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경제硏, 성장전략 수정 전망
[뉴스핌=문형민 기자] 대지진이 발생한 지 1개월이 지났지만 일본 기업의 경영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인프라 복구와 부품공급 재개에 힘입어 조업이 되고있으나 원전사고와 부품 및 전력공급의 차질로 성장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이에 일본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고, 부품난 해소를 위해 공급경로를 국내 및 해외로 분산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피해 기업간 합종연횡의 M&A도 활발해질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일 '대지진 충격에 따른 일본기업의 대응방향'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진으로 파손됐던 도로와 공항은 100% 가까이 복구됐고, 폐쇄중이던 항만 15개도 일부 이용이 가능해지면서 물류망이 재가동됐다. 신칸센 등 철도는 원전 피해지역을 제외하면 이달말까지 정상화될 전망이다.
인프라 복구로 단절됐던 물류망이 이어지면서 생산도 속속 재개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18일부터 전공장의 50%가 가동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원전사고와 부품 및 전력공급의 차질로 성장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생산 및 수출 감소도 예상되고 있다.
정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 정부는 지난해 6월 에너지 기본계획을 통해 원전 및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현재의 35%에서 2030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원전 14기 증설을 포함한 정부 목표가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에너지기업의 성장전략도 대폭적인 수정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세계 온실가스 감축 협약을 발판으로 환경사업을 미래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신성장전략 2010'도 폐기될 처지다.
◆ 전력, 성수기에 최대 25% 공급부족 예상
전력사정도 여름 피크기에 가까워질수록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도쿄전력은 다음달부터 계획 정전을 해제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7월이 되면 최대 25%의 공급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 연구원은 "후쿠시마 원전의 가동 중지로 약 30%(1800만㎾)의 전력손실이 발생하고, 타 전력사의 공급량과 화력발전 재가동에 따른 증가분을 합쳐도 약 25%(1500만㎾)의 공급부족이 발생한다"고 전망했다.
전력부족으로 인해 기업들의 생산 감소 압력이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3월 한달간 도요타 26만대, 닛산 8만대, 혼다 5.8만대 등 생산이 감소했다. 자동차 외에도 전력수요가 큰 기계, 화학, 철강업종에서 큰 폭의 생산 감소가 예상된다. 석유화학기초제품, 제지, 합성수지 등의 전력공급이 제약되면 그 여파는 전력 의존도가 낮은 타 제조부문의 생산활동까지 전이된다.
◆ 방사능 노출로 수출경쟁력도 타격
방사능 노출과 관련한 수입규제 강화, 전력 불안으로 인한 품질 저하 등으로 일본산 제품의 수출 경쟁력도 타격을 입게 된다.
정 연구원은 "중국과 EU 등 해외업체들이 일본산 제품 수입을 거부하거나 방사능 오염조사의 강화를 요구하는 등 수입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방사능과 직접 관련이 없는 제품도 전력공급 불안에 따른 품질 저하가 우려돼 수입수요가 감소할 위기"라고 지적했다.
일본 기업들은 생산기지의 국내외 이전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라쿠텐, 아우디재팬, SAP재팬 등기업들이 이미 계획정전을 피해 관서지방으로 본사 기능을 이관했다. 국내 산업공동화, 기술유출 등을 우려해 국내 잔류했던 기업들이 해외진출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해외기업들도 일본 고유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해 해외생산으로 대응할 수 있다.
정 연구원은 "일본 기업의 해외이전과 기술 수출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미국기업들조차 물류 운송비를 줄이기 위해 아시아 생산기지를 아프리카나 중남미로 옮기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부품난에 직면한 업체들이 공급 경로를 국내 및 해외업체로 분산시키고 있다. 단기적으로 동일 부품에 대한 복수의 국내 보급망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 해외부품의 조달 확대를 꾀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ANA)의 3월 한달 손실액은 250억엔에 달했다. 이로 인해 항공업체간 노선 통합 또는 합병 가능성이 불거졌다. 지난해 JAL의 법정관리 신청후 제기됐던 국제선 통합론이 재부상한 것. 항공뿐 아니라 철강, 자동차, 화학업체를 중심으로 합종연횡 가능성이 높아지는 양상이다.
◆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 불가피
원전사고로 직격탄을 맞은 에너지업계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도 불가피하다. 전력업체는 단기적으로 LNG비중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 태양광과 수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사업구조를 조정해갈 가능성이 제기됐다. 전력회사의 국영화, 전력의 지역독점체제도 붕괴될 수 있다. 도시바, 히다치 등 원전설비업체도 사업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할 처지다.
정 연구원은 "일본 기업들의 단기적인 경쟁력 하락은 불가피하지만 경험상 일본기업은 이번 사태도 극복할 것"이라며 "한국기업은 부품소재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동아시아 생산네트워크 재편 과정을 시장점유율 제고 기회로 활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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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