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안보람 기자] 국내 카드사들이 국제카드사에 제휴대가로 4년간 3847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카드사들은 국제결제망 이용과 영업비 지원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 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카드사들은 비자, 마스터 등 국제카드사와 제휴해 해외겸용카드를 발급한 댓가로 지난 4년간(2008-2011.3월) 총 3847억원을 지급했다.
세부내역을 보면 ▲ 해외겸용카드 발급 및 유지수수료' 604억원(15.7%) ▲ 해외사용 분담금 359억원(9.3%) ▲ 국내사용분담금 2884억원(75.0%) 등이다. 수수료율은 비자와 마스터카드 모두 국제결제수수료가 고객 1% + 카드사분담금 0.2%이고, 국내이용금액 수수료는 0.04%(신용판매 기준)다.
유 의원은 문제는 국내사용분담금이라고 꼬집었다.
국제카드사들의 네트워크(VisaNet, BankNet 등)를 이용해 국내거래를 처리하는 국가들은 국내사용분에 대한 분담금 지급이 타당하지만, 한국의 경우 모든 거래가 ON-US 거래로 국제카드사 네크워크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유 의원은 "국내사용분에 대한 분담금은 국제카드사들의 브랜드 홍보 마케팅 및 로고이용료에 불과해 이런 거액의 국내사용분담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불필요한 해외겸용카드로 인해 막대한 국부가 국제카드사로 유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이 제출한 '국내전용카드 대 해외겸용카드 발급건수 및 발급비율' 통계에 따르면 2010년에 발급된 카드총수 1억1659만매 가운데, 해외겸용카드가 8132만매(69.7%), 국내전용카드가 3527만매(30.3%)지만 해외겸용카드 중 87%는 해외사용실적이 없다. 문제는 국내에서만 사용하는 데도 국제카드사에 '국내사용분담금'을 내야 한다는 것.
유 의원은 "사정이 이런데도 국내카드사들은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마지못해 제휴를 맺고 있다"며 "국제카드사들이 시장독점적인 국제결제망을 구축하고 있어, 국내카드사들이 국제결제망을 이용하려면 구조적으로 국제카드사들이 제시하는 부당한 분담금 계약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유 의원은 국제카드사들의 횡포를 피하기 위해 국제결제망 다원화에 나섰다가, 최근 비자카드로부터 자사망(VisaNet)이 아닌 다른 결제망을 이용했다는 이유로 패널티까지 부과당했던 비씨카드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미 지난 6월 15일 10만달러를 국제결제계좌에서 일시에 인출했고, 비씨카드사가 굴복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 매월 5만달러씩 인출해 갈 예정이라는 전언이다.
유 의원은 국내카드사들의 태도도 지적했다. 국제카드사들이 지원하는 막대한 영업비용에 맛들려 스스로 종속의 늪에 빠지고 있다는 것.
그는 "국내카드사들끼리 영업경쟁을 벌이다보니 막대한 영업비용이 필요하게 되고, 이 틈을 노려 국제카드사들은 국내카드사들에게 영업비용을 지원해 자사브랜드의 해외겸용카드 발급을 늘린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4년간(2008-2011.6말) 비자, 마스터 등 국제브랜드카드사가 국내 카드사들에 지급한 마케팅비용은 총 1024억원 수준으로 연200억원이 넘는다.
유 의원은 "이처럼 국제카드사들이 국내카드사에 거액의 영업비를 지원하며 제휴를 맺는 이유는 국내카드사들은 그 돈으로 자사브랜드 해외겸용카드 발급에 쓸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되면 국제카드사들은 따로 영업비를 쓰지 않아도 저절로 카드수와 분담금수입을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자사브랜드 해외겸용카드가 늘어나면, 해외사용분담금은 물론 국제결제망을 쓰지 않는 국내사용분까지 분담금을 챙길 수 있어, 국제카드사들로서는 영업비 지원으로 일석이조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4년간 국제카드사들이 국내사용분담금으로 벌어들인 돈은 2884억원으로, 지난 4년동안 국내카드사들에 지원한 마케팅비용 1024억원을 빼고도 2823억원이나 남는다.
유 의권은 "국내 신용카드 이용실적이 매년 10%가량 성장하고 있다"며 "국제카드사들이 거둬가는 국내사용분담금 수입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국제카드사들의 던져주는 미끼로 국내카드사들이 과당경쟁을 벌이면 벌일수록,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국제카드사들의 배만 불려줄 것"이라며 "국제카드사들이 국내이용분까지 부당이득을 취하겠다는 욕심을 버리지 않는 한, 국내카드사들도 각성하고 국제결제망 다원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도 국제카드사들의 부당행위를 바로잡는 한편 국제결제망 다원화를 지원해 카드주권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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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안보람 기자 (ggargg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