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변명섭 기자]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사장은 늘상 소통을 중요시한다.
지난 13일 금융감독원 직원을 상대로한 '도시락 창조교실' 강연회에서도 역시 소통으로 귀결되는 자신의 경영철학을 설파했다.
정 사장은 이 자리에서 '마켓 플레이스'라는 임원간 회의를 자세히 소개하며 역시 소통의 문제를 꺼내들었다.
마켓 플레이스는 현대카드 및 캐피탈이 매달 둘째주 목요일에 시행하는 임원간 회의다. 이달에는 14일 오후에 열린다.
마켓 플레이스에 참석하는 50여 명이 넘는 전 임원은 사무실을 벗어나 노트북과 간단한 서류만 챙겨 본사 컨벤션홀에 모여 한나절 업무를 한다.
임원들은 열린 공간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그간 소홀했던 부서간 의사소통에 집중한다.
마켓 플레이스는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됐다. 회의가 처음 열리던 날 어떤 주제로 무엇에 관해 토론할지 고민하던 임원들은 자연스레 업무 얘기로 이어지는 과정을 거쳤다.
한쪽에서는 신상품 출시와 관련된 즉석 회의가 열리고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들까지 자리에 함께했다.
마켓 플레이스는 이메일 등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미세한 오류나 형식적인 업무협조에서 나아가 각 임원들이 갖고 있는 사고를 공유하고 얼굴을 직접 맞대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공유하게 만들어 준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고객들은 회사의 부서 분할에 관심이 없다"며 "더 좋은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은 그것이 마케팅팀의 일이냐 리스크관리팀의 일인지가 중요치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고객은 오직 더 빠르고 좋은 서비스를 원할 뿐이고 마켓 플레이스는 바로 이런 부서간의 간극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마켓 플레이스는 기존의 회사 관점에서 업무에 접근하는 방식에서 탈피, 오직 고객이 어떤 서비스를 원하고 어떤 불편함을 느끼는지에 집중돼 있다는게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설명이다.
대다수 기업의 업무분장은 고객의 관점이라기 보다는 회사의 관점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정작 중요한 일이라도 부서간 협업이 필요한 경우에는 느리고 사소하게 처리된다.
크로스펑션(cross function)은 바로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마켓 플레이스는 임원들간의 장벽 제거를 통해 부서간 협조의 필요성과 효과를 체감적으로 경험해 보는 방식이다.
정태영 사장은 자신들의 조직문화를 설명하면서 철저히 분업화돼 자신의 업무에만 매달려 큰 틀의 조직문화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못하는 금감원 조직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이번 강연을 기획했던 금감원 변화추진기획단 관계자는 "현대카드와 캐피탈만의 조직문화를 잘 이해할 수 있었는데 금감원도 시행하면 좋을 것 같은 내용이 많았다"며 "다소 딱딱하게 인식되고 있는 금감원 조직문화에 도움될 수 있어 유익했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변명섭 기자 (bright07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