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존 부채위기가 깊어지면서 미국과 독일의 국채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양국의 국채가 내년에도 랠리를 지속할까.
투자자들의 의견은 크게 엇갈린다. 리스크 회피 심리에 따른 상승 추이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상황이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 팽팽하게 맞서는 모습이다.
내년 독일과 미국의 국채 수익률 향방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 가운데 투자가들은 국채 시장이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 독일, 주변국 구제 부담이 관건
유로존 부채위기에 안전자산으로 부각된 독일 국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기류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조짐은 지난달 이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주변국 구제를 위한 독일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AAA 신용등급 국가에 대한 강등 경고가 맞물린 결과다.
골드만 삭스와 크레디트 스위스는 독일 국채에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골드만 삭스는 최근 독일 국채에 ‘매도’ 투자의견을 제시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부채위기를 진화하는 데 독일의 재정 부담이 가중되면서 국채 투자 매력이 꺾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EU 정상회의에서 신재정협약을 포함한 대책이 발표됐을 때 독일 국채가 약세 흐름을 보이면서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골드만 삭스는 “중심국의 ‘그림자’ 신용 리스크가 점차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ING의 마이클 마타 채권 헤드 역시 “독일 국채가 유럽의 유일한 안전자산이었지만 상항이 바뀌고 있다”며 “최근 국채 발행에서 투자 수요가 줄어드는 조짐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장기물 국채를 매도하고 매수 범위를 단기물로 좁히는 한편 이머징마켓의 달러 표시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
루미스 세이레스 글로벌 본드의 데이비드 롤리 매니저는 “독일 납세자들의 부담이 더 커지면 독일 국채 수익률은 더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JP모간과 UBS는 독일 국채가 랠리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로존의 부채위기가 지속되는 과정에 투자자들의 독일 국채 ‘사자’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UBS는 유로존 부채위기가 ‘빅뱅’에 준하는 상황으로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따라 독일 국채 수요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연초 이후 독일 국채는 7.5%의 수익률을 기록, 유럽 주식시장이 10%가량 하락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바클레이스 캐피탈의 미 국채 인덱스 8.8% 상승했고, 이탈리아 국채는 6.8% 하락했다.
독일 국채의 시가총액은 1조4400억달러에 이르며, 경제개발혁력기구(OECD)의 집계에 따르면 세계 6위 규모다. 바클레이스 캐피탈 글로벌 국채 인덱스에서 독일은 5위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 미국 10년물 수익률 1.5% vs. 2.4%
21개 프라이머리 딜러는 내년 1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이 2.4%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합권 내에서 완만하게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투자가들은 유로존 위기가 내년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따른 미 국채 ‘사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저조한 수익률이다. 미국 역시 눈덩이 공공 부채와 재정적자를 떠안고 있는 데다 국채 수익률이 지나치게 낮아 매수 유입을 제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프리야 미스라 미국 채권전략 헤드는 “미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동시에 유로존 리스크 역시 높아지고 있어 미 연준의 제로 금리가 2013년 중반 이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그는 저금리에도 불구, 2012년 상반기까지 미 국채 랠리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1.6%까지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크레디트 스위스 역시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이 내년 상반기 1.5%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채 수익률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한편 투자가들은 미 국채 시장이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노무라증권의 조지 곤칼브스 채권 전략 헤드는 “내년 말까지 미 국채시장이 큰 폭으로 등락할 것”이라며 “연말 수익률 전망으로 강세장이나 약세장을 중 한 가지 시나리오를 가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연초 이후 10년물 미 국채는 9.1%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2008년 이후 최고 연수익률을 올릴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