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앤스로픽과 오픈AI가 17일 인류 소멸 위험을 거론하며 몸값 상향을 밀어붙였다.
- 앤스로픽은 연내 상장과 2조달러 기업가치를, 오픈AI는 1조5000억달러 조달을 추진했다.
- 전문가들은 경고가 마케팅에 활용되고 상장 뒤 손실 부담은 주주에 돌아간다고 봤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경고 시점, 경쟁사 신모델·자금조달 협의와 겹쳐
증권신고서에 위험 기재 한 줄로 부담 축소?
상장 뒤 배상·소송 부담은 주주에게도 이동
결정권 제한된 주주, 몸값 비례해 커지는 위험
이 기사는 9월 17일 오후 4시48분 '해외 주식 투자의 도우미' GAM(Global Asset Management)에 출고된 프리미엄 기사입니다. GAM에서 회원 가입을 하면 9000여 해외 종목의 프리미엄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앤스로픽과 오픈AI가 각사의 존립 근거와 양립하기 어려운 인공지능(AI)의 인류 소멸 위험을 공개적으로 거론해놓고도 몸값을 높여 주식을 팔겠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앤스로픽은 2조달러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연내 상장을 준비 중이고 오픈AI는 종전보다 높은 몸값을 목표로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양사의 행보를 둘러싸고 실제 위험을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이중적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식 판매(매각)는 회사가 장기간 이익을 낼 것이라는 전제 아래 이뤄지는데 인류 소멸 경고는 그 전제 자체를 부인하는 성격을 띤다. 위험이 현실화하면 이익을 받을 투자자조차 남지 않는다는 뜻의 경고를 낸 회사들이 경고 대상인 제품으로 이익을 내겠다며 투자자들을 모으는 형국이다.
◆'멸종' 경고 뒤 몸값 상향 행보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12일 AI 개발 속도를 늦추자는 에세이를 내면서 AI 통제 상실이나 무기 악용으로 인류가 파국적 피해를 입을 확률을 10~25%로 제시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는 같은 날 인터뷰에서 10년 안에 인류가 모두 사라질 확률을 거론하면서 확률 자체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두 CEO 모두 자사 제품이 인류 소멸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두 회사의 높은 기업가치를 전제로 한 자금조달 계획에는 이같은 파국적 위험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뒤에도 변함이 없는 듯하다. 앤스로픽은 6월 비공개로 제출한 S-1(증권신고서) 공개 시점을 이달 초순에서 이달 늦은 시점으로 조정(로이터통신 보도)했으나 연내 상장 계획은 고수하고 있다. 다음 달 중순 투자설명회와 11월 중간선거 수일 전 상장이 목표다. 기업가치를 5월 당시 9650억달러에서 두 배 넘게 높여 책정받겠다는 2조달러 목표도 유지되고 있다.
오픈AI도 마찬가지다. 회사는 상장을 내년으로 미루면서도 자체 몸값 판단은 상향했다. 올트먼 CEO가 안전 문제를 이유로 연내 상장을 배제한다는 발언이 나온 지 나흘 만에 회사가 사모 자금조달 협의에서 기업가치를 최대 1조5000억달러로 책정해 줄 것을 요구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3월 자금조달 당시 책정된 몸값보다 76% 높은 수준이다. 안전 우려를 이유로 상장을 미룬다고 밝힌 것과는 거리가 있는 행보다.
◆"위험을 마케팅에 활용"
경고와 자금 조달을 병행하는 태도를 두고 투자자 사이에서는 실제 위험을 홍보 수단으로 과도하게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따른다. 앤스로픽의 경고는 오픈AI가 성능이 앞선 모델을 내놓은 직후 집중돼 상장을 앞두고 제품 약점과 가격 문제에서 시선을 돌리는 역할을, 오픈AI의 경고는 신형 모델 출시와 사모 자금조달 협의 시점에 나와 자사 모델의 성능을 강조하는 효과를 냈다는 것이 일각의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경고가 경쟁 진영의 규제 명분으로 쓰인다는 비판이 더해진다. AI 모델이 문명을 위협할 만하다는 수위의 발언은 자사의 제품 영향력을 강조하는 동시에 경쟁 진영까지 포괄하는 규제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됐다는 것이다. 백악관의 데이비드 색스 대통령 과학기술 자문 공동의장은 경고와 함께 나온 규제 요구를 기존 강자의 이익을 지키는 규제 포획 시도로 규정했다.

◆경고 기재로 부담 축소
두 회사가 경고 수위를 높이면서도 자금 조달을 그대로 밀어붙일 수 있는 데는 제도적 배경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상장을 앞둔 회사는 S-1 위험 요소 항목에 사업을 해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을 빠짐없이 기재해야 하고 경영진이 공개적으로 인정한 위험을 빠뜨리면 누락으로 간주돼 투자자 소송의 빌미가 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경고를 항목에 기재하면 고지 의무는 이행된 것이 된다. 경영진 발언을 반영한 신고서 수정은 절차상 큰 부담 없이 단기간에 마칠 수 있는 작업으로 여겨진다.
