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단기간 끝나지 않아…양측 신뢰 회복돼야
- 업계, 정부 채권단 구조조정프로그램에 의구심 팽배
- 투자 꺼리던 현대상선 대림산업 등 “위기는 기회”
- 국내외 금융기관 "자금 스케줄 등 정보제공 없이 곤란"
[뉴스핌=한기진]18일 서울 도심에선 조선업체와 해운업계를 대상으로 의미있는 설명회가 두 곳에서 열렸다.
이날 아침 9시 서울 남산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가장 큰 홀인 그랜드 볼륨. 마린머니 주최로 은행 등 금융기관과 해운 및 조선회사를 대상으로 열린 ‘선박금융포럼’에는 금융계와 해운업계 및 조선업계의 국내외 관계자가 상당수 참석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열린 행사지만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는 한 참석자의 말처럼 금융위기로 갑작스런 위기에 처한 관련업계의 관심이 뜨거웠다.
“경영환경이 어떠냐?”, “언제쯤 위기가 끝날 것 같냐?”는 기자의 질문에, 해운업계 임원들은 “3~4년은 갈 것”, “빠르면 1년안에 회복될 수 있다” 등 전망이 달랐다. 생명줄을 쥐고 있는 은행들에 대해서는 “돈을 풀어라”고 요구했고, 은행업계는 “신뢰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최근 JP모건의 하나금융지주 보고서 작성 거절 파문에서 불거진 적극적인 기업설명(IR)의 필요성도 외국계 은행에서 “한국의 해운과 조선업계는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금융기관의 눈에 한국은 아직 신뢰가 부족하다는 게 하나금융사태에 이어 해운업계에서도 드러난 것이다.
위기가 끝난 이후에는 “선박금융이 클럽딜 형태로 바뀔 것”과 “새로운 기회가 보인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어 오후 5시부터는 인근 은행연합회 빌딩에서 '조선사 금융지원 프로그램 설명회'가 열렸다.
잘나가던 조선 해운업계가 글로벌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위기에 빠지자, 정부와 채권단의 구조조정프로그램이 가동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구조조정프로그램에 대해 의문이 크고, 일방적인 것들이라는 지적이 조선과 해운업계에 나오고 있고, 금융계는 신뢰가 높여야 한다며 서로간의 간격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 해운업계 “위기 단기간에 끝나지 않아”
최근 4년간 호황을 누렸던 해운업계는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글로벌교역이 줄자, 갑자스레 위기에 빠졌다. 벌크선(곡물•광물 등을 실어나르는 일반 화물선)의 경우, 운임이 최근 5개월 동안 90% 가까이 급락하고, 배를 빌릴 때 내는 용선료는 한 달 새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업계의 과당경쟁은 선원비, 금융비용, 선비 등이 급등했고, 질적 하락도 야기했다.
신성해운 신용경 전무는 “1차적 책임은 해운사에 있지만 보다 근원은 글로벌금융위기로 인한 금융부문에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위기가 단기간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데 국내 해운업계는 공통된 전망을 했다.
대림산업 정진욱 부장은 “2~3년간 어려운 시기가 될 것”, STX팬오션 김정택 부장은 “위기 1년 이상 갈 것으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제임스 로렌 마린머니인터네셔널 대표는 “1년안에 위기가 끝날 수 있다”라는 희망적인 전망을 했다.
◆ 위기 대비 시나리오
해운업계는 현 위기에 대해 “긴축”을 말하면서도 가격이 떨어져 싼값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현대상선 김유준 부장은 “기존사업을 합리화하고 비용을 절감을 통해 대비한다”면서도 “그동안 필요 선박가격이 비싸서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앞으로는 수월해질 것”이라고 했다.
대림산업은 이날 기업설명까지 하며 해운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을 밝혔다.
대림산업 정진욱 부장은 “선박해운을 집중 육성할 계획으로 보수적 관점으로 보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성해운 신용경 전무는 “선박의 운용효율을 높이고 운임을 현실화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TPC 코리아 임동표 이사는 “투자보다 미수금회수, 원가절감, 현금유동성 확보가 최선”이라며 “신주를 16척중 10척으로 축소했고 4척을 매각하는 등으로 현금유동성을 확보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 조선-해운업계, 은행에 “네 탓”
은행연합회 대주단 상설협의회의 ‘패스트 트랙’ 설명회에서 조선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패스트 트랙'제도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설명만 있었을 뿐, 구체적인 지원방안이 없어서다.
업계가 가장 궁금해하는 은행의 선수금환급보증(RG) 확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한 중소조선업체 관계자는 "은행이 몇달전부터 RG를 발행해 주지 않아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조선사들이 많다"며 "최근 금융권에서 시설자금 대출은 물론 RG마저 발급해 주지 않아 선박 건조 자체를 멈춘 중소 조선사들이 한 두곳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 조선사 관계자는 "조선업종은 수주가 다 돼 있기 때문에 만들어서 팔기만 하면 된다"며 "(최근의 유동성 위기는) 오히려 은행권이 조선업체에 대한 지원을 줄이거다 중단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사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해운업계는 은행들이 지나치게 위축돼 있다는 불만을 선박금융포럼에서 터트렸다.
신용장개설까지 축소되면서 국제 해상운송이 사실상 ‘스톱’상태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신용장개설을 늘려 해상물동량 흐름을 원활하게 해달라”는 요구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신주계약이 취소되는 건 금융이 어려워서 그런거고 지속적으로 수주하고 자금이 돌아야 하는 데 은행들이 나서지 않아 어려움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이동해 부부장은 “업계와 은행간 신뢰가 회복돼야 한다”고 했고 포티스 은행 윤형중 아시아 대표는 “적극적인 정보제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투자 꺼리던 현대상선 대림산업 등 “위기는 기회”
- 국내외 금융기관 "자금 스케줄 등 정보제공 없이 곤란"
[뉴스핌=한기진]18일 서울 도심에선 조선업체와 해운업계를 대상으로 의미있는 설명회가 두 곳에서 열렸다.
