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강필성 기자] CJ그룹이 삼성그룹의 보안업체인 에스원과 서비스 계약 해지를 단행, 양 그룹간 한랭전선이 더 강화될 보인다.
CJ그룹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삼성 직원의 미행사건이 불거진 이후 에스원과의 서비스 계약 해지를 검토하지 않았다던 기존 입장을 뒤집고 결국 전격적인 해지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20일 관련업계와 CJ, 에스원 등에 따르면 CJ그룹은 이달 말, 에스원 및 에스텍시스템과의 보안서비스 계약을 해지하고 다음달 초부터 외국계 보안기업 ADT캡스와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서울 장충동 자택은 물론 그룹과 CJ인재원 등에는 에스원 보안서비스를 이미 해지한 상태다.
지난해부터 에스원이 CJ그룹 보안서비스를 맡은 것을 감안하면 1년만의 보안업체 교체는 사실상 '삼성과 거리두기' 수순으로도 읽힌다는 게 업계의 분위기다.
당초 CJ가 에스원과 보안 계약을 맺을 때만하더라도 '장기계약'으로 이어지리라는 기대가 높았다.
지금까지 에스원은 CCTV 등을 이용해 CJ그룹의 무인경비를, 에스텍시스템은 CJ그룹 본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 사옥 및 공장 등의 보안을 책임져 왔다.
이런 에스원에 대한 CJ 측의 계약 해지는 최근 삼성그룹과의 불편한 관계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CJ그룹 내에서 에스원의 계약해지가 검토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 말 삼성 직원의 이재현 회장 미행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 직원들이 이재현 회장을 미행하다가 CJ 측 직원들에게 덜미가 잡힌 바 있다.
CJ그룹은 이 사건을 이례적으로 경찰 고발하는 한편, 미행을 삼성그룹에서 조직적으로 지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런 일련에 상황에서도 CJ그룹은 삼성그룹과의 관계를 중립적으로 유지해왔다.
이재현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씨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상속권 소송이 진행되고 있지만 자칫 기업 대 기업의 갈등구도로 비춰지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게 CJ 내부의 분위기다.
다만 이런 CJ그룹의 분위기는 최근 이건희 회장의 강경 발언을 기점으로 다소 강경 입장쪽으로 변화를 보인 것 아니냐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18일 이맹희씨의 소송과 관련 "벌써 재산분할이 끝나서 각자 돈을 다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CJ도 갖고 있다"며 "그런데 삼성이 너무 크다 보니까 욕심이 좀 나는 것 같다"고 이번 소송에 대한 강경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재계에서 'CJ도 차명계좌를 갖고 있는데 욕심을 내고 있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올 만큼 이건희 회장의 발언은 파장이 컸다.
당시 CJ그룹 측은 "미행사건에 대해 한마디 사과나 해명도 없고 돈 욕심만 내는 수준 이하의 폄하를 보면서 이번 소송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되는지 회의감이 든다"고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이번 에스원과의 계약 해지도 이런 측면에서 풀이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 불편한 상대방에게 내 집 보안을 맡아달라 할수 없다'는 상식적인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게 재계 복수 관계자들 해석이다.
실제 에스원은 삼성그룹 계열사이면서 에스텍시스템 전·현직 대표이사가 모두 이재현 회장 미행사건의 중심으로 지목된 삼성물산 출신이다.
재계 관계자는 "별 다른 결격 사유 없이 삼성 측 보안업체와 계약을 해지했다는 것은 이미 불신이 쌓일 대로 쌓였다는 뜻"이라며 "향후 CJ그룹과 삼성그룹의 본격적 갈등을 앞두고 거래관계에 따른 충격을 대비하는 과정으로도 해석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CJ그룹이나 삼성그룹 모두 이번 에스원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양 그룹 모두 대립각으로 비춰지는 게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CJ 관계자는 "에스원의 계약 해지는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정상적인 절차"라고 했고, 삼성 관계자는 "비즈니스 차원으로 이해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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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강필성 기자 (ikh@newspim.com)