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효율성과 영세업체 대립간의 갈등
[뉴스핌=강필성 기자] 최근 LG, CJ, 대상등 대기업 계열 식품업체는 물론 풀무원등 전문 식품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도·소매 유통사업에 진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기존 식품(제품)의 생산과 납품을 넘어, 이를 직접적으로 판매하는 도·소매점의 역할도 자처하고 나서는 것으로 경영의 효율성 차원에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제품의 생산과 판매, 유통의 수직계열화 작업을 펼치는 것.
그러나 이런 구도속에서 관련 영세 유통업자들과의 마찰 소지도 적지않다는 점에서 이들 기업의 고민도 한편에는 자리잡고 있다. 정부의 '공생발전'정책과 엇박자를 낼수 있다는 게 문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통업 진출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상(대표 박성칠)이다. 대상은 지난해 지분 70%를 가진 자회사 다물FS를 통해 중부식자재를 인수하면서 식자재 유통업 진출을 본격화 했다.
대상은 도매점을 직접 차려 대상의 장류, 조미료 등 식자재를 판매할 계획이다. 대상이 중부식자재를 통해 목표로 하는 타겟은 소형 식당 등 지금까지 중소상공인들이 주로 식자재를 납품해왔던 곳이다.
다만, 이번 대상의 식자재 유통업 진출 과정이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대상의 중부식자재는 현재 부평구 삼산동 도소매골목에 사업소를 준비하면서 인근 상인들과 적잖은 마찰을 빚고 있다. 인근 상인들은 ‘대상기업 식자재 납품업 진출 저지 인천대책위원회’를 구성하면서 현재 해당 사업지에서 농성 시위에 착수한 상태.
특히 대상은 이들이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을 신청하면서 지난달 30일 식품업계 최초로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받은 상황이다. 지금까지 유통업체에만 적용돼 왔던 ‘상생법(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 ‘유통법(유통산업발전법)’을 적용받은 것이다.
하지만 대상 측은 보다 위생적인 식자재 관리를 통해 중소식당의 품질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진출이 필연적이라는 입장이다.
대상 관계자는 “다물FS의 식자재마트 진출은 전국의 60만 식당운영자를 위한 상생발전이 목표”라고 말했다.
사실 국내 식품업계에서 식자재유통 시장 진출은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식품제조업체 및 그 계열사가 대거 진출해 있다. CJ프레시웨이, 풀무원 푸드머스, 동원홈푸드, 아워홈 등 바로 그 주인공. 다만 최근 이들 사이 분명한 경향이 있다면 바로 중소형 납품시장의 진출을 직·간접적으로 타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등포 재래시장의 식자재 판매점의 전경. 특정기업과는 관련 없음. <사진=김학선 기자> |
특히 지난 2009년부터 프레시원이라는 도매업체에 지분투자를 통해 중소형 식자재유통업 진출을 본격화 했다. 현재 CJ프레시웨이는 프레시원, 프레시원광주 등 두 곳에 각각 10%, 20% 지분을 투자한 상태. 올해 설립될 대전과 안양, 프레시원에도 지분을 투자할 계획이다.
프레시원은 기존에 중소형 식당에 식자재유통 사업을 진행해온 중소업체들을 통합한 회사로 CJ프레시웨이와 물류센터를 공유하고 있다.
업계는 향후 CJ프레시웨이가 프레시원의 지분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프렌차이즈 등 대형사에만 식자재를 공급해왔던 CJ프레시웨이가 직접 중소형 식당가에도 공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풀무원도 풀무원홀딩스 지분 100%의 푸드머스(대표 제환주)를 통해 유통업에 진출해 있다. 이 회사는 2007년부터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식자재를 공급해오다가 2007년부터 식자재 유통업을 본격화 했다.
특히 지난 2008년에는 푸드머스의 식자재 브랜드인 ‘본앤선’을 앞새운 ‘본앤선식자재마트’ 사업에 진출했다.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되 납품과 식자재 관리는 푸드머스가 진행하는 모양새다. 푸드머스는 이 마트사업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 전국 체인사업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그 외 동원홈푸드(대표 김재선)는 2009년말 경기도 시화에 150억원을 들여 4000평 규모의 대규모 식자재 물류센터 완공하고 지난해 영남 영산에 추가 물류센터를 완성했다. 동원홈푸드는 단체급식업체를 위주로 공급하다가 물류센터 건립 이후 대형점, 체인점에 대한 직거래 영업을 확대 중이다.
LG그룹 계열사인 아워홈(대표 이승우)도 단체급식업체 위주로 식자재유통을 전개해 오다가 최근 대리점 계약 등을 통해 외식업체에 직접납품을 확대 추진 중에 있다.
식품업계의 이같은 활발한 움직임은 대형식당, 단체급식, 프랜차이즈에 식자재를 유통하는 것만으로는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유통망을 다양화, 세분화함으로써 중소형 식당 등의 새로운 수익 모델을 발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식자재유통 시장의 규모는 약 2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이중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조원 정도. 절반 이상인 약 14조원이 중소 도매상들이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식품업체로서는 중소식당 유통을 통해 현재 9조원의 시장을 더 확대할 수 있는 성장성이 뛰어난 시장이라는 평가다.
다만 기존 식자재 도매를 담당해온 것이 대부분 영세 상인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범’ 논란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식자재 유통시장의 절반이 넘는 영세 상인들의 파이를 대기업이 가져간다면 그만큼 영세상인들의 영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지금까지 유통기업에만 적용돼 왔던 ‘유통법’, ‘상생법’ 등도 식품업계의 새로운 걸림돌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식자재유통업은 최근 몇 년간의 불경기 속에서도 두자릿수 성장을 해온 유망업종”이라며 “업계가 영업 대상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영세사업자와 공존 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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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