기재 이후 공시와 관련한 법적 부담은 제한적으로 된다. 기재된 위험이 증권당국의 승인을 받으면 위험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투자자가 회사에 책임을 묻기 어려워진다. 위험 요소 항목은 경기 침체와 소송 위험, 규제 강화 등 발생 가능한 위험을 수십개씩 나열하는 형식이어서 인류 멸종 같은 파국적 위험도 항목 가운데 하나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대다수 항목을 투자 판단에 적극 활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만큼 기재 자체가 공모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결국 파국적 위험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자금 조달과 몸값 협상을 밀어붙이는 두 회사의 행보는 사전 경고가 법적 문제로 번지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전제된 것으로 해석된다. 경고는 신고서에 기재하는 것으로 처리되고 상장 절차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반면 제품 영향력의 증명과 규제 명분으로는 그대로 활용된다. 위험을 언급할수록 회사가 잃는 것은 없고 얻는 것만 남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소송·배상 부담 주주에게
다만 상장 시점에 덜어낸 법적 부담이 상장 이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관련 부담이 주주에게도 돌아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고서 기재로 피할 수 있는 소송은 회사가 위험을 알리지 않았다며 투자자가 제기하는 소송에 한정되고 경고대로 AI가 실제 피해를 일으켰을 때 피해자 측이 제기하는 배상 소송은 투자자 고지 여부와 관계없이 제품 결함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어서 신고서 기재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주주에게 직접 돌아갈 부담으로는 피해 배상금이 우선 거론된다. 배상금은 회사 자금에서 지급돼 이익이 줄어드는 데다 보험사들이 AI 관련 손실의 인수를 꺼리고 있어 보험으로 부담을 크게 덜기도 어렵다. 오픈AI의 보험 보장 한도는 약 3억달러에 불과하고 앤스로픽은 15억달러 저작권 합의금을 자체 자금으로 냈다. 버크셔해서웨이·트래블러스·처브는 배상책임보험에서 AI 사고를 제외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모델 하나가 고객사 여러 곳에서 동시에 사고를 일으키면 손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불어날 수 있어서다.
배상금 지급으로 이익이 줄어 주가가 급락하면 손실을 본 주주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주주가 추가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있다. 위험의 확률을 미리 공개한 회사는 위험을 숨겼다는 소송에서는 방어 근거를 갖지만 위험을 알고도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소송에서는 불리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위험을 크게 말한 회사일수록 그만큼 대비했어야 한다는 주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결정권 제약받는 주주
주주가 떠안는 부담은 손실만이 아니다.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결정을 막을 권한도 주주에게는 제한된다는 점에서다. 통상 상장사에서는 경영진이 이익을 해치는 결정을 하면 주주가 이사회를 교체할 수 있다. 앤스로픽은 주주가 아닌 외부 인사로 구성된 장기편익신탁(LTBT)이 이사 7명 중 4명을 선임한다. 회사는 상장 뒤에도 구조를 유지할 계획이고 창업자에게 차등의결권 주식을 부여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안전을 이유로 신형 모델 출시가 중단되거나 서비스가 중단되면 실적 기대치 약화에 따라 주가는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앤스로픽은 4월 '미소스 프리뷰'를 신탁 권고에 따라 일반 출시하지 않고 검증된 파트너에만 제공했고 6월에는 미국 정부의 명령으로 '페이블5'와 '미소스5' 서비스가 일시 중단됐다. 피치북의 해리슨 롤프스 애널리스트는 안전장치 강화가 출시 지연이나 최상위 모델의 수익화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투자자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높은 몸값만큼 큰 위험
주주가 떠안게 되는 부담은 높아진 몸값에 비례해 커질 수밖에 없다. 앤스로픽이 목표하는 2조달러 기업가치는 7월 연환산 매출 650억달러의 약 31배에 해당한다. 회사는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영업손익이 흑자를 낼 것이라고 주주에게 알렸으나 흑자 규모는 목표 기업가치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배상금 지급이나 서비스 중단으로 이익이 줄어들 경우 높은 밸류에이션을 지불한 주주가 주가 하락으로 입는 손실 폭은 그만큼 커질 수 있다.
테세라PE의 찬 안 최고경영자(CEO)는 "[최상위 AI 개발 연구 같은 위험은] 과거에는 정부나 독점기업이 흡수하던 성격의 위험"이라며 "상장 뒤에는 매일 시가평가를 받는 투자자에게 그대로 이전된다"고 말했다. 하버드로스쿨의 제시 프리드 교수는 "두 회사의 이사들은 지분이 거의 없고 결정 과정에서 이익을 무시할 수 있거나 무시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며 "투자자는 상장 전 두 회사의 지배구조를 면밀히 살펴 주가에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bernard02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