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기자] 최근 튀니지에 이은 이집트의 민중 항거는 전 세계 금융시장을 놀라게했다.
특히 식량 및 연료가격 급등의 시절에 발생한 이 같은 신흥시장의 정치적 위험을 다시 보자는 경고가 제기되고 있다.
독재정권이 들어선 신흥시장의 경우 투자자들이 더 높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하며, 잠재적인 정치 및 권력세습 위험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고 1일 로이터통신이 분석했다.
카이로를 비롯한 이집트 도시에서 무바라크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지속되면서, 신흥시장의 정치적 안정성은 한순간에 의문에 빠졌다. 이에 따라 국제 상품, 에너지, 국채, 외환 그리고 주식시장 게다가 외국인직접투자에 대한 보증비용까지 모두 영향을 받았다.
◆ 파급효과: 재정 규율 약화, 자본통제 위험
최근 아프리카와 중동의 상황은 마찬가지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 나라와 권좌에 있는 지도자들로 하여금 식량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자본을 통제하고 나아가 불안요소에 대한 감시와 파괴 노력을 강화하게끔 할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이들 나라는 대중들의 분노를 일깨우지 않기 위해 재정지출을 더 늘릴 가능성이 높은데, 이럴 경우 국채투자자들은 타격을 입을 수 있고, 주식이나 외환 투자자 역시 자금을 넣고 빼기 쉽지 않게 될까봐 우려하게 된다. 실제로 이집트는 지난주 목요일부터 주식시장을 폐쇄해 투자자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잡아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흥시장에 투자할 때는 이 같은 돌발적인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별 문제가 없고 정권도 안정적이라고 해도, 이런 상황이 영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잘못된 가격을 매기고 있는 셈이라는 것이다.
신흥시장 투자에 경종을 울린 또다른 사례도 이번에 발생했다. 코트디부아르는 지난해 11월 대통령선거 이후 권력 이양이 거부되면서 이번 주초 국채이자상환을 하지 못해 디폴트 상황이 연출됐다.
코트디부아르 국채 디폴트는 지난 2008년 이후 첫 국가 부도사태로 기록될 예정이다.
◆ 국제유가 준동 속 일각에선 금리인하 대응까지
월요일 글로벌 증시는 이집트 사태의 충격 속에 전반적으로 하락했고, 국제유가는 브렌트유 근월물이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중동이 들끓으면서 국제 상품가격이 준동하자, 세계경제 회복의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는 개도국들은 인플레이션 비상에 걸렸다. 이미 식량가격 급등에 따른 정치적 파급을 우려한 알제리는 식량구매량을 늘렸고 글로벌 식량가격은 더욱 뛰었다.
이런 가운데 터키와 케냐는 기준금리를 올리지는 못할 망정 되레 금리인하라는 정치적인 대응을 해 우려를 사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글로벌 투자자들은 신흥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례적인 상황에 대해 한편으로 놀라면서 다른 한편으로 새롭게 리스크를 평가하고 있다. 최근 몇년 사이에는 선진국이 위험 면에서는 좀 더 주목을 받은 터라 신흥국이나 개도국은 뒷전이었지만, 다시 그 위험이 대단히 크다는 것을 재발견하는 셈이다.
튀니지와 이집트에 이어 예멘, 수단, 요르단, 시리아 나아가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국들에서도 분명히 유사한 위험이 발생할 여지가 높아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런 사태는 태국과 같은 동남아나 일부 중앙아시아의 독재국가들로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환율전쟁 구도에도 변화 올까
또한 '환율전쟁'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 동안 미국과 중국은 평가절상 문제로 날카롭게 대립해왔지만, 글로벌 자원 및 식량,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조건에서는 오히려 통화 평가절상이 유리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수출 중심 국가가 갑작스럽게 평가절상을 용인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 중국이 위안화의 빠른 절상은 용인하기 어려울 것이란 주장도 내놓고 있다. 오히려 중국도 이런 감염 효과보다는 정치적 불안 가능성 등 다른 경로에 좀 더 민감할 것이란 지적이다.
중국은 최근 사태에 대해 우려하면서 트위터 스타일의 마이크로 소셜네트워크에서 '이집트'란 검색어가 작동하지 않도록 봉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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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