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뮤지컬배우 박강현이 '라이프 오브 파이'로 노래를 하지 않는 연극 작품에 오랜만에 도전했다. 대극장 무대에서 쌓아온 능수능란한 호흡으로 작품을 이끈다.
박강현은 최근 '라이프 오브 파이' 인터뷰를 통해 아주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오르는 소감을 말했다. 뮤지컬에서 수려한 노래 실력과 단단한 발성으로 무대를 휘어잡았다면, 이번 작품에선 '몸 연기'와 지구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정말 육체적으로 굉장히 큰 지구력이 필요한 작품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연습 때는 장면마다 굉장히 숨이 차고 막 호흡이 안 가다듬어지는 부분도 있었죠. 그런데 또 인간은 확실히 적응의 동물이더라고요. 그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고 대비를 하게 되니까 그래도 조금 할 수 있게 됐죠. 사실 체력적으로 굉장히 조금 많이 도움을 주는 작품이 된 것 같아요. 지금은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어요."
수년간 대극장 주연으로 서면서 뛰어난 보컬 실력을 과시했던 당사자로서 연극 무대로 돌아오는 부담감은 딱히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모두 대사로만 전달해야 하는 무대의 특성상 관객들에게 더 잘 들리고 잘 다가가는 방법을 고민했다.
"사실 연기적으로 크게 힘든 부분은 없었다고 생각해요. 해야 할 게 명확하거든요. 있는 그대로만 따라가도 감정이 나오니까요. 대신 기술적으로는 좀 더 잘 전달하는 부분에 중점을 뒀어요. 가끔 이제 뮤지컬에선 노래로 전달할 때 가사가 잘 안 들리는 경우가 있잖아요. 저는 전달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말의 빠르기, 장단음 같은 것도 그렇고 어떻게 하면 이 중요한 포인트들을 좀 더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뮤지컬보단 대사에 좀 더 에너지를 많이 싣게 돼요."
박강현은 '라이프 오브 파이'의 가장 큰 미덕이자 요소로 퍼펫을 꼽았다. 그는 "퍼펫이 주는 매력이 있다"면서 처음 퍼펫 연기를 봤을 때의 감흥을 전했다. 또 오롯이 퍼펫과 자신이 무대에서 마주하며 호흡을 맞추는 소감도 말했다.
"일단 퍼펫을 빼놓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퍼펫을 조정하는 것은 퍼펫 티어지만 퍼펫만 보이게 되는 순간들이 있거든요. 정말 잘 움직이고 퍼펫과 연기자의 마음이 하나로 딱 모였을 때 그 마법 같은 순간, 바닥에 영상이 쏟아지고 물고기가 나오는 신들 보면 정말 아름다워요. 몰입도 잘 되고요. 퍼펫티어보다도 퍼펫이 무대를 누비고 춤추고 달려오는 걸 보면서 연기를 하게 되는데 무대 위에선 무대만의 약속이 있잖아요. 그걸 믿고 따라가게 돼요. 다른 생각은 안하게 되죠."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는 끊임없이 믿음, 삶의 희망, 결국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 지를 이야기한다. 박강현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믿음에 대해서 더 굳건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단순히 종교나, 신앙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살아가면서 갖게 되는 믿음에 관한 얘기였다.
"신에 대한 믿음 혹은 내 삶에 대한 믿음, 내 삶이 좀 긍정적으로 가고 있다라는 믿음,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나 어떤 문제 같은 여러 가지 믿음이 있잖아요. 그 모든 믿음을 포괄하는 의미인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저는 믿음이 되게 강했거든요. 단지 내가 선택하고 내가 걸어가는 이 길이 좋은 쪽일 것이라는 그냥 근거 없는 믿음이었어요. 당장 가진 것도 없고, 정말 능력이 없어도 나는 좋은 길로 걸어가고 있다라는 믿음이 항상 있었거든요. 작품을 하면서 부딪히고 잘 안풀리고 고난에 직면하면 믿음이 깎이기도 하잖아요. 그런 깎인 믿음들을 다시 굳건하게 세워주는 역할을 이 작품이 하는 것 같이 느껴져요."
작품 막바지에 파이가 내내 들려주던 이야기완 판이하게 다른 두 번째 이야기가 나오면서 관객들은 다소 충격에 빠지기도 한다. 결국 파이가 어떤 일을 겪은 것인지, 둘 중 어느 것을 믿느냐는 각자의 몫이다.
"저는 첫 번째 이야기를 진실로 믿고 매번 연기를 하거든요. 근데 결과는 매번 매일매일 달라요. 오늘은 왜 두 번째가 진짜인 것 같은 분위기지. 그날그날 분위기가 되게 달라져요. 배우와 관객 모두가 그래요. 첫 번째 이야기를 위해서 죽을 만큼 애쓰면서 달려왔는데 이렇게 얘기할수록 뭔가 더 거짓말하게 되는 것 같은 그런 날이 있어요. 오늘은 정말 첫 번째 진짜인 것처럼 느껴지는 날도 있죠. 연출님한테 물어봤는데 대부분 첫 번째 이야기가 진짜로 믿지 않을까요? 했는데 대부분 사람들이 두 번째를 진실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조금 더 첫 번째 이야기가 진짜처럼 믿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해서 연기를 해보겠습니다 했었죠."

박강현은 뮤지컬 무대에서 다양한 작품을 거쳐왔지만, 그의 필모그래피를 채운 건 주로 창작 초연, 국내 라이선스 초연 등 초연작들이 대부분이다. 그는 "제가 가는 모양대로 길이 나는 재미가 있다"면서 초연극을 선호하는 이유를 밝혔다. '웃는 남자', '디어 에반 핸슨', '하데스타운', '멤피스', '알라딘'처럼 '라이프 오브 파이' 역시 그가 먼저 걸어간 모양대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면서 향후 명맥을 이어가게 됐다.
"흰 눈이 쌓여 있으면 아무 발자국이 없는 데에 제 발자국을 만드는 걸 좋아하거든요. 창작 초연이나 국내 라이선스 첫 공연도 비슷한 것 같아요. 누군가 먼저 했던 건 어쩔 수 없이 영상으로 접하게 되거든요. 그럼 싫어도 그 색깔이 들어와요. 자연스럽게 그 영향을 받아서 움직이는데 처음 하는 거는 아무것도 레퍼런스가 없어요. 그냥 제가 가는 그 모양대로 이제 길이 나는 거잖아요. 그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초연에 중독된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장단이 있어요. 초연은 그만큼 힘들죠.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돼요. 물론 이제 많이 했던 작품들도 새롭게 만드는 것도 플레이하는 배우가 다르면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지만요. 초연이 제겐 굉장히 의미가 크고 재밌어요. 모든 게 도전이고요."
jyy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