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일교포 이사들 결정적 영향력 행사 가능성 높아
-경영능력+신한문화 계승발전 두 기준이 가장 중요
[뉴스핌=배규민 기자] 신한지주 회장 선임 절차가 한창인 가운데 재일교포 이사들이 결정적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느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와 마찬가지로 경영능력을 중점적으로 살피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신한 조직 문화’를 계승·발전시킬 적임자가 누구냐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두 개의 서치펌(Search Firm)회사로부터 20여명의 회장 후보들을 추천 받았다.
여기에 특별위원회 구성원들이 추천하는 후보들을 추가로 포함시켜 오는 29일 열리는 특별위원회에서 최종 후보군을 선정할 계획이다.
서치펌이 추천한 후보들 중에는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현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장관은 류시열 신한지주 회장 직무대행,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이인호 전 신한지주 사장 등과 치열한 각축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들 쟁쟁한 후보들과 함께 20여명의 후보군 중에는 홍성균 전 신한카드 사장, 한동우 전 신한생명 사장 등 여러 금융계 출신 인사들이 명망과 경력을 겨루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금융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인선 과정에서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이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신한지주에 정통한 고위 관계자는 “재일교포 이사들의 생각이 회장 선임에 있어 가장 큰 변수중 하나임에 틀림없다”고 전했다.
특위 구성원 9명 중 4명을 차지하는 재일동포 사외이사가 회장 최종 후보감으로 누구를 지지하고 혹은 누구를 반대하느냐에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재일동포 사외이사들은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의 입김이 여전히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결집해 신 전사장이 내세우는 후보를 밀 경우 큰 변수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것.
신한은행 한 관계자는 “오사카 출신 이사들과 동경 출신 이사들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늘 한 목소리를 냈다”면서 “회장 선임 역시 재일교포의 의견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일교포 이사들은 일찌감치 차기 회장은 신한문화를 계승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재일교포 이사 및 주주들은 지난해 10월 성명서를 통해 라응찬 전 회장 등 신한지주 빅3의 동반퇴진과 함께 신한은행의 이념과 문화를 계승할 수 있는 경영진을 선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막판에는 라응찬 전회장의 심중에 있는 인사와 신상훈 전 사장이 미는 인사가 경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서 눈여겨 볼 만한 건 류시열 현 회장의 역할이다.
류 회장은 신한은행장으로 서진원 신한생명 사장을 선임할 때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류 회장이 라응찬 전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졌지만 라 전 회장의 생각과 달리 서 사장을 신한은행장으로 선임했다는 것이다.
이백순 전행장의 후임행장 선임을 놓고 세대교체론과 화합론이 맞섰을 때 서 사장은 세대교체 대상일 수 있었지만 류 회장이 세대교체 보다는 화합을 강조해 서 사장이 행장이 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서 사장의 신한은행장 선임은 신한은행 내부로부터 갈라진 신한은행을 화합시킬 수 있는 무난한 인사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신한사태로 떨어진 주주들의 가치를 향상시켜 줄 수 있는 경영능력 등도 중요한 자격 요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지주 핵심 관계자는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이 동반 퇴진한 상황에서 어느 한 쪽만의 이야기를 듣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경영 능력 등 다방면에서 검토해서 결정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강만수 전 장관의 경우 경륜과 지명도 등의 저력에 힘입어 최종 후보군까지 진출하는 것은 무난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재일교포 이사들을 중심으로 신한문화 계승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한다면 강 전 장관이 최종관문을 통과하기는 결코 간단치 않다는 견해 역시 매우 두텁게 형성돼 있다.
류 회장이 전일 기자들에게 "관료출신들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이는 원론적인 언급일 것이란 관측이 많다.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 있기 때문에 정부도 재일교포들의 눈치를 안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오는 2012년 총선과 대선부터 재외국민과 교포들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일본 지역의 유권자만 47만 3000여명에 달한다.
신한은행 노동조합 역시 현 정권에서 관직을 지낸 사람은 회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관료 출신 후보자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김국환 노조위원장은 “아직 회장 후보자를 선정하는 중이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다”면서 “낙하산 인사 움직임이 있을 경우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 신한카드, 제주은행 등 주요 자회사 노조와 함께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만수 전 장관의 경우 정부가 사실상 주주인 우리금융 회장으로 갈 가능성도 부상하고 있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 여부에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