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영국 기자] LCD 제조사들의 '세대교체'가 8세대에서 장기간 정체되면서, 사실상 LCD에서의 세대교체는 끝났고, 차세대 투자는 AMOLED(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에 집중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디스플레이서치 데이빗 시에(David Hsieh) 부사장은 최근 중국 경제지 21세기경제보도(21世紀經濟報道)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는 이미 LCD와 AMOLED 두 종류의 디스플레이 중 후자를 선택했다"면서, "이 회사는 이미 10세대나 11세대 LCD생산라인 투자를 포기했고, 향후 투자 방향은 고세대(8세대 이후) AMOLED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11세대 LCD 생산라인 투자 여부에 대해 공식적으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지만, 기술적 측면이나 시장 상황을 볼 때 11세대 LCD 투자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게 외부 시각이다.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이미 11세대 LCD 라인 구축에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낸 상황이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 4월 18일 1분기 실적 발표회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차세대 라인 구축은 대형 사이즈 패널을 만들기 위해 하는 건데, 현재 7, 8세대 라인으로도 대형 사이즈는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굳이 11세대를 서둘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장비업체들의 기술이 11세대에 대응할 만한 수준에 못 미치는데다 유리기판 운반에도 어려움이 많다는 게 권 사장이 제시한 '회의론'의 근거다.
11세대 유리기판 크기는 3000×3320㎜가량으로, 2200×2500㎜인 8세대 기판의 2배에 달한다. 이처럼 기판이 크다 보니 일반 트럭으로는 운반이 불가능하고, 운반용 특수 차량을 제작하더라도 운행 자체가 도로교통법에 저촉된다.
기술 개발과 장비 도입 등 기본적인 투자 외에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데, 11세대 라인 가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비용절감 효과가 투자비용에 못 미친다는 게 LG디스플레이의 판단이다.
TV 시장의 대형화가 상당기간 정체되면서 60인치대 생산이 주력인 11세대 라인의 효용성도 의문시 되고 있다. TV용 패널의 주력 사이즈는 지난 수 년간 30~40인치대에 머물러 있고, 50인치대로의 중심이동도 늦춰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240Hz, LED, 3D, 스마트 등 TV 시장에서 새로운 아이템들이 등장하며 사이즈 확대가 더 이상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요소로 어필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8세대 이하 생산라인에 너무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는 것도 11세대라인 투자 무용론에 힘을 실어준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현재 P8라인과 P82라인, P83라인 등 8세대 라인만 3개가 가동 중이며, 올 4분기 양산을 목표로 P9 공장에 4번째 8세대 라인을 구축 중이다. 중국 광저우에 건설하기로 한 패널 공장의 투자 시점이 확정되면 8세대 라인만 5개에, 총 생산능력은 유리기판 투입 기준 40만장을 넘어선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4월 4번째 8세대 공장을 가동하며 생산능력을 기판 투입 기준 32만장 규모까지 확대했다. 지난달 중국 쑤저우에서 착공한 패널 공장은 이보다 한 세대 낮은 7.5세대(1950×2250㎜)라인이다.
지난해 말부터 LCD 시장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삼성과 LG의 기존 생산라인 램프업과 신규 생산라인 가동만으로도 향후 2년가량은 LCD 시장에서 심각한 공급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2년 뒤에는 또 다른 변수가 등장한다. 관련업계에서는 AMOLED가 TV 시장의 전면에 등장할 시점을 2013~2014년으로 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TV용 패널을 생산할 AMOLED 8세대라인의 본격 양산 시점을 2013년 하반기로 잡고 있으며,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역시 현 시점에서는 모바일용에 주력하고 있지만 TV용 패널에서도 LG디스플레이보다 뒤쳐지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추가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는 AMOLED가 LCD 시장 잠식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고, LCD 업계에서 이 시점을 겨냥해 대규모 물량을 쏟아낼 11세대 라인 투자를 무리하게 추진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AMOLED TV가 시장에 등장하더라도 가격경쟁력 등의 한계로 곧바로 LCD를 밀어내지 못하고 상당 기간은 공존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LCD 시장 일부를 잠식할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고, 그 비중은 시간이 지날수록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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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박영국 기자 (24py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