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유범 기자] 해외로 유출될 뻔한 기술을 수사기관의 공조로 막았다는 뉴스를 종종 볼 수 있다.
뉴스를 본 사람들은 대개 '자원 없는 나라의 핵심 경쟁력인 기술이 유출된다는 건 국가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논리에 수긍하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 국익을 팔아먹은 '산업스파이를 매국노로 여기며 분개한다.
그런데 과연 유출될 뻔했다는 기술이 정말 그렇게 중요한 기술일까? 우리 기술이 해외로 넘어갈 뻔했다는 것은 사실일까? 기술유출로 입는 피해액이 실제로 수조 원에 달하는 것일까? 그 자세한 진위를 취재한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개 수사기관의 발표가 그대로 보도될 뿐이다.
이 책은 2005년 정부지원금 190억원이 투입된 첨단 기술을 유출했다는 혐의로 검거된 사건의 피의자인 '한 연구원과 제자 5명'이 누명을 벗게 되면서 이를 현직 기자인 저자가 심층 취재한 기록이다.
혐의를 받은 연구원은 사실 여부를 따질 겨를도 없이 그것이 진실인 양 퍼져 나갔다. 결국 무죄로 결론이 났지만 이 연구원은 이 사건으로 인해 이혼이라는 재앙을 맞아야 했고, 나머지 연구진도 재판이 진행되는 3년여간 경제적,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기술 유출을 걱정하고 대책을 마련하기에 앞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
저자는 기술 유출 사건을 둘러싼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해당 기업이나 국정원, 검찰 등 수사기관이 언론과 국민에게 발표하는 내용이 과장돼 있다는 점, 유출되지도 않은 기술까지 모두 유출됐다는 전제 아래 예상 피해액을 계산한다는 점, 또 실제 유출된 기술이 핵심 기술이었는지 검증하는 단계도 빠져 있다는 점 등이다.
도난당한 열정/ 지은이 윤건일/ 1만2800원/ 228쪽/ 시대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