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추가 부양조치 시사…은행·기술株 반등
*버냉키 추가 부양조치 시사 발언에 낙폭 축소
*S&P500지수, 장중 올해 고점서 20% 이상 하락
*막판 저가매수세로 은행주/기술주 반등
[뉴욕=뉴스핌 이강규 특파원] 뉴욕증시는 4일(현지시간) 추가 부양조치를 시사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발언에 힘입어 강력한 막판 랠리를 펼치며 상승세로 마감했다.
유럽연합(EU) 재무장관들이 은행 재자본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소식과 마감 시간을 불과 10여분 앞두고 유입된 저가매수세로 기술주가 반등하며 주요 지수들의 막판 뒤집기를 끌어냈다.
연일 반복되는 변동장세 속에 다우지수는 1.44% 오른 1만808.71, S&P500지수는 2.25% 전진한 1123.95, 나스닥지수는 2.95% 상승한 2404.82로 장을 접었다.
시장의 공포지수로 통하는 CBOE변동성지수(VIX)는 10.19% 떨어지며 40.82를 기록했다.
이날 시장은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금 순차분 지급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에 S&P500지수가 개장과 동시에 베어 마켓(bear market: 약세장) 영역으로 진입하는 등 약세로 출발했다.
유럽의 재정위기 확산이 미국 경제를 더블딥으로 밀어넣을 것이라는 불안감에 전날 13개월래 최저 종가로 마감한 시장은 개장 직후 2% 이상 떨어졌고, S&P500지수는 5월초 장중 고점에서 20% 이상 곤두박질치며 베어 마켓 영역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추가 부양조치를 시사한 버냉키의 발언이 나온 후 투자자들이 숏 포지션을 커버하면서 낙폭이 크게 축소됐고 이에 힘입어 나스닥지수는 흐름을 바꿨으며 S&P500지수 역시 베어 마켓 영역에서 탈출했다.
버냉키는 이날 의회 증언을 통해 "연준 공개시장위원회는 경제상황을 계속 면밀하게 관찰할 것이며 물가 안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경기회복을 촉진시키기 위한 적절한 추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무기력한 고용 성장이 소비자 신뢰도를 억누르고 있는 점을 감안, 의회가 장기적으로 재정적자 축소 노력을 전개하더라도 단기 지출을 너무 가파르게 축소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버냉키는 이어 정부의 긴축조치는 상반기 평균 성장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한 미국 경제에 커다란 제약이 될 수 있다면서 "현재의 경기 회복세를 방해하는 재정정책을 피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캔터 피츠제럴드 앤 컴퍼니의 미국 시장 담당 전략가인 마크 페이도는 "버냉키가 국내 이슈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돌리는 촉매제가 됐다"고 말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수석 미국 담당 이노코미스트 폴 애시워스는 "오늘 버냉키는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초래하는 발언을 피하려 애썼다"며 "그는 '경제 전망에 상당한 하방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평가를 되풀이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버냉키는 2주 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책회의 결과를 발표하는 성명서에서 "미국 경제 전망에 상당한 하방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표현을 사용, 시장에 패닉 현상을 불러온 바 있다.
장 막바지에 버냉키 발언의 효과가 희석되며 주요 지수들은 다시 남행했으나 기술주를 중심으로 저가매수세가 형성되며 삽시간에 주가를 띄웠고 시장은 다시 한번 진행방향을 바꿨다.
엔비디아가 9.23%, 타이완 세미가 3.8%, 인텔이 2.91% 뛰는 등 반도체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며 낙스닥지수를 뒷받침했다.
전날 파산신청설로 30% 이상 추락했던 AMR은 20.71% 반등했다.
그러나 홀리데이 시즌에 대비해 신형 아이폰 4S를 공개한 애플은 신통치 않은 시장 반응 속에 0.56% 뒷걸음질쳤고 스프린트는 아이폰 판매를 위해 지나치게 많은 경비를 지출했다는 지적에 약세를 보였으나 후반 들어 반등, 4.76% 오른 채 마감했다.
스프린트는 전날 아이폰 판매를 시작하기 위해 애플에 200억달러를 지급할 계획이며 이에 따라 2014년까지는 아이폰 판매에 따른 이익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스 부채에 크게 노출된 프랑스와 벨기에 합작은행 덱시아에 대한 2차 구제금융 논의로 유로존 위기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며 은행주도 장 막판까지 약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덱시아 고객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벨기에와 프랑스 정부의 공약이 나온 뒤 골드만 삭스는 5%,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4.16%, 씨티그룹이 5.54% 급등하며 장세를 전환하는 데 앞장섰다.
이날 골드만 삭스는 선진국들의 2012년 GDP 성장전망을 2.1%에서 1.3%로 끌어내리며 시장의 비관론을 부채질했다.
골드만은 노트를 통해 "우리의 견해를 바꿔놓은 주된 이유는 유럽 은행들의 펀딩 부담 가중과 유럽 국가들의 예산 삭감폭 확대"이라고 지적했다.
골드만 삭스는 이와 함께 S&P500 기업들의 2012년 주당 순익 예상치를 102달러에서 98달러로 내리고 S&P500지수의 올 연말 목표치도 1250에서 1200으로 하향했으나 올해 어닝 전망치인 주당 96달러와 8.9%의 순마진율은 그대로 유지했다.
한편 유럽연합(EU) 감독당국은 이번 주 도이체 뵈르제와 NYSE 유로넥스트의 합병 거래에 공식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소식에 NYSE 유로넥스트는 6.96% 전진했다.
이날 나온 미국의 8월 공장 신규주문은 3개월 사이에 두번째로 하락하며 제조업의 둔화세를 시사했다.
4일 미 상무부는 8월의 공장주문이 2.1% 증가로 하향수정된 직전월에 비해 0.2%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의 수정 이전 수치인 2.4% 증가에서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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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Pim] 이강규 기자 (kang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