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라이언 와이스에게 한국에서의 시간은 짧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았다. 한화 유니폼을 입고 보낸 1년 반은 그의 야구 인생을 바꿔 놓았고, 동시에 마음 한켠에 쉽게 지울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다.
최근 휴스턴은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와이스의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휴스턴 지역 매체 '휴스턴 스포츠토크 790'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와이스는 한국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진심 어린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한국을 정말 사랑한다. 휴스턴과 계약한 뒤 사람들이 기쁘지 않냐고 묻는데, 기쁜 건 사실이지만 동시에 한국이 정말 많이 그리울 것이라고 답한다"라며 "팀 동료들, 통역사, 프런트 직원들까지 모두 그립다.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고 있고, 지난 1년 반 동안의 시간은 내 인생의 일부가 됐다"라고 말했다.
와이스는 지난달 휴스턴과 1+1년 보장 260만 달러, 옵션과 인센티브를 포함하면 최대 980만 달러에 이르는 계약을 체결했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전무했던 무명 투수였던 그가 이 같은 계약을 따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KBO리그에서의 성공이 있었다. 2024년 6월, 한화의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한국 땅을 밟은 것이 그의 인생을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
와이스는 한화가 자신을 발견하게 된 과정을 떠올리며 "정말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KBO 구단 스카우트들이 독립리그 경기를 보러 왔는데, 사실은 우리 팀의 다른 투수를 보기 위해서였다고 들었다. 그런데 하루 더 남아서 다음 날 던지는 투수를 보자고 했고, 그게 바로 나였다"라며 "그날 경기 내용이 나쁘지 않았고, 이후 계속 지켜봤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당시 그는 관중석에서 'KBO'라고 적힌 이름표를 보고도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고 했다. "상대 팀 투수가 워낙 좋아 보여서 그 선수를 보러 온 줄 알았다. 나는 KBO를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다. 그때 내 목표는 대만 리그로 돌아가는 것이었다"라고 솔직히 밝혔다.

실제로 와이스는 2023년 8~9월 대만 프로야구 CPBL 푸방 가디언스에서 뛴 경험이 있었고, 현실적인 다음 목표 역시 대만 복귀였다. 그러나 인생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는 "에이전트가 '한국에서 잠시 뛸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고, 아내와 상의한 뒤 바로 한국행을 결정했다. 아내도 흔쾌히 찬성해 줬다"라고 말했다.
한화 입단 이후 와이스는 곧바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2024시즌 리카르도 산체스의 일시 대체 선수로 합류해 5승 5패 평균자책점 3.73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였고, 그 결과 정식 계약을 따냈다.
2025시즌에는 완전히 리그를 지배했다. 30경기에서 178.2이닝을 소화하며 16승 5패, 평균자책점 2.87을 기록했고, 탈삼진은 무려 207개에 달했다. 코디 폰세(현 토론토)와 함께 리그 최고 수준의 원투펀치를 형성하며 한화를 넘어 KBO 전체를 대표하는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한국 무대에서 와이스는 구속 향상은 물론, 기존의 주무기였던 스위퍼에 더해 체인지업이라는 새로운 무기까지 장착했다. 이러한 성장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고, 결국 휴스턴의 선택을 받았다.

그가 휴스턴을 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선발 투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었다. 와이스는 "여러 팀에서 관심을 보였지만, 데이나 브라운 단장이 나를 선발 투수로 보고 있다는 점이 가장 컸다"라며 "한국에 간 것도, 독립리그에 도전했던 것도 불펜 투수가 되기 싫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불펜보다 선발로 던지는 게 훨씬 재미있다. 땀이 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몸이 풀리고, 그 감각이 정말 좋다"라며 선발 투수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메이저리거가 된 지금도 한국은 그의 마음속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한화 팬들의 열정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와이스는 "한국 야구장은 정말 미친 곳 같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의 분위기 차이가 거의 없다. 항상 시끄럽고 전율이 흐른다. 그 어떤 리그와도 비교할 수 없다"라며 감탄했다.

그는 한국 야구 문화에 대해서도 애정을 드러냈다. "드럼 소리가 울리고, 치어리더가 있고, 팬들은 온몸으로 응원한다. 음식도 경기장에 가져올 수 있어서 마치 밤 나들이를 나온 느낌"이라며 "아내에게 들었는데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수용 인원이 약 1만7000명인데, 한국시리즈 티켓 대기 인원이 12만 명까지 갔다고 하더라. 정말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한국 음식도 정말 그립다. 특히 한국식 바비큐는 비교 대상이 없다. 퀄리티도 훌륭하고 가격도 더 저렴하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진행자 토드 칼라스가 "언젠가 다시 한국에 갈 수도 있지 않겠느냐. 투수가 아니라 방문객으로라도"라고 묻자, 와이스는 잠시 고개를 저은 뒤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다. 우리는 분명 언젠가 한국에 다시 갈 것이다. 몇 년 뒤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한국을 정말 사랑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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