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그리스 국채 금리가 급격한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부도 망령'이 시장에 다시 떠돌고 있다.
이제 문제는 그리스가 과연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재정지출을 억제하고 조세를 올리는 어려운 정책을 실행할 정치적 의지가 있는가가 아니라, 오히려 그리스가 그런 정책 결단을 실행하기도 전에 유동성 위기에 몰리지 않을까 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그리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7.5%까지 치솟았다. 불과 사흘 만에 1%나 폭등한 것이다. 그리스 국채 부도 위험에 대한 보험 비용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그리스 국채 스프레드는 463bp(1bp=0.01%포인트)까지 급등하면서 유로화 도입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리스 은행업종주는 이날 7% 이상 폭락하면서 위기 발생 이후 반토막이 났다.
유로/달러는 1.33달러 선을 위협하면서 올해 기록한 1.3267달러 저점에 다가섰다.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 사태로 환율이 1.30달러 선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용평가가 피치는 "더 늦지 않게 구제자금을 신청할 것"을 주문한 가운데, 그리스 경제장관은 굳이 "국가 부도 사태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 분명해지는 시장의 메시지 "얼른 구제 받아라"
이 같은 금융시장의 변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안전망 설치 합의 성명서 정도는 부족하며, 국가 부도사태를 피하려면 가능한 빨리 유럽으로부터 구제를 받으라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 Times)는 과거 IMF 소속 이코노미스트였고 모간스탠리 수석이콘 출신이며 현재는 블루골드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전략가가 된 스티븐 젠(Stephen Jen)이 "이제는 더이상 유동성 문제가 아니라 부도 여부가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경고를 내놓았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급박한데도 유럽 당국자들은 태연한 척하면서 과연 구제기금을 줄 때 IMF와 같이 수준 혹은 시장의 징벌적인 높은 이자율을 적용해야 하는지 여부를 놓고 논쟁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목요일 유럽 재무차관 회의에서 이들이 세부 사항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동안 그리스는 불타고 있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EU와 IMF의 지원 합의는 매우 진지한 약속이며 그리스의 부도 가능성은 비현실적이라는 발언으로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려고 시도했다.
이 같은 발언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중 고점에서 후퇴하면서 7.35%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시장의 부정적인 정서를 되돌리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그리스 정부 관계자는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며 "금융시장이 유럽의 해결책을 시험하고 있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 유럽의 우려는 그리스 구제 자체가 아니라 '도덕적 해이'
하지만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로권의 우려는 그리스 위기로 인한 시장의 전염이 아니라 '도덕적 해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스티븐 젠 전략가는 "그리스가 좋은 조건으로 구제를 받게 되면 포르투갈이나 스페인 등으로 못된 버릇이 확산될까 하는 것이 가장 큰 우려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리스 구제는 크게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유럽위원회(EC)의 주제 마누엘 바호주 위원장의 자문역인 폴 드 그라우에 교수는 "그리스는 유럽 국내총생산(GDP)의 3% 밖에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뒤 "이 문제는 결코 재정 지원 문제가 아니라 정치학적이며 민족주의적 문제이며 믿었던 단일 유럽 관점에서는 큰 후퇴"라고 지적했다.
개인이나 기업들이 그리스 은행들로부터 자금을 빼가고 있다는 징후는 놓칠 수 없는 대목이다. 아직 '뱅크런' 사태는 발생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취약한 그리스 은행권의 사정이나 자본시장의 기능 상실로 볼 때 믿을 구석은 ECB 대출과 그리스 정부의 구제기금 방출 밖에 없는 상태다.
이 가운데 그리스 정부는 높은 보상을 바라는 민간 투자자들에 대한 기대를 포기해야 할 상황에 이르고 있다. 지금처럼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는 당초 이달 예정한 월스트리트 투자설명회는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그리스의 희망은 EU와 IMF로부터 약 300억 유로의 자금을 다른 나라들처럼 4% 금리 수준에서 빌리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문제는 이럴 경우 유로존 외부 국가인 헝가리나 라트비아처럼 그리스에 대한 구제 작업을 IMF가 다시 주도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EU는 IMF와의 모호한 합의를 통해 IMF 전문가의 지원을 받되 조건 등을 주도하는 것은 브뤼셀 당국이 한다는 입장이다.
◆ 채무탕감 필요? "위험한 발상"
그런데 그리스는 이미 순채무에 대한 이자지급 규모가 GDP 대비 차지하는 비중 면에서 선진국들 중에서 가장 높다. 재정 긴축 및 조세 인상 등으로 경제가 더 위축되어 세원이 줄어들면 더 문제가 커진다.
젠 전략가는 "그리스의 GDP 잠재력과 조달비용 사이에 엄청난 간극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금리가 급등하면서 어떤 형태로든 채무 탕감 협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되면 그리스 국채 보유자들은 아마도 약 20% 이상의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는 2001년 아르헨티나 부채 930억 달러가 부도났을 때 상황과 유사하다. 그리스는 실제로 아르헨티나처럼 고정 환율제와 재정적자 그리고 제조업 경쟁력 후퇴 등으로 고전해왔다.
그러나 그리스 채권을 약 1000억 유로 이상 보유한 독일과 프랑스의 은행권을 감안할 때 유럽이 이런 채무탕감 방식을 지지할 리 없다.
