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학선 기자> |
불과 사흘 전 "골드만삭스 등 아시아 담당회장들을 다 만났는데 9월부터 자금이 온다고 했다"며 "9월까지 가자는 게 내 생각"이라고 밝혔던 어윤대 KB회장의 발언을 감안하면 그 배경이 더욱 궁금하다.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사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매각시한이 다가 올수록 가격협상에서 더 불리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8일 KB금융은 KB국민은행의 KB금융자사주가 성황리에 전량 매각돼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이 보유 중이던 KB금융지주 주식 3496만 6962주(9.05%)가 7일 주식시장 마감 이후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국ㆍ내외 장기투자자들에게 블록 딜(Block Deal) 방식으로 전량 매각됐다는 설명이다.
KB금융은 "주당 매각 가격은 5만 1800원으로 2008년 12월 매각가격인 3만 3760원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며 "대량 지분 매각임에도 낮은 수준인 약 3.17%의 할인율이 적용됐다"고 강조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08년 9월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주가 부양 및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등으로 KB금융지주 주식 7360만 7601(19.05%)를 주당 장부가액 5만 7170원에 보유하게 됐으며, 관련법령에 따라 오는 9월말까지 전량 팔아야 했다.
하지만 KB금융주가는 최근 5만원 초반선에서 횡보했다. 지난 6월 중순 이후에는 4만원 대로 하락하기도 했다.
자사주를 매각하기엔 주가가 너무 낮다는 게 민병덕 국민은행장이나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의 입장이기도 했다.
문제는 매각시한이 두달 가량 남은 가운데 매각 시점이 다가올 수록 가격 협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KB금융 역시 이를 고려했음을 밝혔다.
KB금융은 "KB국민은행이 7일을 매각시점으로 선택한 것은 유럽 경제 악화 등 국내외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고, 매각 시한에 가까워질수록 매수주체에 대한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오는 29일로 예정된 2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2주간은 투자자들과의 대화를 자제하는 관행 등을 감안 한 것"이라며 "좋은 실적에도 자사주가 시장에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매수를 자제한 투자자들의 심리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KB금융은 이번 국민은행의 자사주 매각이 KB금융의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오히려 이번 매각이 KB금융지주의 자기자본은 약 1.85조원 확충되는 효과가 있어 BIS비율은 약 1%p 가량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계열사가 보유한 모회사의 주식은 모회사의 손익계산서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회계규칙에 따른 것으로 주당 장부가액인 5만 7170원보다 낮은 5만 1800원에 매각돼 발생하는 차액도 KB금융지주 당기순이익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손실액도 주가의 회복으로 이어져 주주의 이익으로 환원된다는게 국민은행 관계자의 설명이기도 하다.
한편, KB금융은 2조원 상당의 대규모 자사물량이 하루밤 사이 전량 매각된데 대해 "KB금융지주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했다.
그 동안 오버행 이슈로 저평가된 KB금융지주 주가가 자사주 매각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돼 본래의 기업가치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큰 기대감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판단이다.
KB금융 관계자는 "매각 대금의 KB 활용방안은 아직 정해진 바 없으나, KB금융지주의 주주가치를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매각은 시티글로벌증권과 메릴린치증권이 주관사로 선정돼 당초 예상 가격 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각을 성사시켰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08년 12월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블록 딜을 통해 3.07%를 매각한 데 이어 전략적 투자자인 포스코, 현대상선, SK C&C 등과의 주식 맞교환을 성사시켰으며, 일본의 미쓰이스미토모 은행에게도 약 1.1%의 주식을 매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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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안보람 기자 (ggargg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