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출신 지성의 작가 에텔 아드난, 철학자 거쳐 화가로
화이트큐브 서울 이성자 아드난 2인전, 3월7일까지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프랑스에 이주하며 추상어법으로 우주를 그린 두 여성작가가 있다. '프랑스 이주 여성작가'라는 공통점과 우주를 화폭에 담는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점이다. 출신지는 달라도 두 여성작가의 회화에 매진하는 마음에 광활한 우주를 사랑하는 마음은 똑같다.

영국 갤러리인 화이트큐브는 지난 21일부터 서울 강남구 신사동 화이트큐브 서울에서 에텔 아드난(1925∼2021)과 이성자(1918∼2009)의 2인전을 연다. '태양을 만나다(To meet the Sun)'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이 전시에는 이주와 망명을 경험한 두 작가의 회화와 태피스트리(직물공예), 판화작업 등 총 19점의 작품이 나왔다. 전시 제목은 아드난이 1968년 발표한 인류 최초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1934~1968)의 안타까운 죽음(7번째 우주비행 연습 중 추락사고로 사망)을 기리며 쓴 시의 구절에서 가져왔다.
진주 출신의 이성자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프랑스로 이주해 남성 중심의 추상미술계에서 자신의 예술적 위치를 탐색했던 작가다. 1953년 파리 그랑드 쇼미에르 아카데미에 입학해 서구모더니즘을 공부했고, 여러 작가들과 교류하며 작업영역을 비구상으로 확장했다.
에텔 아드난은 레바논 베이루트 출신으로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이후 미국에서도 철학을 공부했고, 미국의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다가 1972년 고향으로 돌아가 저널리스트로 일했다. 1977년 레바논 내전의 참상을 다룬 소설 '시트 마리 로즈'를 출간해 '프랑스 아랍국가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 소설이 문제가 돼 아드난은 프랑스로 망명할 수 밖에 없었다.
이성자와 아드난은 이처럼 동시대를 살았지만 걸어온 길은 사뭇 다르다. 또한 이번 화이트큐브 2인전에 출품된 작품들의 시대적 배경도 전혀 다르다. 이성자의 작품은 주로 1960년대 것이지만 아드난의 작품은 2010∼2020년대 작이다. 50년의 간극이 있는 셈이다. 그런데 독자적인 조형언어로 우주를 화폭에 옮겼다는 점에서 시대를 넘어 서로 연결된다.

이성자의 우주를 그린 그림은 캔버스 위에 떠오르는 선, 사각형, 원을 긴장감있게 반복적으로 배치한다. 이런 형태는 인체와 지형을 가리키는 동시에 우주를 연상시키는 질서감을 보여준다. 이성자는 작은 붓으로 캔버스를 여러 번 칠하는 식으로 작업하는데 마치 바늘로 직조물을 만든 것처럼 엄청난 공력이 보인다.
이같은 조형적 기법은 아드난의 작업에서도 드러난다. 아드난의 2018년 작 '무제'는 붉은색 사각형에서 시작해 점점 다양한 색의 사각형으로 확장돼 나간다. 이는 빅뱅 이후 우주가 점점 팽창해 나가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또한 아드난의 태피스트리 작업에서는 태양과 달을 연상시키는 원형,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비정형 조각들을 배치해 무한히 확장하는 공간감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전시를 기획한 화이트큐브의 글로벌 아트디렉터 수잔 메이는 "두 작가는 서로 다른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지만 프랑스 파리 등지에서 활동했고, 고향을 떠난 이주민이며, 독자적인 조형언어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이번 2인전은 두 작가의 작업을 서로 대화하듯 엮어낸 전시"라고 밝혔다.
이어 "두 작가가 활동하던 1960년대는 사람이 우주로 날아가 달을 탐사하던 시기"라며 "지구를 하나의 행성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은 두 작가에게 중요한 창작적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이성자 아드난의 2인전은 오는 3월 7일까지 계속된다. 무료관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