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거시경제 여건, 엔화 추가상승 부채질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올해 달러 대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통화는 엔이다. 일본 정부의 공격적인 외환시장 개입과 눈덩이 부채에도 글로벌 유동성은 엔 ‘사자’에 몰렸다.
일본 국채 시장도 ‘돈 잔치’를 벌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기준금리가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일본 국채 보유 규모는 2008년 이후 최고치로 증가했다.
상황은 2012년에도 되풀이될 전망이다. 유로존 부채위기의 심화와 경기침체의 가시화, 미국 부동산 시장의 추가 하락 등 글로벌 거시경제 여건이 엔화 추가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얘기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만의 무라타 마사시 외환전략가는 “리스크 회피 심리가 넓고 깊게 확산될 때 변동성이 낮은 자산만큼 매력적인 것은 없다”며 “유로존과 미국 경제가 악화되면서 엔은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수요를 소화해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화”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올해 14조3000억엔(1830억달러) 규모로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 엔화 상승에 따른 수출 타격을 막는 데 안간힘을 썼다.
천문학적인 개입에도 불구, 엔은 달러에 대해 4.1% 올랐고 유로에 대해서도 6.6% 상승했다.
개입은 2012년에도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결과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엔 강세는 수출 기업 이익을 깎아내릴 뿐 아니라 국내 고용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에 따르면 달러/엔이 현 수준에 머물 경우 60만개 일자리가 사라질 전망이다.
일본 국제통화연구소(IIMA)의 모리카와 히로시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여전히 상당 수준”이라며 “엔 평가절상은 고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엔 급등으로 인해 엔 캐리트레이드에 나선 투자자들 역시 올해 ‘쓴맛’을 봤다.
저금리 국가의 통화를 빌려 다른 지역의 고위험 고수익 자산을 매입하는 캐리트레이드 전략을 취한 투자자들은 올해 엔을 빌려 호주와 남아공, 멕시코, 브라질 등의 통화에 투자했다.
블룸버그통신의 데이터에 따르면 결과는 9.1% 손실이라는 저조한 성적에 그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