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흔히 브레이크가 고장난 버스를 멈출 때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그 두 가지 방법 가운데 하나는 연료가 떨어질 때까지 달리게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스 채무 사태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버스와 같다. 정상적으로 목적지를 향해 가지는 못하는 상황이며 언제든 멈춰설 수 있다.
이 버스에 몸을 실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내리려 한다. 이를 지켜보는 빅브라더와 같은 관리회사는 승차 책임을 물어 도중에 내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최근 그리스의 위기 상태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빅브라더 유럽연합(EU) 당국은 그리스라는 낡은 버스를 두고 연료 소진 시까지 달리게 할 것인지(채무조정) 장애물을 들이받고 멈추게 할 것인지(디폴트)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에는 가장 정답에 가까운 것으로 인식됐던 그리스의 채무조정 대신에 디폴트 가능성도 공공연히 언급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26일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에 대한 6월분 구제금융 지급을 중지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쟝-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이날 "그리스가 향후 12개월동안 재정 보장을 하지 못한다는 감사결과가 나올 경우 그리스는 차기 구제금융 지원금을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이 파장을 미치자 융커 의장의 대변인실은 "EU와 IMF 감사단이 그리스의 새로운 긴축조치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될 경우 구제금융 6월분 지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서둘러 수습했다.
융커 의장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리스 정계가 강력한 긴축조치를 수용하도록 압박하는 이른 바 '포커용' 발언일 가능성이 짙다고 분석하는 상황이다.
앞서 그리스 당국은 6월 구제금융 120억 유로(약 170억 달러)가 입금되지 않을 경우 그리스는 부채를 상환할 수 없어 디폴트에 이를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그간 그리스 정부의 행정력 및 국정운영 능력으로 볼 때 EU가 요구하는 재정보장을 타당성있게 제시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인 상황이다.
이번 발언은 학계나 시장 전문가의 발언이 아니고 EU 당국 고위인사의 공식 발언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따라서 이미 IMF나 EU 주요국의 일부는 이미 그리스 디폴트 상황에 대해 계산서를 뽑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의 문제점이 지적될 수 있다.
애초에 그리스에 대한 지난 해 5월 구제금융 결정 당시의 부실한 실태 조사 책임을 지적할 수 있다. 또한 불과 1년 못되는 길지 않은 기간동안 디폴트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때까지 이를 사전에 내다보고 통제하지 못한 관리 책임도 물을 수 있다.
결국 소중한 피 같은 전세계 유권자들의 세금을 EU와 IMF 금융 당국은 돈을 갚을 수 있다는 의지만을 평가해 입금해 준 뒤 갚을 능력이 있을 것이라고만 믿고 뒷처리에도 소홀한 것이다.
아직까지 그리스는 채무조정을 통한 만기 지연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디폴트 변수 역시 적잖이 부각되고 있다.
결국 그리스 사태는 어떠한 선택도 마찬가지로 최악인 상황이다.
어느 쪽이 조금이라도 득이 될 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추가 입금을 하지 않는다면 그리스는 난간을 들이받고 벼랑 끝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만이 명확하다.
다만 시간이라는 변수가 남아 있다. 채무조정은 완만하게 고통을 줄이는 것이지만 디폴트는 일순간에 모든 통증을 견뎌내는 외과 수술이 될 수 있다.
이는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며 현재 EU 당국자들 가운데서 이 문제를 종결할 '엑스맨'은 없어 보인다.
결국 다음달 말 그리스에 대한 두가지 선택은 동등하게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결론에 이르는 순간까지도 EU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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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