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타이거 '에이징 커브' 극복하고 우승컵 안을까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1963년생 비제이 싱(피지)의 소니오픈 컷 통과는 '골프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오래된 명제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다른 스포츠보다는 덜 하지만, 골프 역시 분명히 '에이징 커브'를 지닌 종목이다. 그럼에도 늘 그렇듯, 세월과 통계를 거스르는 누군가가 등장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왔다.

◆ 숫자로 본 62세 싱의 소니오픈
싱은 소니오픈 2라운드 합계 2언더파 138타로 컷라인을 한 타 차로 넘겼다. 최종 성적은 5언더파 275타, 공동 40위였다.
젊은 시절 장타자로 이름을 날렸지만, 이번 대회에서 그의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282.9야드로 컷 통과 선수 75명 중 71위에 머물렀다. 대신 승부처는 그린 주변이었다. 필드 평균 대비 타수 이득을 보여주는 스트로크 게인드(strokes gained) '어라운드 더 그린' 부문에서 +1.3타로 12위에 올랐고, 아이언 샷 역시 '어프로치'에서 +1.5타로 27위에 랭크되며 스코어를 지켜냈다.
싱은 소니오픈에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638개 대회 출전, 506회 컷 통과를 기록했다. 제이 하스의 592회에는 못 미치지만 역대 8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컷 통과율은 79.3%에 이른다. 컷 통과 나이 역시 역대 8위다. 최고령 기록은 역시 하스가 2022년 취리히 클래식(2인 1조 팀 이벤트)에서 68세 4개월 20일로 최고 기록을 세웠다.
싱은 40대에 접어들며 기량이 절정에 오른, 보기 드문 유형의 선수였다. 통산 34승 가운데 22승을 불혹 이후에 쓸어 담았다. 2003~2004년 2년 연속 상금왕에 올랐고, 2008년에는 페덱스컵까지 차지하며 띠동갑으로 12세 아래인 타이거 우즈의 전성기와 맞섰다. 40대 성적만 놓고 봐도 명예의 전당급 커리어라는 평가가 과하지 않다.

◆ 나이를 잊은 최고령 우승의 역사
PGA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은 여전히 샘 스니드의 몫이다. 그는 1965년 그레이터 그린즈버러 오픈에서 52세 10개월 8일의 나이로 정상에 올랐다. 필 미컬슨은 2021년 PGA 챔피언십에서 50세 11개월 7일에 우승하며 남자 메이저 대회 최고령 우승 기록을 새로 썼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은 베스 다니엘이 보유하고 있다. 그는 2003년 BMO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46세 8개월 29일의 나이로 정상에 섰다. 여자 메이저 최고령 우승 기록은 페이 크로커가 1960년 타이틀홀더스 챔피언십에서 세운 45세 7개월 11일이다.

국내에서는 2024년 SK텔레콤오픈에서 54세 생일에 연장 접전 끝에 우승한 최경주가 한국프로골프(KPGA) 최고령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2021년 PGA 챔피언스투어 퓨어 인슈어런스오픈에서 한국인 최초로 시니어 투어 우승을 거둔 데 이어, 2024년 더 시니어 오픈에서 시니어 메이저 대회를 제패한 첫 한국 선수로 기록됐다.
◆ 에이징 커브는 언제 오는가
골프 테크 기업 샷스코프와 관련 연구를 종합하면, 드라이브 거리는 남녀 모두 20대 중반에 정점을 찍고 30대 후반부터 뚜렷한 하락세를 보인다. 반면 숏게임과 퍼트, 코스 매니지먼트 능력은 40대 초중반까지 비교적 완만하게 유지된다. 이 구간에서는 기술과 경험이 체력 저하를 상당 부분 상쇄한다.
우승과 톱10 확률로 본 종합 퍼포먼스의 정점은 남자 투어가 30대 초중반, 여자 투어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형성된다. 이후 40대에 접어들며 우승 빈도는 감소하지만, 최고령 우승 사례들이 보여주듯 예외적인 봉우리는 40대 후반, 심지어 50대 초반까지도 충분히 나타난다.

시니어 투어는 에이징 커브의 '2막'을 보여준다. 챔피언스 투어에서 2023년 우승자 평균 나이는 55.6세였다. 같은 해 1957년생 베른하르트 랑어는 65세 10개월의 나이로 US 시니어 오픈을 제패하며 시니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다시 썼다. 결국 골프의 에이징 커브는 직선적인 추락이 아니라, 파워는 빠르게 떨어지고 기술과 경험은 오래 버티는 비선형 곡선에 가깝다.
◆ 50세 타이거, 확률은 낮지만 '제로는 아니다'
우즈는 에이징 커브에 더해 교통사고와 허리·다리 수술이 겹친 '부상 커브'까지 안고 있다. 우즈 스스로도 최근 인터뷰에서 "예전 같은 느낌은 절대 아니다. 며칠씩 연속으로 버티는 게 너무 어렵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사례를 돌아보면 우승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첫 번째 이유는 도전자가 바로 우즈이기 때문이다. 마스터스처럼 코스를 손바닥처럼 아는 대회라면, 한 번 더 트로피를 들어 올릴 여지는 남아 있다. 스니드와 공동 보유 중인 PGA 투어 통산 82승 기록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우즈에게 또 한 번의 비상이 필요하다.
62세 비제이 싱의 컷 통과가 보여줬듯, 골프에서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는 언제나 낮은 확률의 틈새에서 시작된다.
zangpab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