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유럽은 위기의 불씨가 되고 있는 그리스에 대해 가장 신속하게 채무 구조조정에 나서야 하며, 채권단은 이자상환을 지연해주고 채권의 50%를 탕감해주는 등 어려운 해법을 수용해야 모든 것을 잃는 사태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유력 금융주간지 배런스(Barron's)가 30일자 최신호 기사를 통해 주장했다.
배런스는 자신들이 원래는 채무를 100% 상환하는 쪽을 적극 권고해왔지만, 지금 상황으로 볼 때는 50% 탕감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30% 혹은 그 이하도 건지기 힘든 여건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극단적인 방안을 내놓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배런스는 또 그 같은 구조조정에 실패할 경우 그리스가 사회적 경제적으로 더 크게 파괴될 것이며, 실업률이 15%에 달하는 그리스가 침체로 빠져들 경우 유럽 전체 경제가 불안정하게 침체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고 나아가 공통 통화인 유로화가 타격을 입고 유럽연합(EU)의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눈가리고 아웅' 식으론 곤란
최근 유럽 지도부 내에서도 그리스 채무 탕감 해법에 대해 속삭이는 경우는 몇몇 있지만, 대부분은 희망사항만 말하고 문제가 사라져주기를 바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그런 희망대로 사태가 전개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주 그리스 정부는 임시 땜질 조치로 일자리와 임금을 축소하고 새로운 조세 부과를 통해 64억 유로를 재정적자를 줄이는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은 불충분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큰 부작용을 가져다 줄 수 있다.
긴축 대책으로 2009년 2.1% 위축되었던 그리스 경제는 2010년에는 4.5%나 악화되었다. 올해도 약 3.5% 마이너스 성장률이 예상된다.
최근 씨티그룹은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 채무 구조조정을 약 1년~2년 정도 지연하면 채권단이 회수할 수 있는 돈은 약 50%~30% 정도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 이후도 몇 년 더 연장하면 회수 가능액이 사실상 '제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수석채권분석가는 그리스의 실업률이 스페인과 같은 20%에 육박하고 청년 실업률은 무려 40%에 이르는 등 인적인 손실이 막대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으며, 골드만삭스는 이민이 크게 늘어나고 일부 공공서비스가 중단될 것이며 대중적인 저항도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또다른 구제금융을 실시하는 것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사우스웨스트증권의 구조화금융 및 기업신디케이션 수석담당자는 "사실상 그리스는 채무 불이행(디폴트) 상황이기 때문에 자금을 더 투입한다는 것은 상환하지도 못할 돈을 더 붓는다는 것으로 의미가 없다 "고 지적했다.
◆ 당장 어렵더라도 채무탕감, 충격 흡수가 해법
이에 따라 그리스가 당장은 어렵겠지만 채무를 상각하고 경제가 다시 성장할 수 있는 정책을 구사하는 것이 더 나은 해법이 될 것이라고 배런스는 주장했다.
그리스의 대외 채무가 약 3270억 유로라고 할 때 이를 50% 탕감할 경우 채권단은 약 1600억 유로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채권단 중 다수는 그리스 금융권 등이기 때문에 자본 증강이 필요하며, 나머지 금융시스템에는 대규모 현금 투입을 해야 한다.
어떠한 종류의 채무 조정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인 유럽중앙은행(ECB)은 약 400~500억 유로 정도의 그리스 채권을 보유했으며 대출로는 더 많은 돈을 물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들은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추가 자본이 필요한 상태. 따라서 돈은 독일과 프랑스 등 부유하면서 유럽 경기침체를 피하고 유로화 가치를 지키는 것에 이해관계를 가진 곳에서 나와야 한다고 배런스는 주장했다.
실제로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독일과 프랑스 등은 EU회원국에 수출하기가 보다 쉬워졌는데, 당시 수입국이던 그리스와 스페인, 아일랜드, 푸르투갈 그리고 이탈리아 등이 채무 위기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유로화 가치를 동요하게 만들 경우 그리스,아일랜드, 포르투갈 뿐만 아니라 독일과 프랑스에게는 비극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미 금융시장은 그리스 채무가 일부 구조조정되는 것을 예상하고 있으며, 만기별로 1유로 당 45센트에서 75센트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당장 50% 채무 탕감으로 유럽 대형은행들은 수백억 유로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겠지만, 대부분은 이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또 그렇지 못한 곳은 신규 자본증자에 나서거나 강한 곳과 인수합병을 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리스에 대한 채무 탕감은 아일랜드나 포르투갈 등 다른 주변국들에게 유사한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부정적 파급효과가 우려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들 다른 나라의 경우 탕감 폭이 50%보다는 작을 것이라는 점에서 부담은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판단된다.
크레디트 스위스(CS)의 분석가들은 그리스와 아일랜드 그리고 포르투갈의 채무를 32% 가량 탕감하면 유럽 상업은행이 부담해야 하는 손실은 약 2000억 유로에 이를 것이란 분석을 제출한 바 있다. 이 정도면 대출손실 충당금을 쌓기전 연간 은행권 순익을 모두 잠식하는 수준이다.
◆ 그리스도 지출 축소, 조세 부과 및 자산매각 등 병행해야
배런스는 유럽과 달리 미국의 경우 최근 금융 위기 때 정부가 다수 금융기관을 폐쇄하고 헐값 매각을 통해 금융시스템을 좀 더 건전하게 만들었다는 사실도 제기했다.
경제전문가들은 한 나라의 빚이 국내총생산(GDP)의 90%를 넘어서면 자원이 주로 비생산적인 이자상환에 집중되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리스는 현재 그 비율이 143%에 이르고 있고 경제도 위축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 경제가 예상대로 위축된다면 그 비중은 160%가 되고 또한 그리스가 구제 관련 계획을 제대로 수행한다고 해도 수년 내에 비중이 180%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씨티그룹과 IMF는 분석했다.
이 같은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그리스는 재정지출을 급격히 줄이고 조세 신설 및 세율 인상에 나서야 한다. 주 판매세인 부가가치세율은 평균 20% 인상될 전망인데, 이를 통해 GDP 대비 예산적자 비율은 2009년 15%에서 2010년에는 10.5%까지 줄어들었다.
그리스가 500억 유로에 달하는 국유 은행과 통신조직을 빠르게 매각할 경우 큰 도움이 되겠지만, 그 실현 가능성은 큰 의문이다.
한편 단기적으로 채무 조정이 아닌 또다른 해법은 그리스채권 등이 포함된, 그러나 유로존 전체가 보증하는 유로채를 발행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과거 라틴아메리카 경제에 사용했던 브래디플랜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독일과 여타 회원국들이 유로채를 보증하는 것이 정치적 이유 때문에 사실상 어렵다는데 있다.
배런스는 "국가 디폴트 사태란 원래 시간과의 싸움이 되는 법"이라면서, 채권단은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을 알겠지만 채무를 일부 탕감해주면 완전한 손실이 발생하는 일은 막을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출처: 배런스 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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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