그리스의 전 사회주의 정부 자문이었던 야니스 스토르나라스 교수는 "채무탕감을 하자고 하면 더이상 그리스에 대한 대출을 하지 않으려고 할테니, 이건 엄청난 실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는 다만 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문제는 그리스가 과연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재정지출을 억제하고 조세를 올리는 어려운 정책을 실행할 정치적 의지가 있는가가 아니라, 오히려 그리스가 그런 정책 결단을 실행하기도 전에 유동성 위기에 몰리지 않을까 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그리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7.5%까지 치솟았다. 불과 사흘 만에 1%나 폭등한 것이다. 그리스 국채 부도 위험에 대한 보험 비용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그리스 국채 스프레드는 463bp(1bp=0.01%포인트)까지 급등하면서 유로화 도입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리스 은행업종주는 이날 7% 이상 폭락하면서 위기 발생 이후 반토막이 났다.
유로/달러는 1.33달러 선을 위협하면서 올해 기록한 1.3267달러 저점에 다가섰다.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 사태로 환율이 1.30달러 선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용평가가 피치는 "더 늦지 않게 구제자금을 신청할 것"을 주문한 가운데, 그리스 경제장관은 굳이 "국가 부도 사태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 분명해지는 시장의 메시지 "얼른 구제 받아라"
이 같은 금융시장의 변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안전망 설치 합의 성명서 정도는 부족하며, 국가 부도사태를 피하려면 가능한 빨리 유럽으로부터 구제를 받으라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 Times)는 과거 IMF 소속 이코노미스트였고 모간스탠리 수석이콘 출신이며 현재는 블루골드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전략가가 된 스티븐 젠(Stephen Jen)이 "이제는 더이상 유동성 문제가 아니라 부도 여부가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경고를 내놓았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급박한데도 유럽 당국자들은 태연한 척하면서 과연 구제기금을 줄 때 IMF와 같이 수준 혹은 시장의 징벌적인 높은 이자율을 적용해야 하는지 여부를 놓고 논쟁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목요일 유럽 재무차관 회의에서 이들이 세부 사항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동안 그리스는 불타고 있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EU와 IMF의 지원 합의는 매우 진지한 약속이며 그리스의 부도 가능성은 비현실적이라는 발언으로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려고 시도했다.
이 같은 발언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중 고점에서 후퇴하면서 7.35%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시장의 부정적인 정서를 되돌리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그리스 정부 관계자는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며 "금융시장이 유럽의 해결책을 시험하고 있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 유럽의 우려는 그리스 구제 자체가 아니라 '도덕적 해이'
하지만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로권의 우려는 그리스 위기로 인한 시장의 전염이 아니라 '도덕적 해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스티븐 젠 전략가는 "그리스가 좋은 조건으로 구제를 받게 되면 포르투갈이나 스페인 등으로 못된 버릇이 확산될까 하는 것이 가장 큰 우려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리스 구제는 크게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유럽위원회(EC)의 주제 마누엘 바호주 위원장의 자문역인 폴 드 그라우에 교수는 "그리스는 유럽 국내총생산(GDP)의 3% 밖에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뒤 "이 문제는 결코 재정 지원 문제가 아니라 정치학적이며 민족주의적 문제이며 믿었던 단일 유럽 관점에서는 큰 후퇴"라고 지적했다.
개인이나 기업들이 그리스 은행들로부터 자금을 빼가고 있다는 징후는 놓칠 수 없는 대목이다. 아직 '뱅크런' 사태는 발생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취약한 그리스 은행권의 사정이나 자본시장의 기능 상실로 볼 때 믿을 구석은 ECB 대출과 그리스 정부의 구제기금 방출 밖에 없는 상태다.
이 가운데 그리스 정부는 높은 보상을 바라는 민간 투자자들에 대한 기대를 포기해야 할 상황에 이르고 있다. 지금처럼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는 당초 이달 예정한 월스트리트 투자설명회는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그리스의 희망은 EU와 IMF로부터 약 300억 유로의 자금을 다른 나라들처럼 4% 금리 수준에서 빌리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문제는 이럴 경우 유로존 외부 국가인 헝가리나 라트비아처럼 그리스에 대한 구제 작업을 IMF가 다시 주도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EU는 IMF와의 모호한 합의를 통해 IMF 전문가의 지원을 받되 조건 등을 주도하는 것은 브뤼셀 당국이 한다는 입장이다.
◆ 채무탕감 필요? "위험한 발상"
그런데 그리스는 이미 순채무에 대한 이자지급 규모가 GDP 대비 차지하는 비중 면에서 선진국들 중에서 가장 높다. 재정 긴축 및 조세 인상 등으로 경제가 더 위축되어 세원이 줄어들면 더 문제가 커진다.
젠 전략가는 "그리스의 GDP 잠재력과 조달비용 사이에 엄청난 간극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금리가 급등하면서 어떤 형태로든 채무 탕감 협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되면 그리스 국채 보유자들은 아마도 약 20% 이상의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는 2001년 아르헨티나 부채 930억 달러가 부도났을 때 상황과 유사하다. 그리스는 실제로 아르헨티나처럼 고정 환율제와 재정적자 그리고 제조업 경쟁력 후퇴 등으로 고전해왔다.
그러나 그리스 채권을 약 1000억 유로 이상 보유한 독일과 프랑스의 은행권을 감안할 때 유럽이 이런 채무탕감 방식을 지지할 리 없다.
그리스의 전 사회주의 정부 자문이었던 야니스 스토르나라스 교수는 "채무탕감을 하자고 하면 더이상 그리스에 대한 대출을 하지 않으려고 할테니, 이건 엄청난 실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는 다만 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