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기자] 스페인 정부는 국제 금융시장의 구제 금융 사태에 직면하지 않도록 자국 금융기관에 더 많은 자금을 쏟아부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자국 금융기관에 대한 구제 시도가 잘 먹히지 않아 새로운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는 것인데, 유로존 주변국 우려가 확산될 수 있는 후보로 꼽히는 스페인이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스페인이 조만간 금융기관 구제 기금 마련을 위해 30억 유로 규모의 채권을 발행할 예정인데 궁극적으로는 총 발행 규모가 거의 300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차적으로 이렇게 조달한 자금을 금융기관에 투입함으로써 지역저축은행, 이른바 '카하스(cajas)'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WSJ는 '카하스'의 운명은 스페인 및 유로화 자체의 운명과 불가분하게 엮여 있으며, 이들이 자금조달에 실패하여 정부 구제금융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지난달 국제 신용평가가 무디스(Moody'S)는 스페인 국가신용등급을 하향조정 검토 대상에 올렸다.
스페인 정부는 그 외에도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저축은행의 복잡한 구조를 단순화하여 전통적인 은행과 같은 기관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소식이다. '카하스'는 오랫동안 소유 및 지배구조가 복잡하고 여타 은행들에 비해 정보 공개도 제한적으로 해왔다. 이사회는 지역 정치인과 노조임원, 고객 심지어는 천주교 신부로 구성되어 있는 등 대출 의사결정에 대한 영향력을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해에 45개에 달하는 '카하스'를 17개로 통합했으나 여전히 그 소유 및 지배구조가 혼란스러운 채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스페인 정부 조치에는 은행구조조정기금을 통해 110억 유로를 투입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으며 그 규모가 최대 990억 유로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고 밝혔으나, 최근에는 추가 투입은 불필요하다면서 오히려 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 소식통들은 '카하스'를 보다 중앙화되고 투명한 전통적인 은행으로 모르고 모든 자산을 지주회사로 모은 다음 일관된 경영체제를 구축하는 방식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같은 방식은 입법 과정이 필요하거나 정부 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을 만들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바클레이스 캐피탈의 안토니오 가르시아 파스쿠알 이코노미스트는 "저축은행 부문의 구조조정과 자본 증강이야 말로 지금 스페인 정부에게 가장 중대한 쟁점"이라고 논평했다.
'카하스'의 자본 증강은 스페인의 기존 자금조달 수요를 감안할 때 새로운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스페인이 적자를 보전하고 만기도래 부채를 연장하는데 필요한 자금조달 규모가 125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스페인 총 은행권 자산의 42%에 달하는 1.3조 유로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카하스'는 과거 10여년 동안 무분별하게 대출을 실시해 주택시장 거품 발생에 기여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주택시장 거품이 꺼지자 이들 저축은행들은 막대한 부실 자산과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스페인정부의 새로운 움직임은 지난해 여러 조치들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비관론자들은 이번 정부가 고려하고 있다는 대책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새로 설립된 방카 시비카(Banka Civica)에 4억 5000만 유로를 투자하기로 했던 사모펀드 JC 플라워스는 은행의 최종 인수합병 구도가 나올 때까지 투자를 연기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말까지 스페인의 자금조달 비용을 급격히 증가했고, 스페인 중앙은행은 '카하스'의 통합을 가속화하고 비용 부담을 줄일 것을 요구했다. 최근 스페인 정부는 이 과제가 긴급하다고 호소하는 실정이다.
스페인 정부는 은행구조조정 기금을 이용해 직접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금투입도 고려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는 우선주 매입과 달리 금융기관에 대한 보다 강력한 지배를 가능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 주도의 '배드뱅크'를 설립하여 부실자산을 걷어내는 역할을 하도록 하게 될 것인데, 이런 조직을 어떻게 설립하고 자금을 마련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WSJ는 스페인 정부의 부채는 다른 재정난을 겪고 있는 유로존 주변국에 비해서는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아일랜드의 구제금융 이후 스페인의 조달 비용이 급등해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주 스페인의 국채 입찰이 원만하게 이루어지면서 우려가 다소 줄기는 했지만, 투자자들은 아직 저축은행 등 산적한 과제에 대해 당국이 뚜렷한 해결책을 내오지 못한 점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UBS의 분석가들은 스페인 은행권이 필요한 자본 증액 규모가 적게는 200억 유로, 많게는 1200억 유로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어 정부의 자본투입 계획도 안심할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수익률대회 1위 전문가 3인이 진행하는 고수익 증권방송!
[뉴스핌 Newspim]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