이날 아침 9시 서울 남산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가장 큰 홀인 그랜드 볼륨. 마린머니 주최로 은행 등 금융기관과 해운 및 조선회사를 대상으로 열린 ‘선박금융포럼’에는 금융계와 해운업계 및 조선업계의 국내외 관계자가 상당수 참석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열린 행사지만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는 한 참석자의 말처럼 금융위기로 갑작스런 위기에 처한 관련업계의 관심이 뜨거웠다.
“경영환경이 어떠냐?”, “언제쯤 위기가 끝날 것 같냐?”는 기자의 질문에, 해운업계 임원들은 “3~4년은 갈 것”, “빠르면 1년안에 회복될 수 있다” 등 전망이 달랐다. 생명줄을 쥐고 있는 은행들에 대해서는 “돈을 풀어라”고 요구했고, 은행업계는 “신뢰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최근 JP모건의 하나금융지주 보고서 작성 거절 파문에서 불거진 적극적인 기업설명(IR)의 필요성도 외국계 은행에서 “한국의 해운과 조선업계는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금융기관의 눈에 한국은 아직 신뢰가 부족하다는 게 하나금융사태에 이어 해운업계에서도 드러난 것이다.
위기가 끝난 이후에는 “선박금융이 클럽딜 형태로 바뀔 것”과 “새로운 기회가 보인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어 오후 5시부터는 인근 은행연합회 빌딩에서 '조선사 금융지원 프로그램 설명회'가 열렸다.
잘나가던 조선 해운업계가 글로벌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위기에 빠지자, 정부와 채권단의 구조조정프로그램이 가동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구조조정프로그램에 대해 의문이 크고, 일방적인 것들이라는 지적이 조선과 해운업계에 나오고 있고, 금융계는 신뢰가 높여야 한다며 서로간의 간격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 해운업계 “위기 단기간에 끝나지 않아”
최근 4년간 호황을 누렸던 해운업계는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글로벌교역이 줄자, 갑자스레 위기에 빠졌다. 벌크선(곡물•광물 등을 실어나르는 일반 화물선)의 경우, 운임이 최근 5개월 동안 90% 가까이 급락하고, 배를 빌릴 때 내는 용선료는 한 달 새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업계의 과당경쟁은 선원비, 금융비용, 선비 등이 급등했고, 질적 하락도 야기했다.
신성해운 신용경 전무는 “1차적 책임은 해운사에 있지만 보다 근원은 글로벌금융위기로 인한 금융부문에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위기가 단기간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데 국내 해운업계는 공통된 전망을 했다.
대림산업 정진욱 부장은 “2~3년간 어려운 시기가 될 것”, STX팬오션 김정택 부장은 “위기 1년 이상 갈 것으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제임스 로렌 마린머니인터네셔널 대표는 “1년안에 위기가 끝날 수 있다”라는 희망적인 전망을 했다.
◆ 위기 대비 시나리오
해운업계는 현 위기에 대해 “긴축”을 말하면서도 가격이 떨어져 싼값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현대상선 김유준 부장은 “기존사업을 합리화하고 비용을 절감을 통해 대비한다”면서도 “그동안 필요 선박가격이 비싸서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앞으로는 수월해질 것”이라고 했다.
대림산업은 이날 기업설명까지 하며 해운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을 밝혔다.
대림산업 정진욱 부장은 “선박해운을 집중 육성할 계획으로 보수적 관점으로 보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성해운 신용경 전무는 “선박의 운용효율을 높이고 운임을 현실화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TPC 코리아 임동표 이사는 “투자보다 미수금회수, 원가절감, 현금유동성 확보가 최선”이라며 “신주를 16척중 10척으로 축소했고 4척을 매각하는 등으로 현금유동성을 확보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 조선-해운업계, 은행에 “네 탓”
은행연합회 대주단 상설협의회의 ‘패스트 트랙’ 설명회에서 조선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패스트 트랙'제도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설명만 있었을 뿐, 구체적인 지원방안이 없어서다.
업계가 가장 궁금해하는 은행의 선수금환급보증(RG) 확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한 중소조선업체 관계자는 "은행이 몇달전부터 RG를 발행해 주지 않아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조선사들이 많다"며 "최근 금융권에서 시설자금 대출은 물론 RG마저 발급해 주지 않아 선박 건조 자체를 멈춘 중소 조선사들이 한 두곳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 조선사 관계자는 "조선업종은 수주가 다 돼 있기 때문에 만들어서 팔기만 하면 된다"며 "(최근의 유동성 위기는) 오히려 은행권이 조선업체에 대한 지원을 줄이거다 중단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사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해운업계는 은행들이 지나치게 위축돼 있다는 불만을 선박금융포럼에서 터트렸다.
신용장개설까지 축소되면서 국제 해상운송이 사실상 ‘스톱’상태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신용장개설을 늘려 해상물동량 흐름을 원활하게 해달라”는 요구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신주계약이 취소되는 건 금융이 어려워서 그런거고 지속적으로 수주하고 자금이 돌아야 하는 데 은행들이 나서지 않아 어려움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이동해 부부장은 “업계와 은행간 신뢰가 회복돼야 한다”고 했고 포티스 은행 윤형중 아시아 대표는 “적극적인 정보제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