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일본 엔화 가치의 가파른 하락을 막기 위한 미국과 일본 당국의 환율 공조 개입이 현실화할 경우 1998년과 같은 '엔 캐리트레이드'의 급박한 청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오고 있다.
당시 공조 개입은 엔화 추세를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으나 수개월 뒤 금융시장 불안과 맞물려 후폭풍이 찾아왔다. 저금리 엔화를 차입해 고금리 달러에 투자하던 엔 캐리트레이드 포지션이 급격히 청산되며 48시간 만에 엔화 가치가 17% 솟구치는 사태가 벌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998년 공조 개입(당해 6월)은 아시아 금융위기 속 엔화 급락을 저지하기 위해 실시됐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8억3300만달러를 투입해 일본은행(BOJ)과 함께 엔화를 매수했고 이는 사실상 바닥권을 형성했다.
하지만 양국의 공동 개입이 캐리트레이드 수익에 천장을 씌우는 효과를 냈고 그 뒤 글로벌 신용 경색과 맞물리면서 포지션 청산으로 번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분석가들은 2000년 당시 "역설적이게도 일본 당국은 수개월 만에 엔화 강세 유도에서 약세 유도로 전략을 바꿔야 했다"고 회고했다.
최근 미일 공조 개입 가능성은 지난주 24일 뉴욕 연은과 BOJ가 '레이트 체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급부상했다. 뱅크오브싱가포르의 만수르 모히우딘 전략가는 "미국과 일본 당국이 환율을 확인했다면 달러 매도를 통한 엔화 지지 개입을 직접 검토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역사적으로 BOJ의 단독 개입은 추세 전환에 실패했다. 2022년과 2024년의 개입이 대표적이다. 반면 미국이 동참한 경우는 달랐다. 1998년 외에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직후 개입이 그 예다. 당시 G7 국가들이 공동으로 BOJ를 지원했고 미국 단독으로 10억달러 규모의 엔화를 매도해 엔화 급등을 저지했다.
2011년 개입은 엔화 매도였다는 점에서 현재와는 상황이 다르다. 엔화 강세를 막기 위한 것이었기에 저금리 엔화 차입·고금리 달러 투자로 수익을 내는 캐리트레이드에는 오히려 우호적이었다. 반면 현재 논의되는 개입 이야기는 1998년과 마찬가지로 엔화 약세 저지를 위한 거다.
1998년 청산은 개입 이후 시차를 두고 찾아왔지만 금융시장 불안 속에서 격렬한 반응으로 이어졌다. 당해 10월 7일 달러/엔 환율이 하루 만에 134엔에서 120엔으로 급락했고 다음 날에는 111엔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틀 만에 엔화 가치 23엔, 17%나 올랐던 거다. 당시 청산은 아시아 경제 침체와 러시아 채무불이행발 우려 속에서 생겨난 안전자산 도피 흐름을 재촉했다.
FT가 국제결제은행(BIS)의 신현송 통화경제국장의 추산 방식을 인용해 적용한 바에 따르면 현재 캐리트레이드 규모는 대차대조표상 약 40조엔(약 2500억달러)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관련 수치가 '상한 추정치'라고 하나 외환 스왑을 통한 장외 거래는 집계에서 빠져있어 훨씬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달러/엔 외환 스왑 가치(명목)는 2023년 약 14조달러에 달했다. 관련 수치에는 환 위험 헤지 등 댜앙햔 목적의 계약이 포함돼 있어 단순 비교에는 무리가 있지만 대차대조표상 추정치와 현격한 차이다. 앞서 신 국장도 BIS 데이터에 대해 "전체의 작은 부분만 포착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 가운데 일부만 캐리트레이드라 하더라도 청산에 나설 경우 시장 충격이 있을 수 있다.
bernard02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