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장 생존이 걱정..내년 이후 재도약 기대
[뉴스핌=정탁윤 기자] 전세계 태양광시장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태양광시장을 주도하던 유럽이 정부보조금 축소 등으로 수요가 급감한 반면 중국의 물량공세가 이어지고 있어 공급과잉상태다.
태양광발전의 핵심원료가 되는 폴리실리콘 가격은 최근 kg 당 40달러 이하로 떨어졌고, 모듈가격 역시 올해 들어 50%가까이 하락했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한때 400달러를 넘기도 했었다.
유럽과 미국의 일부 선두권 태양광업체의 경우 파산을 신청했거나 경영난에 허덕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뒤늦게 태양광시장에 뛰어들었던 우리기업들도 투자를 보류하거나 취소하는 등 태양광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 업황 악화에 투자 보류·재점검 '속출'
25일 태양광업계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선두업체인 현대중공업은 충북 음성의 모듈공장 3곳 가운데 제 1공장의 가동을 멈췄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업황 침체로 주문량이 줄어 가장 규모가 작고 설비가 노후한 1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태양광 모듈 공장의 평균 가동률은 5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에 짓기로 한 175MW(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건설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8월 미국 마티네에너지와 7억 달러 규모의 세계 최대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최근까지 본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약 5000억원을 투자해 50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던 LG화학도 최근 투자 재점검에 나섰다. LG화학은 당초 올해 7월부터 2013년 말까지 폴리실리콘 공장을 건설, 2014년부터 폴리실리콘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SK케미칼도 대만회사와 추진하던 폴리실리콘사업이 뚜렷한 성과가 나지 않자 사업지속 여부를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광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웅진그룹은 최근 웅진에너지와 웅진폴리실리콘의 대표를 교체하고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웅진그룹은 극동건설인수후 건설업계의 장기불황, 부실 저축은행 후유증에 이어 신규 사업으로 내세운 태양광 영역마저 신통치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게 업계안팎의 지적이다.
부실중소 태양광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몇 년전 부터 포화상태인 국내보다 해외로 눈을 돌렸던 중소기업들은 현재 생존자체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실제 미리넷솔라는 최근 과도한 투자에 따른 재무부담에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태양광모듈 전문 중소기업인 에스에너지의 한 관계자는 "최근 상황은 산고(産苦)와 비견된다"며 "가격하락은 그리드 패러티(grid-parity)를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과정이긴 하지만 최근 그 속도가 너무 급격하다"고 지적했다.
▲ 태양광발전 모습 <자료사진> |
◆ "내년 상반기까지 불투명..당장 생존이 문제"
2000년대 들어 급성장을 거듭했던 태양광산업이 최근 위기에 빠진 것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기인한다. 또 아직 시장이 초기상태라 기업들의 투자가 본격화되지 않은 측면도 있다. 그만큼 아직 태양광산업의 산업적 성숙도가 떨어지고 불안정성이 크다는 얘기다.
현재의 침체된 태양광시장이 언제쯤 되살아날까에 대한 전망도 그만큼 엇갈린다. 대체로 내년 상반기 이후는 돼야 시장전망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데는 공감하면서도 생각보다 이 위기가 길어질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만만찮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이번 위기가 언제 끝날지 전망하는 것 자체는 불가능하면서도 무의미하다"며 "당장 생존이 먼저"라고 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번 위기가 오히려 기회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그 동안 각국 정부의 보조금으로 유지돼 왔던 태양광산업이 이제는 본격적으로 자생력을 키울때가 왔다는 지적이다.
결국 그리드 패러티(grid-parity, 화석연료 발전단가와 태양열발전단가가 같아지는 시점)가 본격 도래하고 산업이 성숙했을때 그 과실은 이 위기를 이겨내고 생존한 기업만이 누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지금은 태양광산업의 안정화의 직전 단계로 가격하락이라는 현재의 상황은 어떤 측면에서는 꼭 겪어야 할 과정"라며 "여기서 살아남는 기업은 미래 태양광시장이 만개했을때 과실을 따고 혜택을 반드시 누릴 것"이라고 했다.
태양광산업협회 관계자는 "당장은 기업들이 생존을 걱정해야 할 만큼 위기지만 태양광이 갖는 미래 에너지원으로써의 가치는 변함없다"며 "태양광의 미래가치는 무한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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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