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내부, 각종 현안으로 회장직 수락 부정적
-재계, 이 회장 대외행보 변화..수락 가능성도
[뉴스핌=이강혁 기자] 회장직 구인난에 빠져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OK' 사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 7월 승지원 회장단 만찬때 "3~5개월 시간을 갖자"고 말한 이유에서다. 이 회장의 회장직 수락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지난 18일 저녁 서울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정례 회장단 회의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이건희 회장이 지난 7월 회의 당시 3~5개월 정도 시간을 갖자고 말해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이 수락의 의미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거부의 의사도 아니라는 점에서 회장단의 기대감이 높다.
정 부회장은 "조석래 회장의 임기가 내년 2월까지기 때문에 그때까지 좀더 기다려보자는데 의견을 모았다"면서 "(이 회장의 회장직 수락은) 회장단들이 다 바라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이 같은 정 부회장의 공개 발언에 대해 특별한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회장님 의중을 어찌 알겠냐"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룹 내부에서는 이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수락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전경련 수장으로 공개석상에 나서야하는 부담감과 함께 각종 재계 현안을 위해 발로 뛰어야 할만큼 건강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와 그룹의 화급한 현안에 집중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재계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회장직 수락 가능성도 없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경련이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로부터 시작된 태생적 이유가 있는만큼 이 회장의 애착은 누구보다 크다. 또, 최근 그룹의 경영이나 인사 문제 등에 활발한 공개 발언에 나서고 있어 그동안 대외활동 기조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뒤따른다.
여기에 이재용 부사장 등 자녀들에 대한 후계승계를 가속화하면서 전경련이라는 정·재계를 아우를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한 재계 인사는 "이 회장이 시간을 갖자고 한 것이 수락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발언일 수 있다"며 "상황이 맞으면 못할 것도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편, 전경련이 이 회장에 대한 구애를 계속하고 있는 것은 마땅한 후임자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전경련의 위상 확립과 정·재계 소통을 위한 영향력을 놓고 볼 때, 4대그룹 중에서 회장직을 맡아주길 바라지만 모두들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나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은 전경련과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 때문에 재계의 평판이나 나이 등에서 이 회장만큼 적임자도 없다는 게 전경련의 희망사항이다.
재계 서열 1위의 삼성 회장이 전경련 수장에 오르면 2년마다 수장을 찾지 못해 애태웠던 지난 10여년의 초라한 위상을 단번에 해소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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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