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광고사들의 독식현상 심화
[뉴스핌=이은지 기자]대기업집단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현상에 대해 정부당국의 정책지도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광고기획사들도 유사한 양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 현대차, LG, SK등 대기업 집단의 계열 관련사인 제일기획, 이노션 등 상위 7곳의 인하우스 에이전시(계열사 광고대행사)들이 광고시장 점유율을 급속히 늘리면서 중소 광고대행사들은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들 인하우스 에이전시 7곳의 광고 취급량은 2009년 5조 4386억원(67.7%)에서 지난해 7조 3802억원(72.2%)로 지속적인 증가를 보이고 있다. 상위 20%가 80%를 가져간다는 파레토의 법칙은 광고계에서는 더욱 혹독하게 적용돼 상위 10%정도의 광고업계가 통상 전체 광고 시장 물량의 85%를 가져가는 것이 광고업계의 특성이다.
그룹의 특수관계를 이용해 손쉬운 돈벌이를 한다거나 50억원 이하의 광고물량까지 싹쓸이해가는 문제는 이미 고질적인 문제지만 최근의 공생발전 기조와 맞물려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제일기획, 이노션, HS애드 등 대부분의 상위 광고 업계들은 든든한 대기업들을 등에 업고 매년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특히 이 중 가장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곳은 이노션이다. 제일기획이 1973년 설립 이래 만년 1등자리를 고수했다면 지난 2005년 설립 후 3년만에 2위자리에 올라선 이노션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이노션의 경우 지난해 총 매출액이 2878억원을 기록, 전년대비 무려 69.5% 급증한 실적을 기록했다. 제일기획의 지난해 매출액 신장률 13.8%보다 무려 5배나 많은 수치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증가율도 제일기획을 훌쩍 넘어섰다. 이노션의 지난해 영업이익 증가율은 143.08%, 당기순이익은 134.45%로 제일기획의 영업이익 증가율 17.7%, 당기순이익 증가율 15.3%를 각각 8배, 9배 앞서며 무서운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2005년 설립당시 88억원 이던 자본총계도 지난해 1420억원으로 급증해 무려 1513.64%라는 증가율을 보였다.
제일기획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둘째딸 이서현씨가 부사장이고 이노션의 고문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인 정성이 씨다. 특히 정성이씨는 고문이라는 직함 외에도 이노션의 지분 40%를 보유해 실질적인 오너라고 볼 수 있다. 나머지 지분은 정몽구 회장이 20%, 정의선 부회장이 40%를 소유하고 있다.
광고업계 3위를 달리고 있는 LG계열 HS애드, 4위인 SK마케팅&컴퍼니 등 다수의 상위 광고회사들도 대기업 계열사를 등에업은 인하우스에이전시들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제일기획의 경우 지난해 매출의 51.7%가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이노션의 경우 47.7%가 현대기아차 계열사에서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 인하우스에이전시들이 자사 광고를 선점한다는 것에 어느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광고시장 독식체제가 점차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특히 중소 광고업계들의 물량까지 대기업들이 차지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은 최근의 공생발전 기조와도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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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은지 기자 (sopresciou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