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영국 기자] 21일 2분기 실적발표회장에 나타난 LG디스플레이 직원들의 얼굴엔 웃음이 한 가득이었다. 이날 저녁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권영수 사장의 얼굴도 3개월 전에 비해 한층 밝아져 있었다.
2분기 영업손실 483억. 더구나 불투명한 시장 전망으로 3분기 가이던스는 제시하지도 못했다. LCD와 같은 장치산업은 시황 사이클이라는 외부 요인에 크게 휘둘리기 마련이라지만, 이 점을 아무리 어필한다 한들 적자 기업에게 좋은 평판이 따르기는 힘들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달랐다. 삼성전자 LCD사업부라는 좋은 비교대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에 비해 규모의 경제나 마케팅 파워에서 절대 밀리지 않을 삼성전자 LCD부문의 2분기 실적 추정치는 영업손실 2000억원 내외.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라면 LG디스플레이는 2분기 성적으로 우등생 소리를 들을 법도 하다.
권영수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경쟁사'라는 단어를 수 차례나 언급하며 삼성전자 대비 우위를 과시했다.
그는 '2분기 실적 선방'의 비결로 '차별화된 기술'과 '탄탄한 고객군'을 제시했다.
권 사장은 "LCD 시황 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남들이 가지지 못한 차별화된 기술이 없으면 똑같이 취급받고 똑같이 공급과잉 속 가격하락이라는 악순환의 쓰라림을 겪어야 한다"며, "우리는 그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고, 그 결과 등장한 게 FPR(필름패턴편광안경)방식 3D 패널과 AH-IPS패널"이라고 강조했다.
FPR 3D에 대해서는 이미 승리를 기정사실화하는 모습이었다. 한국과 중국에서는 이미 FPR이 대세로 자리 잡았고, 미국과 유럽은 TV 세트 메이커들이 그동안 쌓인 SG 재고 처리가 늦어져 FPR 프로모션에 적극적이지 못했을 뿐 하반기부터는 FPR 비중 확대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에 사용되는 AH-IPS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이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앞세우고 있는 AMOLED(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에 비해서도 월등한 우세를 자신했다.
권 사장은 "AH-IPS는 이미 큰 흐름이 됐고, 여러 업체들이 AH-IPS를 개발하려고 뛰어들고 있다"며, "태블릿은 90% 이상이 AH-IPS고, 스마트폰도 애플에 이어 다수의 메이저 업체들이 AH-IPS 채용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진영의 AMOLED에 대해서는 "국내 경쟁사(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 및 태블릿용으로 프로모션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어떤 거래선도 AMOLED를 채용하겠다고 한 사례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제품 차별화를 통해 고객군이 탄탄해진 것도 불황 속 실적 개선의 비결로 꼽았다.
권 사장은 "이달 중 구글에 EPD(전자종이 디스플레이)가 공급될 예정이고, HTC에 스마트폰용 패널도 공급을 시작했으며, 미국 대형 서점인 반스앤노블스를 비롯, 다수의 고객들을 새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번 2분기 실적에서 삼성전자를 앞선 게 결코 1회성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권 사장은 "차별화된 기술과 탄탄한 고객군 덕에 시장점유율도 늘었고, 수익성 면에서는 경쟁사와 점점 더 격차를 늘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동석한 이방수 전무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는 "LCD 시장이 안개정국이지만, 어렵더라도 꾸준히 준비하고 차별화된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와 덤핑으로 위기를 넘기려는 회사들은 구분이 간다"며, "안개가 걷히면 누가 치고 나갈 것인지 확연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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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박영국 기자 (24py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