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안보람 기자] 채권금리가 닷새째 하락했다.
금리 레벨에 대한 부담이 있었지만 경제지표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자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외국인들이 국채선물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익실현에 나서자 시장이 출렁이기도 했다.
그러나 증권사, 투신사 등 분기말 결산을 앞둔 기관들이 장부가치 상승을 활용하기 위한 막판 '윈도우 드레싱'(Window-dressing)에 나서면서 닷새 연속 채권 강세가 이어졌다.
30일 한국금융투자협회는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이 3.32%로 전날보다 2bp 내렸다고 최종 고시했다.
국고채 5년물은 3.71%로 3bp, 국고채 10년물은 4.11%로 2bp 하락했다.
국고 20년물의 경우 4.41%로 전날보다 1bp 하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안 2년물 역시 3.31%로 하락했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3년만기 국채선물 12월물은 112.55로 전날보다 2틱 오른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날 국채선물은 전날보다 2틱 오른 112.55에 시작한 뒤 112.65로 고점을 높였지만 외국인들의 매도가 확대되며 112.46으로 하락전환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판 증권·투신 등 분기말 결산을 앞둔 기관에서 적극 매수에 나서면서 소폭 강세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이날 4119계약의 국채선물을 순매도했다. 은행도 1545계약에 대해 매도우위를 보였다.
반면 증권은 3043계약의 국채선물을 순매수했다. 투신도 2566계약 순매수로 대응했다.
◆ 분기말 윈도드레싱 효과, 레벨부담 이겼다
이날 시장은 미국채 수익률이 상승 마감했지만 기업경기실사지수(BSI), 8월 산업활동동향 등이 채권시장에 우호적으로 해석되면서 강세 출발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기준선인 100선을 넘었지만, 석달째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통계청이 내놓은 8월 광공업생산도 여름휴가나 기상이변 등 일시적 요인이 있기는 하지만 증가율이 둔화된 모습이고 소비와 내수, 그리고 경기 선행 및 동행지수도 하락했다.
이에 따라 10월 금리동결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듯 장기물은 물론 단기물로도 매수가 유입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외국인의 국채선물 순매도에 나선 점은 부담이 됐다. 외국인의 국채선물매도 확대되면서 갑자기 레벨에 대한 부담이 느껴졌다는 의견도 보였다.
일각에서는 오후 2시에 공개된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물가에 대한 우려가 확인된 점이 부담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장참가자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막판에는 증권사, 투신사 등 분기말 결산을 앞둔 기관들이 윈도우 드레싱에 나서며 가격을 끌어 올렸다.
마침 무디스가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점도 채권시장을 지지했다.
외국계은행의 한 채권매니저는 "전체적으로 조용했다"며 "수급이 여전히 좋고 환율이 아래쪽이라고는 하지만 절대레벨에 대한 부담이 아예 없진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국채선물이 112.65로 올라서기도 했지만 외국인들이 차익실현에 나서자 움찔하는 모습이 보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막판 증권사, 투신사 등의 윈도드레싱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며 "스페인 신용등급도 우호적인 소식이긴 했지만 이미 반영됐다"고 관측했다.
그는 이어 "3년물의 경우 역사적 저점까지 6bp 정도 남았는데 당장 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라며 "단기적으로 고점징후가 나타나고 있어 내일 소비자물가가 발표되고 오후 장부터는 조심스러운 움직임이 이어질 듯하다"고 내다봤다.
다른 외국계은행의 한 채권매니저는 "산업활동동향, 국채발행 계획 등 금리레벨을 빼면 악재가 없었다"며 "국채선물의 경우 외국인들의 차익실현 물량이 나오면서 등락이 있었지만 큰 움직임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물의 경우 캐리메리트가 없는 레벨까지 왔기 때문에 커브플래트닝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악재가 없다보니 저점매수 대응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BSI가 하락하고, 동행지수 경기순환 변동치가 하락한 점이 주목을 받으면서 장이 강했는데 외국인의 차익실현이 늘면서 주춤했다"며 "현물의 경우 5년물이 상대적으로 강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이 매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증권 등의 윈도드레싱 효과가 크게 작용한 듯하다"며 "외국인들이 오늘 비축한 총알로 또다시 매수에 나설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매니저는 "다른 때 같으면 한은의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등이 나오고 장이 좀 밀렸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며 "중앙은행의 통제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활동동향은 이미 어느 정도 반영돼서 실질적으로 영향은 미미했던 것 같다"면서 "내일 소비자물가상승률 역시 어느 정도 반영됐기 때문에 3% 가까운 모습을 보이더라도 크게 약해질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기술적 부담이 있는 상황이라 단기적으로는 추가강세를 보이기도 녹록치 않을 듯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