력 함양을 통합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청소년을 수동적인 보호 대상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디지털 시민으로 육성하는 방향으로 한국 교육의 전략이 전환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jane9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