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동환 기자] 연준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와 오바마 행정부의 감세 연장안 등 부양정책에 힘입어 내년 미국 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미국 국채 수익률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과 감세 연장안에 합의하면서 주요 이코노미스트들은 내년 미국의 성장률을 상향 조정하고 나서는 등 긍정적인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에 주요 프라이머리딜러들 역시 강한 성장 전망에 안전자산인 국채 시장의 약세를 예상하면서 기존의 미국채 수익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나섰다.
그러나 최근 시장의 움직임은 국채 수익률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을 압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세부적인 변수들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지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양적완화(QE2)가 결의되기 직전에 2.4% 미만에서 최근 3.5%까지 상승했다.
◆ 10년물 수익률 최대 5%까지 상승 전망
온라인 금융전문 사이트인 배런스와 다우존스 통신이 이달 들어 실시한 서베이에 따르면 주요 프라이머리딜러(PD)들은 내년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최대 5%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모간스탠리의 경우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이 내년 중순 3.5% 수준을 보이다 연말에는 4%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내년 말 10년물 수익률을 3.75% 수준으로 예상했지만 내년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한 후 국채 수익률 전망치도 상향 조정한 것이다.
특히 제프리스는 내년 말까지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이 5%까지 급등할 것으로 예상해 눈길을 끌었다.
이달 초에 실시한 다우존스 통신의 서베이에서 제프리스의 와드 맥카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채 시장에서 30년물의 강세 흐름은 이미 끝났다"며 "내년 경제가 호전됨에 따라 국채 수익률은 크게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중순까지 10년물 수익률이 3.5%에서 연말 3.8%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으며 JP모간은 이보다는 완만한 3.6% 수준의 수익률을 예상했다.
◆ 주요 이벤트가 전망을 압도
대부분의 PD들은 연준이 실시한 추가 완화정책과 감세안 연장으로 높아진 경기회복 기대감이 국채 수익률의 오름세를 견인할 것이라는데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대형 이벤트에 따른 시장의 움직임은 전문가들의 전망이 무색할 만큼 급격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앞서 연준이 6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국채매입 조치를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채 수익률은 큰 폭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지난 10월 2.385%까지 하락했던 10년물 수익률은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감세 연장안에 합의한 이달 초 3.568%까지 치솟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기간 시장 분위기에 더 민감한 2년물과 5년물 수익률은 더 큰 폭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움직임의 폭과 속도가 지나치다는 우려가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확산되면서 10년물 수익률은 지난 주말 다시 3.328% 수준으로 하락했으며 2년물과 5년물 수익률도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MF글로벌의 제임스 셜리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초 미국채 시장을 비롯해 글로벌 마켓이 유럽 주변국들의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고 지적하면서 최근 국채 시장의 움직임은 이에 대한 조정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감세 연장안으로 높아진 경제 회복 기대감
미국 경제에 대한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국채 수익률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시 행정부 당시 만들어진 감세안이 오는 2012년까지 연장되면서 장기적으로 고용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기업들의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이에 주요 이코노미스트들은 내년 미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수치에서 0.5%포인트에서 1%포인트 가량 상향 수정하고 나섰다.
모간스탠리의 경우 내년 1/4분기 미국 경제의 실질 성장률은 4% 수준으로 제시하며 기존 전망치에서 1% 포인트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감세안 연장은 과거 클린턴 행정부에 시장에 충격을 안긴 예산안 조정 만큼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반대의 반응을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조셉 카슨 수석 이콘은 "빌 크린턴 대통령이 대선 당시 약 2000억 달러의 인프라건설 투자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집권 한 달 만에 재정건전화 정책을 내놓아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라며 "감세안 역시 이와 맞먹는 깜짝 이벤트"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클린턴의 조치로 10개월간 10년물 수익률이 1.8%포인트 가량 하락한 것과는 반대로 이번 감세안은 수익률은 큰 폭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제임스 셜리번 이콘은 현재 미국의 명목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3.5% 수준이며 내년에 이르러 고점을 형성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국채 수익률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감세안의 연장으로 미국의 재정적자는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면서 연준의 제로금리와 자산 매입 효과를 희석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JP모간의 집계에 따르면 이번 감세안 연장으로 미국의 재정적자는 1조 5000억 달라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재정적자에 대한 부담은 수급면에서 국채발행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을 강화시키며 고전적인 구축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연준 금리 동결 예상. 인플레 압력은 강화
대부분의 PD들은 연준이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0%~0.25% 수준으로 동결하고 기존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견해에 동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이 정책 결정에 있어 실업률에 집착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RDQ 이코노믹스의 존 라이딩 이콘은 실질금리가 상승하면서 10년물 국채 수익률에도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물가연동채권(TIPS)의 수익률 역시 현 1% 수준에서 2% 수준으로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프리 마켓(Free Market Inc.)의 마이클 T. 루이스 대표는 "내년 말까지 버냉키는 인플레이션을 자랑하는 최초의 연준 총재가 될 것"이라며 "그러나 그는 2012년 정도에 이 문제에 대해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감세안 연장과 QE2로 경제 회복 가능한가?
감세 연장안과 연준의 QE2로 내년 미국 경제의 하방 위험이 줄어들고 있다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고용시장에 대한 우려와 소비의 위축으로 경제 회복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글루스킨 셰프 앤 어소시에이츠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수석 이콘은 "연준의 QE2와 감세안으로 어느 정도 시간을 벌 수는 있다"며 미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은 아직 의문이라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유럽의 부채위기가 아직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경제에 쇼크를 가져다 줄 수 있다"며 "지방 정부의 적자감축 노력은 미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해 보면 호의적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미국의 실업률이 10%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근원 물가 역시 '제로' 수준을 간신히 상회하고 있다는 점에서 금리가 계속 상승 추세를 유지할 가능성은 적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