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안보람 기자]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채권시장참가자들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1월 소비자물가가 공개되기 전만 해도 '2월 금리인상'에 물음표를 붙였던 시장이지만 '4%대' 상승률이 확인되자 시각이 인상으로 돌아서고 있다.
◆ 물가의 '비상', 언제까지?
1일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등 당국은 물론 시장 전문가들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물가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데 입을 모았다.
한국은행의 물가 걱정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기습적인 금리인상으로 표출됐다. 지난해 10월에 이어 석 달 만에 한은의 물가관리 목표치인 3±1%의 상단을 넘어선 점은 부담을 높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신운 한은 물가분석팀장은 "근원인플레이션이 2%대 중반을 넘어섰다"며 "석유류도 많이 올랐지만 이를 제외한 쪽에서도 오름폭이 커지고 있고, 서비스 쪽도 올라가는 모습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신 팀장은 이어 "수요 쪽은 이미 여러 차례 말했듯이 올 상반기 1/4분기 쪽에서 많은 가격 조정이 있으니까 상승압력이 크다고 봤고,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며 "추가적으로 유가와 농산물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CPI가 높게나오는 요인으로 보고 있는데, 상당히 높은 오름세는 당분간 지속될 듯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유가나 농산물이나 이런 것들이 불확실성이 있지만 높은 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에 전년 동월과 비교해 꺾이기 시작해도 수준자체가 높다 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며 "2~3월 넘어가면서 서비스 요금 등도 가격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민을 따듯하게'를 외쳐온 기획재정부 역시 높은 물가상승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1분기 소비자물가가 4% 내외 고공행진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 등 원자재가격, 농축수산물 공급감소, 중국 인프레이션 영향 등을 감안하면 1/4분기 소비자물가가 다소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윤 국장은 "2분기 이후부터 점차 안정세를 되찾으면서 하반기에는 3% 내외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사들도 일제히 물가에 대한 우려를 보였다. 기술적으로 봤을때 2월에는 1월보다 더 오를 수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염상훈 SK증권 애널리스트는 "1월 소비자물가 급등을 견인한 품목 중에서는 어개(생선)와 육류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면서 "한파와 구제역 파동으로 인한 일시적인 가격 상승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들 품목은 2월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소비자물가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육류가격과 어개가격은 채소, 과일 가격과는 다르게 가격의 하방 경직성이 의외라 강하다"며 "현재까지도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어 소비자물가 산출 방식 상 2월에도 높게 나올 수 밖에 없고, 이후에는 더 오를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비 4.2% 상승해 1월 보다 높아질 것이며, 3월에는 4.6%로 더 치솟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 기준금리 인상, 변칙적 방법으로 효과 극대화(?)
관심은 자연히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 물론 기준금리 인상으로 과연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윤종원 경제정책국장은 이날 "공급부문 물가상승압력에 대해 금리 등 수요부문의 정책수단으로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긴축 없는 물가안정을 논하기란 불가능하다. 지난달 금리인상이 단행됐으나 설 자금 때문인지 실질적인 자금흡수가 이뤄지지 않고있다. 이에 시장 일각에서 한은의 긴축의지를 의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이달에는 금리인상뿐 아니라 유동성 흡수도 동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기대인플레이션 심리를 잡겠다"는 김중수 한은 총재나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의 발언을 감안하면 기준금리 인상은 과거의 방식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999년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1월 금리인상도 그 방법 중 하나였다는 해석이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달에 이어 2개월 연속 금리인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리인상이 연속적으로 이뤄진 것은 2007년 7, 8월 단 한차례에 불과했다. 시장참가자들은 당시 상황을 "금리인상 폭 이상의 효과"라고 기억하고 있다.
전날 시장에서는 이런 우려를 배경으로 "2월뿐 아니라 3월에도 올릴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금리인상을 미뤄오다 누적된 물가상승압력이 한번에 폭발하자 금리인상의 효과를 확인할 틈이 없다는 것.
기본적으로 성장을 중시해 낮은 수준의 기준금리를 지향하는 현정부에서 상승폭을 최소로 하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변칙적인 방법으로 심리를 누르는 게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운용본부장은 "거시·미시적인 대응방안을 지속 강구해 물가를 잡겠다는 재정부 쪽 의지를 감안하면 2월에도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며 "너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국계은행의 한 채권매니저는 “구제역 피해가 예상외로 확산되고 있고, 이집트 사태로 유가도 상승우려가 더 커졌다”며 “들썩이는 부동산까지도 감안하면 기대인플레이션이 더 올라가고 있어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월 금통위의 전격적인 금리인상과 정부의 물가안정 종합대책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쉽게 진정될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2월 금리인상의 가능성을 매우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말 그대로 지금은 물가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으로 초반에 승기를 잡지 않는다면 갈수록 상황은 어려워 질 수 있다"며 "설령 2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한다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더욱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태근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12월 산업활동 지표의 선방 인식이 있는 가운데 소비자물가가 예상치를 상회했다"며 "시장에서는 2월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애널리스트는 "근원물가의 상승세 지속으로 2월 인상 가능성과 함께 추가 인상도 2/4분기 중 단행될 가능성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연간으론 3.50%정도의 기준금리인상전망은 유지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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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안보람 기자 (ggargg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