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인정해도…욕했으니 곧바로 따르기 힘들 것”
[뉴스핌=박영국 기자]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이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자사의 3D 패널 기술인 FPR(필름패턴편광안경방식)을 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권 사장은 18일 1분기 실적 발표회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애플이 삼성전자를 카피캣(Copycat, 흉내쟁이)이라고 비꼬는 데, 3D도 FPR이 대세라면 카피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삼성전자도 (FPR을 따를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그는 그러나 “그동안 우리 FPR 기술에 대해 심한 공세를 퍼부었기 때문에 곧바로 따르기는 힘들 것이고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도 우리 고객 될 텐데...”
권 사장은 이날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기자간담회 시간의 대부분을 ‘FPR 자랑’에 할애했다.
그는 “FPR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애플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우리가 단독으로 공급했던 것도 아니고 사이즈도 작지만, FPR은 우리가 단독으로 공급하고 TV가 주력이니 사이즈도 크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이어, “LG디스플레이를 맡으면서 오버서플라이(공급과잉) 때도 돈을 벌 수 있는 회사가 되자는, 외부 환경에 휘둘리는 회사에서 탈피하자는 꿈을 세웠다”면서 “남이 할 수 없는 제품과 기술을 시장에 내놓았을 때만 꿈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했고, FPR을 통해 그 꿈에 한 발짝 다가섰다”고 덧붙였다.
권 사장은 최근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과의 회동을 언급하며, “친분 쌓기 차원에서 만난 것”이라며 “윤부근 사장도 우리 고객이 되지 않겠느냐”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윤 사장이 삼성전자에서 TV 사업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의 수장이니만큼 삼성전자가 SG(셔터글라스)의 패배를 인정했을 때 삼성전자LCD사업부가 FPR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LG디스플레이로부터 구입해 사용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미다.
권영수 사장은 “연말이면 FPR이 ‘대세’라는 게 판가름 날 것”이라며, “중국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니 3분기 정도면 결과가 나올거고, 연말까지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FPR이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FPR 3D TV의 장점을 추켜세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발언에 대해서는 “삼성하고 가까운 사이였던 것 같은 데 평소 우리 회사가 행실이 좋았는지 바른 말을 해줬다”며 유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3D TV 시장 개막 초기인 지난해 3월부터 삼성전자와 손잡고 3D 마케팅을 진행해왔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LG디스플레이의 FPR을 칭찬한 것을 은근히 비꼰 것.
그는, “아이들이 고가의 셔터안경을 가지고 놀다 고장 내면 큰 손해라는 것은 중요한 문제”라며, “FPR은 그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 “FPR 3D 패널 없어서 못 판다”
확실히 3D TV 시장에서 FPR의 분위기는 좋다. 현재 중국 내 3D TV 중 FPR 비중은 44% 수준이며, 중국 현지 세트업체 내 비중은 70%를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의 경우 TV 세트 기준 30%가량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권 사장은 “점유율이 더 오를 수도 있었지만 고객사들이 요구하는 물량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이 정도 점유율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수의 평가기관들이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의 3D 패널을 채택한 TV를 비교한 결과도 예외 없이 LG디스플레이의 손을 들어줬다는 게 권 사장의 주장이다.
국내 한 인터넷쇼핑몰 가격비교 사이트를 인용, 인기 3D TV 상위 5개 제품 중 3위를 제외한 4개 제품이 LG전자 제품이었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LG전자 제품과 삼성전자 제품의 판매량 비율이 2대 1 정도라는 LG전자 측의 자체 조사 결과도 전했다.
그는 특히, LG전자가 FPR 3D TV 판매 지역을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로 확대하는 3분기에는 “물량이 어느 정도가 될 지 가늠할 수도 없다”고 기대를 표하며, “전체 TV용 패널 중 절반 정도는 FPR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 고무적인 것은 TV뿐 아니라 모니터와 노트북 분야에서 FPR이 더 큰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게 권 사장의 전망이다.
그는 “가격이 저렴하고 사용이 편리한 FPR 3D 안경의 장점은 모니터와 노트북에서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며, “물량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는 2분기 말에는 모니터향 판매도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FPR이 3D 시장을 본격적으로 여는 데 크게 공헌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권 사장은 “3D 기술이 SG 방식 중심이었던 지난해의 경우 전체 TV 시장에서 3D의 비중이 2~3% 수준을 맴도는 등 기대 이하로 부진했다”며, “그러나 FPR 3D TV 판매가 시작되고 나서는 불과 두 달 만에 5.6%까지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 ‘넘버 원 시장’ 중국에 기대 커
권영수 사장은 LG디스플레이가 FPR 3D TV 공략의 최전방으로 선택한 중국 시장에 대한 큰 기대감을 보였다.
그는 “LCD 패널 사업에서 TV 시장이 가장 중요한데, 중국은 이 분야에서 세계 넘버 원이 될 것”이라며 “중국인들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점도 중국을 제1의 타깃으로 선택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고객사 6개 중 5개사와 FPR 공급에 대해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어서 시장 지위가 올라가고 있다”며, “중국 시장의 성장과 함께 이들 고객사들이 성장하면 우리도 함께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사장은 또, “중국 현지 TV 기업들은 삼성전자나 소니, 샤프와 1대 1로 맞붙어 이기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FPR을 통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흥분하고 있다”며, “여전히 중국 시장에서는 소니가 1위지만 점차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고 현지 기업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소니향 FPR 공급도 ‘긍정적’
LCD패널 공급에 있어 전통적인 삼성전자의 고객이자 합작사인 소니가 FPR 진영에 합류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권 사장은 “소니는 이미 삼성전자로부터만 패널을 공급받는 전략을 포기했고, 우리 쪽과도 문호 개방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지 오래 됐다”며, “FPR일 좋은 제품이고 대세로 자리잡는다면 소니가 배제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하고 반문했다.
LG 진영(42, 47인치과 삼성-소니 진영(40, 45인치)간 주력 패널 사이즈가 서로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권 사장은 “상식적으로 40인치보다 42인치가 팔기가 좋다. 비슷한 크기라면 기왕이면 42인치를 선택하지 않겠는가. 특히 중국에서는 42인치가 40인치보다 잘 팔리는 게 사실”이라며, “쉬운 결정은 아니겠지만 사이즈 문제가 큰 걸림돌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IPS(In-Plane Switching, LG)와 VA(Vertical Alignment, 삼성-소니)로 나뉜 패널 구동 방식의 차이에 대해서는 “소니도 노트북은 IPS를 선호했고 그만큼 그 기술의 장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 3D 콘텐츠 공급 “심각한 문제 아니다”
3D TV 시장 개막 이전부터 가장 큰 난관 중 하나로 지적돼 왔던 3D 콘텐츠 공급 문제에 대해 권영수 사장은 “현 상황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니며, 금방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그동안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하드웨어가 먼저 깔려야 콘텐츠를 공급한다고 하고, 하드웨어 쪽에서는 콘텐츠가 충분해야 하드웨어 시장이 열린다는, 이른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의 논쟁이 이뤄져 왔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많은 업체들이 3D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특히, “2D를 3D로 전환하는 기술이 상당히 좋아져서 굳이 3D 전용 콘텐츠를 만들지 않아도 충분한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다”며, “3D 카메라의 보급도 콘텐츠 공급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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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박영국 기자 (24py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